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박사 ‘남발’···공적보다 대학의 ‘필요’따라
줄대기용 인상 못 벗어. 자체 세부기준 마련 필요
특별한 기준 없이 시행되는 명예박사학위 수여제도에 대학이 납득할 만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명예박사’는 말 그대로 명예로운 사람에게 주는 박사학위로, 수여자는 물론 대학의 명예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증표다. 하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아무에게나 줄 수 있는 박사학위’로 전락, 남발되는 명예박사학위가 오히려 대학의 명예를 떨어뜨린다는 비난 목소리도 높다.
◆애매모호한 고등교육법 규정 그대로 차용=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 47조(명예박사학위의 수여)는 ‘명예박사학위는 학술발전에 특별한 공헌을 하였거나 인류문화의 향상에 특별한 공적이 있는 자에 대하여 대학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수여할 수 있다’고 자격을 설명하고 있다.
‘학술발전에 특별한 공헌’과 ‘인류문화 향상에 특별한 공적’ 등 시행령 제47조가 불분명하게 규정한 조항은 대학이 학칙에서 자세하게 규정해야 한다. 하지만 대학은 애매모호한 시행령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경희대는 대학원학칙 제33조에 ‘학술발전에 특별한 공헌을 하였거나 인류문화의 향상에 특별한 공적이 있는 자’로 규정했다. 고려대 대학원 학칙 39조 역시 ‘우리나라 문화, 학술 및 사회발전에 특수한 공헌이 있거나 인류문화 향상에 공적이 현저한 자’가 기준이다. 연세대는 대학원 학칙 및 내규 및 시행세칙 제 7조에 ‘우리나라 학술과 문화에 특수한 공헌을 하였거나 또는 인류 문화 향상에 특수한 공적을 나타낸 자’라고 규정했다.
유기홍 열린우리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명예박사는 무려 1200여명에게 수여됐다. 1970년 3월 정부가 수여 남발을 막고자 ‘명예박사학위 수여승인규정’을 제정하고 통제하자 90년대 중반까지 감소했지만, 90년대 중반이후 대학 간 무한 경쟁이 시작되자 또다시 급증한 것. 대학은 여전히 기부금과 명예박사학위와의 관련성을 부인하지만 대학들 간 경쟁이 심해질수록 돈줄을 쥔 기업가들이 박사가 되는 일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회적 상식에 맞는 수여기준 필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문의 발전에 대한 기여보다 대학에 얼마나 도움을 주었는지가 명예박사수여 기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대학이 자율로 결정할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대학학무과 관계자는 “진짜로 박사학위를 주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명예’ 박사이기 때문에 교육부가 굳이 대학에 이런 저런 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유기홍 의원측은 “명예박사가 강의를 하거나 하지 않아 교육부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며 “하지만 대학이 사회적 상식에 맞게 수여 기준을 손질하고, 자체적으로 안팎에서 납득할 만한 세부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황희란 연구원은 “대학이 정·재계 인사와 인맥을 형성하기 위해, 혹은 명예박사를 받는 사람의 정치·경제적 영향력 등이 대학에 얼마나 도움을 주느냐를 자체 수여기준으로 정해 문제”라 지적하고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게 혹은 학자로서 연구자로서 사회적인 발전 등에 기여한 사람에게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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