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는 지난 9월 법대 교수 16명을 신규 임용했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한국외대의 로스쿨 특성화 전략이 자연스레 눈에 잡힌다. 외교관 출신을 비롯해 인도와 중국에서 외국인 교수를 영입했고 학부에서 포르투칼어, 베트남어 등을 전공하고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교수를 발굴했다. 한국외대는 외국어와 지역학을 바탕으로 한 국제지역법전문변호사 양성을 로스쿨 특성화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 어학경쟁력·국제감각 든든한 밑천
한국외대가 국제지역법전문변호사 특성화를 표방하는 것은 이 분야에서 단단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지역대학원과 통번역대학원 외교인력 양성소로 자리매김했고 조만간 유엔평화대학원의 인권 및 국제법 변호사 관련 과정이 개설될 예정이다. 여기에다 지역학과 법학을 두루 섭렵한 교수진을 확충, 다각적인 준비를 마쳤다.
학교 측은 "법과 언어 어느 한 부분에만 정통하다고 해서는 국제법률가가 될 수 없다"”면서 "그 나라의 전통과 사고방식 등 정서를 알아야 질 높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법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학까지 교육과정에 담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신규 임용된 조희문 교수(47)의 경우 한국외대에서 포르투칼어를 전공하고 상파울로 주립대에서 국제법을 전공, 브라질 현지에서 변호사를 지낸 경력을 갖고 있다. 민사소송법을 담당하게 될 계경문 교수(51)는 학부에서 법학과 베트남어를 복수 전공한 바 있다.
외교관 출신 교수 2명도 초빙됐다. 주유엔 참사관과 주케냐 대사 등을 지낸 권종락 교수(58)와 주러시아참사관, 국제경제국 심의관, 주OECD 공사를 지낸 신연성 교수(51)는 각각 국제법과 법학을 담당한다. 권 교수는 서울대에서 외교학을, 프래쳐스쿨에서 국제법학을 전공했고 신 교수는 고려대에서 법학을, 하버드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다. 인도와 중국 출신의 외국인 교수 2명도 교수진에 합류했다.
이와 함께 교육 커리큘럼에서도 차별화에 나선다. 헌법·민법·형법 등의 법 일반 과목과 특성화 과목을 절충시킨다는 방안이다. 특성화 과목은 영미, 유럽, 중동, 동남아 등 지역별로 세분화해 각 지역법은 물론 지역학까지 심도 높은 강의를 제공하게 된다.
한국외대가 구상하는 국제지역법 전문가는 국제 통상 분야도 포괄하고 있다. 최근 세계 여러 나라와 활발하게 FTA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적인 법 상황에 능통한 전문가 확보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변해철 법과대학장은 "기업들의 활동 무대가 국내에서 전 세계로 확대된 만큼 기업 간 국제분쟁이 끊이지 않고 분쟁의 형태 역시 다양화되고 있다"면서 "특히 국제통상무역 전문가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 로스쿨 유치 위해 전교적 역량 집중
한국외대는 로스쿨 준비를 위해 교직원을 비롯해 동문들도 힘을 한 데 모으고 있다. 박철 총장을 위원장으로 한 로스쿨추진위원회를 비롯해 동문회장과 법인이사, 교수협의회 회장 등이 참석하는 설치자문위원회 그리고 법과대 교수와 실무직원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이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동문회는 자체적으로 법학관 신축에 20억 상당을 지원하는 등 로스쿨 유치에 대한 염원이 뜨겁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월에는 로스쿨 전용 건물이 법학관이 그 위용을 드러냈다. 지상 8층, 지하 2층인 이 건물에는 법학전문도서관, 모의법정, 전산실습실, 국제회의실 등이 들어섰다. 도서관은 2만5천종 이상의 장서를 확보하고 있다. 국제회의실의 경우 4개 국어의 동시통역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교수채용과 교육과정 개발도 마무리 단계다. 신임 교수를 포함해 모두 33명의 교수진을 확보했다. 교육과정은 국제지역법전문변호사 양성을 목표로 1차 준비를 완료했고 보완작업 중이고 전공영역별로 교재 개발에 나섰다. 한국외대는 지금 세계 각 지역에 대한 전문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목표로 로스쿨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 법조인 얼마나 배출했나
첫 여성 공안검사 등 150여 명 법조계 포진
1978년 사시 20회에 첫 법조인이 나온 한국외대 법대는 매년 10여명의 사법고시 합격자를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2006년 48회에 18명, 2005년 27회에는 14명이 법조계로 입문했다. 지금까지 외대 출신 법조인은 총 150여명에 이른다. 확인된 것만 판사 10명, 검사 16명, 군법무관 5명, 변호사 75명 등이다.
한국외대 출신 1호 법조인은 사시 20회에 합격한 윤석종 전 부장판사다. 검찰에서는 현직만 볼 때 사시 28회로 전주지검 부장검사 등을 거쳐 대검찰청 공안 3과에 재직 중인 조주태 부장검사와 조욱희 제주지검 부장검사(사법연수원 교수)가 맏형 뻘이다. 그리고 사시 41회인 서인선 검사는 최초의 여성 공안 검사로 유명하다.
변호사 가운데서도 한국외대 출신의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78학번인 정미화 변호사는 서울변호사회 인권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소액주주들을 대변해 눈길을 끌었다. 검사출신의 이상민(74학번) 변호사, 군법무관 출신의 박형석(77학번) 변호사 등이 앞장서 활동하고 있다.
김석영 국방부 전 검찰단장도 외대 출신이다. 81학번으로 지난 1987년 군 법무관으로 임관해 공군 작전 사령부 법무실장, 공군본부 법무과장, 합동참모본부 법무실장 등을 지냈다.
이밖에 김호정(사시 26회) 교수, 계경문(사시 28회) 교수 등이 교단에서 후배를 양성하는 등 각계에서 다양한 활동상을 보이고 있다.
[인터뷰] 변해철 외대 법과대학장
"세계 권역별 전문가 키울 터"
…"총정원 지나치게 제한 말아야"
로스쿨 유치 태스크포스팀 실무위원장인 변해철 한국외대 법과대학장은 "우리나라 대학들이 백화점식으로 운영되는 있는 상황에서 로스쿨만이라도 차별화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외대의 경우 외국어와 지역학에 경쟁력을 갖고 있으므로 국제지역법전문변호사 양성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변 학장은 덧붙였다.
기본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법조인을 배출함과 동시에 특성화 변호사들을 양성한다는 복안이다. 변 학장은 "국제지역법전문변호사들은 국가경제활동을 지원하고 국제기구 등에서 활동함으로써 국위선양은 물론 국제 공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외대는 국내뿐만 아니라 소위 세계의 무변촌(無辯村: 변호사가 단 1명도 없는 시,군,구)에서 활동할 수 있는 법조인을 양성할 수 있도록 관련 장학제도도 준비 중이다. 변 학장은 "한국외대의 로스쿨은 궁극적으로 브릭스 지역, 동남아 지역, 중남미 지역, 중동지역법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교육부가 로스쿨 입법취지를 살리는 방향에서 정원 정책 등을 신중하게 펼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변 학장은 강조했다. 그는 "총 정원을 지나치게 제한해서도 안 될 것이며 국가 발전과 관련해 고려해야할 문제들을 고루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미현 기자 mhbu@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