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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해외 교수 평가제' 확대
이장무 총장-그루스 막스플랑크재단 이사장 대담


서울대 이장무 총장·그루스 獨 막스플랑크재단 이사장 대담 李총장 “서울대가 세계적 연구중심대학 되려면 법인화 돼야” 그루스 이사장 “獨, 4년전부터 매년 3개大 뽑아 더 많이 지원”

“대학이 발전하려면 자율성이 첫 번째 조건이다. 그 다음엔 잘하는 대학에 더 많은 지원을 해주는 ‘수월성(秀越性)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과학은 민주주의 원리가 적용되는 분야가 아니다.”(피터 그루스·Peter Gruss·독일 막스플랑크재단 이사장)

“능력 위주로 교수를 평가하고 대우를 달리하는 경쟁체제의 도입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다. 자연대와 공대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해외 석학의 평가를 모든 단과대학으로 확대할 예정이다.”(이장무 서울대 총장)

‘서울대-막스플랑크 연구소 공동심포지엄’ 참석차 서울대를 찾은 피터 그루스 독일 막스플랑크재단 이사장이 5일 서울대 이장무 총장과 만나 ‘과학기술 발전과 대학의 과제’를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두 사람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경쟁체제와 자율성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루스 이사장은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석학을 서울대 석좌교수로 초빙하겠다는 이 총장의 제의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장무 총장=과학기술은 학문의 영역, 지리적 영역을 뛰어넘는 체제로 가야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서울대-막스플랑크 연구소 공동심포지엄을 통해 한국과 독일의 석학들이 최첨단의 연구결과를 놓고 정보를 교환한 것은 한국의 과학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것이다.

▲그루스 이사장=과학은 과학자에 의해 주도돼야 한다. 이를 위해 과학자들이 서로 잘 알아야 한다. 막스플랑크재단 연구소에서 외국 연구자 중 한국인의 비율이 가장 높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연구자들이 우리와 같이 연구했으면 좋겠다.

▲이=최근 한국 이공계 대학에서는 교수 승진과 테뉴어(종신교수직) 심사가 강화되는 등 경쟁체제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자연대, 공대에서 부분적인 연봉제와 성과에 따른 월급을 차등지급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과학기술 연구기관의 내부 경쟁체제를 어떻게 보는가.

▲그루스=업적 기반의 평가시스템을 도입하는 일은 축하할 만한 일이다. 독일도 초기엔 힘들었지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독일 전역의 80개 막스플랑크 연구소도 2년마다 외국 평가단이 심사를 한다. 정부가 지원하면서도 간섭하지 않는 것은 이처럼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 때문이다.

▲이=자연대와 공대가 외국 석학들로부터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를 모든 단과대로 확대하고 싶다. 교수 개인에 대한 평가는 학교에서 하되 학과나 단과대 평가는 외부에서 받는 식을 생각하고 있다. 자연대는 교수 승진 시 외국 석학 5~10명으로부터 평가서를 받게 한 바 있다. 현재 각 단과대학 별로 실시하고 있는 교수 평가기준을 모아 책자로 만들고 있다. 서로 자극을 받게 해 대학 전체의 개혁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그루스=교수 평가에서 연구업적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교육이 소홀해질 수 있다. 교육과 연구를 절묘하게 균형 잡는 게 중요하다.

▲이=어렵지만 균형을 갖추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근 한국 대학에서는 교육과 연구의 유연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법인화를 추구하고 있다. 서울대가 세계적인 연구 중심대학이 되기 위해서도 자율권과 유연성이 보장되는 법인화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루스=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첫째가 자율성이다. 수월성은 그 뒤에 가능하다. 잘하는 대학에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 독일도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막스플랑크 연구소와 달리 독일 대학은 모두 같은 수준이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어 문제다. 독일 정부는 4년 전부터 전체 대학 중 3개 대학을 뽑아 더 많이 지원하는 수월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2주 내에 올해 지원대학이 선정될 것이다.

▲이=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은 늘 단 하나다. 그것도 국제적 수준이어야 한다. 과학기술은 원래부터 국제적 경쟁을 해야 하는 분야다. 잘하는 곳에 더 많은 지원은 당연하다. 막스플랑크 재단의 연구소들은 기초연구성과의 상업화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 대학에서도 그와 같은 성과를 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그루스=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오늘날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낳았다. 나는 모든 기초연구는 결국 사회에 필요한 기술을 낳을 것으로 확신한다. 지식을 돈으로 전환시키려면 첫째로 전담 조직과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1986년에 기술이전 전담기업을 만들었다. 이들이 연구자들에게 특허나 벤처창업에 대해 조언을 한다. 그 결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8200건의 특허와 75개의 연구소 창업기업이 생겼다. 이를 통해 연구소는 매년 2000만달러(약 180억원)의 로열티 수입을 거두고 있다. 두번째로는 벤처캐피털이나, 연구소 창업기업이 상장할 수 있는 주식시장과 같은 제도적인 부분이다.

▲이=지금까지 연구성과의 상업화는 응용기술에 집중됐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기초과학이 더 중요하다. 앞으로 파격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상품이 세계 시장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 상업화보다는 기초연구를 더 육성해서 창의적 분위기가 넘치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막스플랑크 재단에서 배출한 31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그 증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루스=막스플랑크 재단에서 많은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 것은 무엇보다 상위 10%의 뛰어난 두뇌들이 과학분야로 입문한 덕분이다. 두번째 조건은 과학을 장려하는 사회환경과 안정적인 지원이며, 셋째는 우수한 사람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경쟁체제였다. 과학은 민주주의 원리가 적용되는 분야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평준화만 가져온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80%가 40대 이전에 연구업적을 냈다. 최근엔 젊은 연구자들이 더 많이 연구소로 오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그 점에서 한국 대학은 희망이 있다. 한국에는 박사의 75~80%가 대학에 있다. 또 매우 뛰어난 젊은 연구자들이 많다. 대학은 여러 학문분야가 함께 있어 융합연구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서울대는 내년부터 각 분야를 이끌어가는 세계 석학 20명을 해외 석좌교수로 초빙할 계획이다. 2~5년간 1년에 몇 개월은 서울대에서 학생을 가르치게 하는 것이다.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노벨상 수상자 3명에게 이를 제안했다.

▲그루스=좋은 방법이다.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는 연구원이 자신의 시간의 20%를 다른 데 쓸 수 있게 계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서울대로 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조선일보)
관리자 기자 (news@unn.net) | 입력 : 07-10-08 오전 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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