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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신일 교육부총리
“‘평준화’는 보편적 정책…학자때 소신 꺾은 적 없다”
재정지원사업 통폐합 ‘선택과 집중’추구…10월말 시안

참여정부 내내 대학과 정부는 ‘자율성’, 그 중에서도 ‘학생선발권’을 놓고 대척점에 섰다. 특히 2008대입제도가 처음 도입된 올해에는 내신실질반영률을 놓고 교육부와 대학 간에 극한 대치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교육학자에서 교육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신일 부총리는 이 와중에 학자로서의 소신을 꺾었다는 비판까지 받아야 했다.


김 교육부총리를 지난달 27일 단독으로 만났다. 김 부총리는 “상급학교가 자체의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면 하급학교 교육은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 학자로서의 내 소신”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대학은 들어온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시켜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갔으면 한다”며 “연구뿐 아니라 교육역량을 높이는 데에 지원을 늘리고 그 부분의 경쟁도 강화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달 말까지 대학 재정지원사업 재설계의 기본 방향을 내놓을 방침이다.


- 우리나라 교육은 고등학교도, 대학 입시도 ‘평준화’가 첫 번째 화두이다.


“‘평준화’라고 하면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정책을 우리만 하는 것처럼 인식되곤 하는데, 그건 아니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세계 어느 나라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학교에 다니게 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다만, 정책으로 그렇게 이름을 정한 적은 없고, 언론에서 쓰기 시작해서 ‘평준화’란 용어로 정착된 것 같다.”


- 고등교육 단계에서도 ‘평준화’라는 말이 성립되나?


“유럽은 고등학교 졸업시험 같은 것을 쳐서 합격한 사람에게 대학 입학 자격을 준다. 우리식으로는 평준화라 얘기할지 모르겠다. 대학별로 시험을 치지 않고 학생들이 여기저기 선택하면 그 중에서 데려가니까. 이번에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그걸 좀 개혁하겠다고 하니까 워낙 사회적인 반론이 커서 주춤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평준화니 뭐니 하는 것이 너무 우리만 독특하게 하는 것처럼 인식되는 것 같다.”


- 교수로 있을 때와 지금 생각이 똑같다곤 보지 않는다. 대학에 학생선발권을 100% 위임 못하는 이유가 뭔가?


“그렇게 얘기하면 섭섭하다. 내 제자들과 동료들은 안다. ‘김신일’이 평생 주장하던 것을 정부 일을 맡아서 하고 있다. 지금의 입시 제도를 95년 교육개혁위원회가 만들었다. 당시 여러 대학의 총장, 입학처장과 논쟁하면서 이 제도를 만드는 데에 나도 한 역할을 했다. 참여정부뿐 아니라 국민의 정부나 문민정부가 같은 방향의 입시정책을 정했고, 세 정부가 계속해서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 물론 우리는 아직 목표만큼 못 갔다.”


- 그 목표는 어떤 것인가?


“간단히 얘기하면 결국 이렇다. 고등학교가 정해 놓은 교육과정을 가지고 정상적으로 교육을 하게 하자. 대학은 그걸 존중해서 뽑자. 유럽이 딱 그렇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같은 시험은 말 그대로 자격시험이다. 미국도 기본적으로는 유럽과 큰 차이가 없다. 학생부가 중심이고, 수능에 해당하는 SAT가 작용한다. 대학의 특성에 따라 학생을 뽑고 싶다면, 거기에다 면접이나 에세이 등을 본다. 우리도 그건 대학들 보고 다 하라는 거다. 우리는 유럽보다는 미국 쪽에 좀 가깝다. 그런데 아직 그 수준까지는 못 갔다.”


- 교육부에서 강조하는 것은 학교 성적을 더 많이 반영하라는 것 아닌가?


“그거야 (대학들이) 안 하니까 그런 거다.”


- 그렇다면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되나?


“우린 중학교, 고등학교 다 시험 쳐서 들어간 세대이다. 초등학교 다닐 때도 ‘태정태세문단세…’나 외우고 다녔다. 요즘 초등학교 가 보면 아주 다르다. 아이들이 정말 다양하게 책도 읽고 체험학습도 하고, 저희들끼리 어울려 놀고…. 우린 시험 공부하느라 그런 것 못했다. 어느 경우나 상급학교가 자체의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면 하급학교 교육은 제대로 못한다.”


- 교육제도만큼은 아직도 군사정권 시절을 못 벗어났다는 인상을 많이 받는다.


“우리도 첫출발은 유럽이나 미국하고 똑같았다. 1950년대에는 대학에 정원이 없었다. 마음대로 뽑게 했다. 사회는 기대를 하고 자유를 줬는데 대학은 그렇게 못했다. 등록금 받아 학위 장사하고, 일부 대학이 영어·수학 중심으로 뽑으니까 고등학교가 ‘영수학원’이 되어 버렸다. 국민들 원성이 얼마나 높았나. 어쩔 수 없이 군사정권이 들어오면서부터 국가가 해야겠다, 이렇게 해서 (국가 통제가) 시작된 거다. 앞으로는 대학 모집요강에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하기보다 폭넓게 자율성을 보장하는 가운데 대학의 이해와 협조를 구할 것이다.”


- 그래도 내신 반영률을 재정지원사업에 연계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다.


“초·중등교육의 자율성까지 해치면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는 없다. 일부 대학이 학생부 영향력을 사회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약화시킨다면 행·재정 지원과 연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다만 그 방식은, 학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대학에 더 많이 지원하는 쪽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정상화 기여 여부는 2008학년도 전형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사회적으로 대표성을 갖는 위원회에서 판단할 것이다.”


- 화제를 바꾸어서, 내년 고등교육 예산이 1조원 늘어났다.


“그건 이 정부의 큰 업적이다. 하지만 절대로 그냥 나눠주는 방식은 아니다. 소위 ‘선택과 집중’으로 간다. 연구뿐 아니라 교육역량을 키우는 데에 지원을 늘리고 그 부분의 대학간 경쟁도 조금 강화한다. 그래서 역량을 제대로 키울 수 있는 쪽에 집중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다.”


- 그래도 고등교육 재정은 OECD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대학 교육을 국제 수준에 맞게 획기적으로 혁신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확대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정부가 쓰는 돈은 결국 국민이 낸 세금이다. 조세부담률이 올라가야 전체 파이가 커지는데, 어느 정부라도 국민 세금을 늘린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법 제정 역시 정부 예산 사정뿐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 조성이 필요하다. 앞으로 이런 분위기 조성에 노력하겠다.”


- 수도권대학 특성화사업 등 내년에 끝나는 대학 재정지원사업이 많다.


“고등교육재정 1조원 추가 확보와 맞물려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발전적인 재정지원 방식이 모색되어야 한다. 기존 사업을 연구, 교육 및 산학협력 등으로 그룹화하고, 유사·중복 사업은 각 그룹에 통폐합하는 것을 재정지원사업 재설계의 기본방향으로 잡고 있다. ‘선택과 집중’에 의한 지원 방식을 지속하되, 사업단 위주에서 벗어나 대학 단위 지원이 균형을 유지하도록 할 방침이다. 10월 말까지는 시안이 나올 것으로 본다.”


- 고등교육평가원 설립 법안이 국회에서 장기표류하고 있다.


“지금처럼 대학 총장이 회원인 대교협에서 대학평가를 맡게 되면 중립적, 객관적 평가가 어렵다. 대학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투입 위주의 평가, 재정지원과의 비연계 등으로 평가를 거부하는 대학도 발생하고 있다. 대교협 등 대학자율협의체, 외부평가단이나 학술진흥재단 같은 정부출연기관이 평가를 담당하는 대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독립성 및 전문성,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정기국회에는 꼭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지방 사립대가 외국 학생들을 많이 데려오는데, 국립대 수준에 맞추다보니 등록금을 반만 받는다.


“그거야 그 대학의 선택의 문제이지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상황은 아니다. 다만, 정부로서는 제대로 돈을 내고 와서 공부하고 갈 학생들을 늘리는 데에 신경을 쓰고 있다. 소위 ‘유출유학으로부터 유치유학으로’ 바꿔보자는 것이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5년간 500명의 국비유학생을 보내기로 했다. 여기서 문제는, 제돈 다 내고 공부하러 오니까 정말 어느 나라에 가서 배운 것보다 제대로 가르쳐주더라, 이래야 되지 않겠느냐. 그냥 학위나 받으러 온 게 아닌 이상 말이다. 그래서 제대로 가르치자고 대학에 당부하는 거다. 이제 우리끼리의 경쟁이 아니고, 정말 국제경쟁력이다.”


- 임기가 4~5개월 정도 남았다.


“역시 우리나라 대학의 질을 높이는 것이 최대 과제이다. 우리가 길러낸 학생들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인정받을 수 있어야 외국에서도 자기네 돈 들고 와서 공부해야겠다는 사람이 생긴다. 이게 교육의 국제경쟁력이다. 중·고교는 정부와 교육청이 열심히 관리할 테니까 대학은 들어온 학생들을 좀 국제경쟁력 있게 교육하는 쪽으로 갔으면 한다. 그건 우리가 지원하겠다. 남은 임기 동안 대학의 질을 높여서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데 열심히 노력하겠다.”


대담 : 이인원 본지 회장 / 정리 : 권형진 기자 / 사진 : 한명섭 기자

 

권형진 기자 (jinny@unn.net) | 입력 : 07-10-15 오후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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