
# 사례1 정보기술(IT) 기업에 다니다 지난해 서울대 MBA에 입학한 이 모씨(30)는 졸업을 앞두고 금융업체 입사를 결정했다. 이전 직장과 전혀 다른 업종이지만 MBA에서 익힌 실무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달 17일 졸업을 앞둔 이씨의 첫 해 연봉은 8000만원. 성과급까지 포함하면 1억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입학 전 연봉이 3000만원대 후반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배 이상 뛴 셈이다.
# 사례2 미국 미네소타주립대를 졸업하고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던 홍지원 씨는 미국 MBA를 마다하고 성균관대 SKK GSB에 입학했다. 이달 24일 졸업을 앞둔 홍씨는 대기업 2~3곳을 저울질하다 삼성전자를 선택했다. 홍씨처럼 직장을 그만두고 자비를 들여 MBA를 마친 동기생 9명 가운데 오너 계열 1명을 뺀 8명도 평균 50% 이상 높은 연봉을 받고 삼성그룹 계열사와 국내 대기업에 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MBA에 가려져 있던 국내 MBA가 성공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이달 말이면 서울대와 고려대, 성균관대가 한국형 MBA 첫 졸업생 173명을 배출한다. 작년 9월 시작한 1년 과정 MBA 코스의 첫 졸업생이다.
단순히 석사학위 하나를 추가하는 데 만족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이전 직장보다 평균 50% 이상 높은 연봉을 받고 금융권과 대기업에 재입사하는 관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서울대와 카이스트는 금융권에, 성균관대는 삼성그룹에 졸업생의 60% 이상을 취업시킨 것으로 나타나 MBA별로 취업 색깔도 확연히 드러난다.
◆ 금융권 원하면 서울대ㆍ카이스트
= 이달 말 졸업자 173명 가운데 직장을 그만두고 순수하게 자비로 MBA를 마치는 학생은 서울대 33명, 고대 14명, 성대 9명 등 모두 56명이다. 과학기술부 소관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카이스트 MBA에서는 올해 2월 98명(자비 기준)이 졸업했다.
졸업생 취업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대는 58%가 금융권에, 25%가 대기업에 취업했다. 카이스트 역시 절반이 넘는 60%가 금융권에 취업했고, 21%는 IT 관련 제조업체에 입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MBA 입학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받던 연봉에 비해 최소 50%(서울대)에서 53%(카이스트) 높은 수준으로 입사했다. 특히 서울대 졸업생이 몰린 금융권에서 연봉 상승률은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6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이스트는 입학 전까지 연봉 5000만원 이상이 2명에 불과했지만 2년 과정을 마친 후에는 28명으로 늘었다. 한 졸업생은 전 직장보다 무려 178%가 뛴 1억2800만원에 연봉 계약을 했다. 김현주 카이스트 MBA디렉터는 "올해 평균 연봉 상승률은 53%로 2005년 22.7%, 지난해 39.2%에서 3년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SKK GSB는 9명의 자비 입학생 가운데 5명이 삼성전자 삼성화재 제일모직 등 삼성그룹 계열사에 취업했다. 오너 계열 학생을 뺀 나머지 3명은 CJ그룹에 취업했거나 몇 군데 대기업에서 입사 제의를 받고 고심 중이다. 금융권에 몰린 서울대와 카이스트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 자비 졸업생 32% 그쳐
= 높은 연봉 상승률과 재취업 성공 사례가 알려지자 서울대 성균관대 등 주요 MBA의 9월 학기 신입생 모집에는 미국 MBA와 비교해 실력이 전혀 뒤지지 않는 우수 학생이 몰렸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입학설명회에는 300여 명이 넘는 직장인 학생이 몰리지만 전체 과정이 영어로 진행되고 입학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실제 지원율은 2대1 수준"이라며 "이달 말에 입학하는 학생 가운데는 자비 학생이 25명으로 점차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MBA는 아직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이달 말 서울대와 고대, 성대를 졸업하는 학생 173명 중 약 70%에 육박하는 117명은 기업에서 교육을 위탁한 학생들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순수하게 자기 돈을 들여 재취업을 위해 MBA 문을 두드린 학생은 30% 수준에 그친다.
서울대가 졸업생 39명 가운데 6명을 뺀 33명이 자비 학생으로 MBA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뿐, 성대와 고대의 자비 졸업생은 각각 9명과 14명으로 전체 졸업생의 23%, 13% 수준에 불과하다. 100% 취업률과 연봉 상승률도 선점 효과가 반영돼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형 MBA 첫 해인 올해엔 서울대와 고대, 성대 등 나름대로 괜찮다는 평가를 받은 MBA에서 소수의 학생이 졸업해 높은 취업률과 연봉 상승률을 보인 측면이 크다.
하지만 13개 MBA에서 무려 2992명(교육부 입학 정원 기준)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이후에도 이 같은 취업률과 연봉 상승률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또 MBA간 경쟁이 치열해져 우수 학생 모집이 쉽지 않을 경우 학력 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부작용도 염려된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