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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수익 줄타기, 대학출판부 생존전략은?
특색 있는 전략 세우고 장기발전 활로 모색해야
“아카데미즘과 이코노미즘을 조화시키는 일이 가장 어렵다.”

대학출판부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다. 수업 교재로 사용할 책을 주문받고, 학교 출판물을 도맡았던 대학출판부지만 지금은 예전 같질 않다. 교수들은 일반출판사의 문을 두드리고,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탓에 학교 일감은 대폭 줄었다.

학술서는 더 안 나간다. 그렇다고 수익을 쫓아 무작정 대중서를 발간할 수도 없는 일. 한 대학출판부 관계자는 이를 가리켜 “아카데미즘가 이코노미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둘 다 만족시키라고 강요받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자칫 하다간 줄에서 떨어지기도 한다. 서울의 모 대학출판부는 직원이 2명에 불과하다. 작년 출간한 도서는 10종도 채 안 된다. 담당자는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출판부가 다른 부서에 흡수·합병됐다. 지금은 학교에서 요구하는 것만 겨우겨우 출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전략을 세우고, 활로를 모색하는 대학출판부의 활동이 눈에 띈다. 이들은 대학출판부의 울타리를 넘어 일반출판사와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독특한 전략으로 학문·수익 두 마리 토끼 잡아

경북대 출판부는 3명의 직원으로 작년 한 해 동안 무려 28종의 책을 출간했다. 10여명으로 구성된 다른 대학출판부가 1년에 출간하는 책의 숫자와 맞먹는 수치다. 출판부 김용훈 씨는 이에 대해 “경북대는 ‘롱테일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롱테일 전략이란 잘 안 팔리는 책이 잘 팔리는 책의 매상을 추월하는 온라인 판매의 특성을 가리킨다. 20% 핵심고객이 80%의 매출을 낸다는 ‘파레토 법칙’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역 파레토 법칙’이라고도 불린다. 경북대 출판부가 낸 작년 28종의 책 중 19종이 잘 안 팔리는 학술서였던 점은 고무할 만한 일.

그는 “우선 수익을 낸 후 그 수익으로 학술서를 출간하고, 다시 수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잘 안 팔리는 학술서로 수익을 내기 위해 책의 질을 높이는 작업 역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학교에 집중하거나, 학교 밖으로 나가거나

학교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고려대 출판부의 활동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고려대 출판부는 지난 2005년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17권짜리 ‘고려대 100년사’를 기획·출판해 학교에 기증했다. 비용은 모두 출판부가 냈다. 상당한 예산이 들어갔고,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점을 따질 때 적자를 본 셈이다.

이 뿐이 아니다. 출판부는 35년 전부터 지금까지 교수들이 좋은 책을 출판하도록 학교에 일정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교수들이 출판부에 가져오는 책 중 이른 바 ‘잘 팔리지 않는’ 책도 꾸준히 출판한다.

이런 활동에 대해 김철 과장은 “학교에 대한 일종의 ‘기여’”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내에서 생산되는 좋은 원고들이 바깥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일을 막으려면 대학출판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런 활동에 대한 반대급부도 있다. 매년 말 고려대 달력 제작 사업은 다른 일반출판사가 하지 못하는 고려대 출판부만의 독점 사업으로, 출판부의 확실한 수입원이다.

고려대 출판부가 학교와 밀착하는 스타일이라면 연세대 출판부는 다른 대학까지 가서 좋은 필진을 잡는 스타일이다. 전일영 과장은 “대학출판부가 어렵다고 하는 이유는 저자 섭외를 잘 못하고 학교에서 주는 원고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 출판부는 괜찮은 저자뿐 아니라 저자의 친구·후배 교수들한테까지 이메일을 보내고 마케팅을 벌인다. 그 결과, 작년 한 해 동안 모두 11권이 문광부와 학술원 선정도서로 뽑혔다. 권당 대략 900~1000만원씩 계약이 체결되어 총 1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전 과장은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다보니 매년 기관들마다 순위가 매겨지고, 학교는 수익성을 요구한다. 그렇다고 수익성만 쫓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좋은 책이 수익까지 매워준 대표적인 사례다.

아울러 타 대학에 있는 교수들이라도 연세대 출신이라면 연세대 출판사에서 낸 책을 교재로 써달라고 부탁한다. 전 과장은 “지방대학 교수들 중 20%는 연세대 출신”이라면서 “서울 소재 뿐 아니라 지방대학, 교수 뿐 아니라 강사에게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며 적극적인 영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획”

이화여대 출판부는 학술서와 교재를 양 날개로 수익구조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수익구조의 정점에는 ‘기획도서’가 자리잡고 있다. 외국어를 비롯한 어학 교재 등은 교내 교수들은 물론 외부대학에서도 인기가 높지만, 여기서 나온 수익은 또 다시 기획도서 부분을 강화하는데 상당부분 기여한다. 대학출판부로서는 최초로 기획출판의 장을 연 <이화문고> 시리즈를 비롯, <이화학술총서>와 <내일을 여는 책>, 어린이·장애인·여성학 기획도서 등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다.

정경임 편집팀장은 이에 대해 “타 대학출판부와 차별되는 이화여대 출판부만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아서>와 함께 <글빛> 브랜드를 개발해 문예물을 내고 있다. 정 편집팀장은 이화여대 출판부의 기획 시리즈에 대해 “우리 책은 상당히 읽을 만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일반출판사와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직원 30여명, 작년 출간서적 88종 등 대학출판부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서울대 출판부는 스테디셀러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권영자 과장은 “학교에서 지원을 받지 않지만 우리 책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 권 과장은 이에 대한 가장 큰 저력으로 서울대 출판부의 ‘46년 역사’를 든다.

그동안 낸 책이 무려 1000종이 넘는데 이 책들이 꾸준히 뒷받침을 해준 덕에 지금껏 달려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멘토르>·<베리타스> 등 굵직한 시리즈물을 쏟아내고 있으며, <한국의 탐구>를 비롯해 박물관 강좌 기획 시리즈 등도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랐다.

권 과장은 “<한국 고미술의 미래>는 저자인 김원룡 교수가 돌아가셨지만 이번에도 1000부를 새로 찍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 과장은 “대학출판부는 학자들의 연구를 출판하는 게 1차 목표지만, 수익성을 무시할 수 없어 조화를 이루는 게 숙제”라면서도 “상업서적들과 차별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대학신문 기자 (news@unn.net) | 입력 : 07-09-03 오후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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