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대, '일반대 전환' 몸부림
대학가 산학협력 등 현장 중심 교육 보편화
"시대 변화 맞춰 대학 구분 없애고 경쟁해야"
최근 윤진식 전 총장의 이임으로 치러진 서울산업대 총장 선거에서 후보 3명이 공통적으로 산업대의 일반대 전환 문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총장으로 당선된 노준형 전 장관을 비롯해 3명의 후보 모두 이 사안을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내세우며 서로 자신이 해결하겠노라고 한 표를 호소했다. 선거 결과 대외적인 역량이 있는 장관 출신 후보가 최종 선택된 데도 이 현안에 대한 구성원들의 기대감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대 중의 산업대로 불리며 100년의 역사를 바라보는 서울산업대에서 일반대 전환의 목소리가 거센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대 "너도나도 특성화"…산업대 구분 모호
대학 사회가 서로 영역 구분 없이 생존 경쟁에 내몰리면서 일반대와 산업대의 차별성도 모호해지고 있다. 산업대는 고등교육법상에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할 산업인력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요즘 대학가에서 부르짓는 우수 인재 양성 목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산업대는 일반대 보다 사회적으로 저평가 되고 있으며 규제로 인해 자유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산업대 구성원들은 호소한다. 지금까지 산업 인재의 산실로 제 역할을 해 왔지만 이제는 산업대의 굴레를 벗겠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류근옥 서울산업대 기획처장은 "일반대학도 연구 중심으로만 가는 게 아니라 산학협력 등 현장 중심 교육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즉, 산업대의 모델을 일반대가 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대만 제도적으로 차별을 받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시장이 변화하면서 산업직 근로자들마저 일반대학에서 흡수하고 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대 굴레 탓 역량 발휘 못해
산업대의 경우 일반대학원 설치가 불가능해 우수한 교수진과 학부생을 보유하고도 이들의 능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없다는 불만이 계속 제기돼 왔다. 현재 서울산업대가 운영 중인 IT정책전문대학원이나 철도전문대학원 등은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등록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교수들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대학원 인력을 양성할 수 없기 때문에 연구 역량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그 이유로 국가의 BK21사업이나 굵직굵직한 국책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박사급 인재를 양성하지 못한다는 점은 학교 역량을 평가하는데도 치명적이다.
심지어 일반대 총장은 장관급이지만 산업대 총장은 장관 출신이어도 차관급으로 여기는 등 차별적인 요소가 적지 않다고 산업대 관계자는 전했다.
◆사회적 편견으로 자긍심 저조
산업대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문제다. 산업대의 교육 역량을 믿고 지원한 학생들이 상당수 학교가 갖고 있는 산업대라는 이미지 때문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률 면에서 일반대학에 뒤지지 않지만 일반대와는 아예 다른 선상에서 다뤄지지 않기 때문에 이같은 인식을 개선할 여지를 갖는 것도 쉽지 않다. 류 처장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산업대임에도 공들여 길러낸 인재들이 산업대라는 인식 때문에 자신의 학교에 자긍심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과연 이게 바람직한 운영이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일부 산업대의 경우 교명을 변경함으로써 이미지 개선 효과를 노리고 있지만 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학교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전국산업대총장협의회를 중심으로 산업대 철폐를 골자로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 요구안 마련에 들어간 상태.
반면 교육인적자원부는 산업대 체제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산업대 설립 취지에 맞춰 산업 인력 양성을 특성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유정기 교육인적자원부 대학정책과 사무관은 "지금으로서도 대학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산업대를 폐지하지는 못할 망정 일반대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류 처장은 "일반대 보다 나은 대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일단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해주고 여기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일반대 전환 문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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