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장 세력의 외국인 인질은 분쟁지역에서 정치협상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탈레반은 한국인 23명을 납치해 42일이라는 장기간 인질협상로 국제사회와 언론에 자기주장을 마음대로 요구했다.
한국정부는 이미 2004년 이라크에서 김선일씨가 납치, 참수당한 사건의 충격이 있다. 아프간 인질사태로 전 국민이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처음부터 정부는 인질의 생명안전과 협상환경을 위해 탈레반에게 매달린 격이 됐다.
인질사건이 일어 난지 3일째인 지난 7월 21일 노무현 대통은 CNN과 국내TV방송을 통해 인질의 조속한 석방과 안전한 귀환을 촉구했다. 외교통상부와 국정원의 인질석방을 위한 전방위 외교노력과 국정원의 위험한 현지비밀협상노력으로 한국인 인질 23명 중 2명의 희생이 있었지만 테러사상 처음으로 인질 전원이 무사히 석방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협상을 주도한 주무부서가 청와대 국가안보회의, 외교통상부, 국정원 등으로 바뀌는 것처럼 보여 매우 혼란스러웠다. 예를 들면 정보담당수장이 협상현장을 주도한 것은 안에서는 국민의 신뢰라는 긍정적인 면으로 얻은 것이 있지만, 밖에서는 정보의 노출로 잃은 것이 많다.
이제 우리정부는 국제사회에서 국제적 합의인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부담을 지게 됐으며 신뢰성을 잃었고, 국가경쟁력과 교섭력은 약화됐다.
우리는 안에서 얻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밖에서 잃었다.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정부는 테러조직과 협상한다는 것은 외국인 피랍사건을 증폭시키는 결과가 된다는 이유로 테러조직과의 협상을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아직도 민간이 2명이 피랍된 독일정부는 테러조직과 협상불가원칙을 지키고 있다. 이번 인질사태에서 부시행정부와 카르자이정부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인질들이 석방된 후에는 국제사회는 테러조직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강조하면서 간접적으로 우리의 대면협상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과 아프간 정부가 불법테러단체로 규정한 탈레반과 우리는 대면협상을 한 것이다.
이번 대면협상은 우리정부가 탈레반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간접적으로 탈레반의 실체를 인정하는 결과가 됐다.
더욱이 마지막에 탈레반은 수감자 동료 석방요구를 철회하면서 극적인 석방연출을 해 19명 인질전원을 거의 동시에 석방했다. 이는 탈레반은 무자비한 테러조직이 아닌 정치조직이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며, 우리는 여기에 당한 꼴이 됐다.
이면협상합의인 ‘몸값’ 지불도 의심의 대상이다. 지금 탈레반의 테러행위는 아프가니스탄의 부족들에게는 부패한 카불정권이나 기독교군대인 미군과 싸운다는 반미·반기독교 사회운동의 성격으로 발전하고 있다. 즉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는 남부지역의 부족들이 외국인 납치를 탈레반의 기독교군대에 대한 이슬람의 성전의 한 방법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이제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신뢰성을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번 아프간 인질협상으로 너무나 많은 대가를 지불했다. 지금은 국제사회에 대해 우리의 인질들이 석방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을 진솔하게 감사해야만 한다. 그리고 독일인 인질들이 우리처럼 무사히 석방돼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도록 기도해야 한다.
아울러 지금은 국제사회에 미안한 마음을 가질 때이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중동의 이슬람국가들에게는 모든 한국인의 봉사활동이 선교활동으로 알려지게 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