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대학가 불법복사물 단속 시작됐지만...
대학·학생 인식부터 바뀌어야 문제 근절
“물리 하나, 화학 하나 주세요. 솔루션은 나왔나요? 언제 오면 되요?” 연세대 공학관 1층 복사실 창구에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수업교재를 사기 위해서다. “솔루션은 만들면 연락줄께요. 여기에 핸드폰 번호 적어주세요” 직원이 받아놓은 연락처는 벌써 수십명이 넘는다. 다음 학생은 아예 2학기 시간표를 통째로 내보이며 필요한 책을 주문한다. 복사실 뒤편으로 제본을 마친 복사책이 수북하게 쌓여있고, 복사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불법복사 행태 지능화·전문화 우려= 9월 2학기 개강과 함께 문광부의 ‘대학가 불법복사물 단속’이 시작됐다. 문화관광부·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저작권보호센터·대한출판문화협회·한국복사전송권관리센터가 지난달 30일부터 시작한 단속은 오는 17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단속반은 지난 1학기 전국 대학가주변 불법복사물을 집중 단속해 모두 4500여점을 적발했다.
단속을 저작권보호센터 오프라인팀 신재호 씨는 “대학 내 복사실 뿐 아니라 전문적으로 불법복사를 하는 경우도 상당수 늘고 있다”고 말했다. 수법도 교묘해지고 지능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3년 전만 하더라도 제본을 미리 해놓고 파는 경우가 많았는데 단속이 심해지니 창고로 많이 들어갔다. 전단지를 뿌려서 광고하고 퀵으로 배포하고 사라져 버리기도 해 적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짱영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신씨는 “차라리 벌금을 내고나서 그 이상 벌어보겠다는 곳이 많아 단속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불법복사물 피해 한 해 수백억···인식전환 시급= 산업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가 불법복사 한 해 피해액은 대략 340억 규모에 달한다. 매해 정부와 저작권단체게 대학가 불법복사 단속에 나선 결과, 적발한 전권복사(한 권을 통째로 복사하는 것)만 해도 한 해 2만권을 넘는다. 그렇지만 단속에 걸린 불법복사물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대한출판문화협회 기획홍보부 장영태 차장은 “전문도서는 책이 안 나간다. 1년에 1000부 발행하는 책을 만들려면 3년 정도 걸리는 게 기본인데 나오면 모두 복사해버린다”며 “박영사, 법문사처럼 큰 출판사 몇 곳 빼고 대부분 영세한 업체다. 다들 ‘죽겠다’는 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아울러 “책값이 너무 비싸다”는 학생들 주장에는 “시중에 있는 외국 원서들이랑 비교해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지난 6월 29일 불법복사물에 대한 규정이 친고죄에서 비친고죄로 저작권법이 바뀌면서 대학 내 서점과 대학교재 출판사 등 불법복사물로 피해를 입은 곳의 신고가 이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대해 관련 저작권단체들은 “단속과 신고만으로는 절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장 차장은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갑자기 끊기는 어렵다. 어느 한쪽만 해서도 안 된다. 인식을 확산시켜서 피해를 최소로 하면서 문제를 줄여여 하는데, 무엇보다 대학과 학생들의 인식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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