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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보직 기피 확산
교수 연구역량 강조 시대..편견도 한몫
서울의 H대는 최근 갑작스럽게 두 개 부처 처장이 공석이 됐다. 일신상의 이유로 보직을 맡았던 두 교수가 처장 직 사표를 냈다. 학교 구성원 사이에서는 이들이 보직을 맡으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학생을 가르쳐야 할 교수 신분으로, 총장과 함께 다양한 학교 현안을 챙겨야 하고 이 과정에서 터져 나온 의견 갈등이 사퇴의 결정적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사표를 내는 돌출 상황은 아니더라도 대다수 보직 교수들은 "처장 직은 희생 없이 해낼 수 없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학교 발전과 직결되는 만큼 연구 못지않게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열정을 쏟아 부어야 된다는 하소연이다. '대외적 경력'을 쌓기 위해 보직을 담당한다는 다른 구성원들의 잘못된 눈초리도 이들을 힘겹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직 맡으면 "총장 나가려나 보다…"

서울의 A사립대에서 보직을 맡고 있는 B교수는 "예전처럼 보직해서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마디로 욕만 먹는다"며 불만을 토했다.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임기를 버티는데도 일부에서는 "총장에 나갈 때를 대비 하는 것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 일쑤라는 설명이다.

다른 대학도 비슷한 분위기다. 격무 부서로 손꼽히는 입학처장을 맡고 있는 모 교수의 경우에도 보직을 맡지 않는 다른 교수들로부터 보직을 맡는 게 (후일) 뭔가를 기대해서가 아니냐는 시선이 느껴져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교수로서의 본업을 제쳐두고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데도 순수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게 큰 불만이다. 광운대 대외협력처장을 맡고 있는 권태한 교수는 "벼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보직을 맡는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학교라는 조직의 유지 및 성장을 위해 짐을 나눠가지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9 TO 6' 근무에 연구는 꿈도 못 꿔

보직교수들은 행정직원들과 함께 근무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9 TO 6'(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일과를 소화하고 있다. 대학이라는 조직 자체가 상명하복이 아니기 때문에 수시로 열리는 회의도 큰 부담이다. 기획처, 교무처, 입학처 등은 처장들 사이에서도 격무 부서로 손꼽힌다.

최근 입시와 관련 교육부와 대학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입학처장들은 자신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학교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도 겪고 있다. 교육부와 그 뒤의 보이지 곳, 타 대학의 움직임, 내부 구성원 등 이해가 엇갈리는 각각의 집단을 염두에 두고 적당한 답을 골라야 한다는 것.

보직을 맡음으로써 강의나 연구실적 평가에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보직을 하는 동안 생기는 학문 공백이 본연의 자세를 잃게 하지는 않을까하는 고민도 적잖다.

성균관대 성재호 입학처장은 "개인적으로는 보직을 맡으면 어떤 결과를 내고 만족할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접근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연구가 등한시 될 수밖에 없다"며 "매년 5~6편씩 논문을 쓰곤 했는데 공백이 길어지면 그런 감각이 무뎌질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숙명여대의 박천일 입학처장도 "입학처의 경우 굉장히 열정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보직"이라며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공세적인 입학홍보가 필요하고 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입시를 치르면서는 또한 공정하고 엄격한 관리를 해야 하므로 실수를 용납하지 않아 여러 면에서 정신과 몸의 집중, 몰두가 필요한 일"이라며 어려움을 풀어놓았다.

▲"봉사한다는 맘 없으면 힘들어"

모 대학 교직원은 "대부분의 교수들이 보직을 맡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며 "하지만 총장 등이 삼고초려하면서 부탁하면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것 같다"는 얘기로 교수집단내의 보직교수 기피현상을 전했다. 보직을 맡고 있는 교수들도 "보직"은 "희생을 감수한 봉사"라고 강조했다.

정경원 한국외대 교무처장은 “과거에는 보직을 맡으면 연금혜택도 있었지만 대부분 없어졌고 오히려 교수들의 연구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금 혜택이나 각종 학술대회 참가에 따른 지원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학자로서 남는 게 저술인데 그 마저도 희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대학가에서는 종종 직원에게 처장 직을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곤 한다. 하지만 대학이라는 곳이 일반 사기업과 다르게 학문을 생산해내는 곳인 만큼 모든 행정도 학문생산을 위한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직원들에 모든 일을 맡기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대신 교수와 행정직원이 각각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직을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행정직 출신인 박용부 성균관대 총무처장은 “교수들이 보직을 기피한다고 행정직원들이 모두 대신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교수가 맡아야할 자리고 있고 행정직이 맡아야 할 자리가 있는 만큼 학생 지도나 학사업무 등은 교수 위주로, 순수하게 행정 분야인 재무, 관리 분야는 행정직이 투입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직교수들은 자신들이 학교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보직을 통해 학교의 행정부분을 업그레이드하고, 학교 역량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보직에 따른 혜택을 바라기에 앞서 학교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게 현직 처장들의 얘기다.
부미현 기자 (mhbu@unn.net) | 입력 : 07-09-14 오전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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