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유치 경쟁이 연일 대학가를 뒤흔드는 가운데, 로스쿨을 준비하는 대학들이 갖가지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로스쿨을 둘러싼 과열경쟁이 대학 내부로 번지면서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대학마다 양상은 다르지만 로스쿨 인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마찰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법과대학을 최우선으로 배려함에 따라 일부 학과가 불이익을 감수하는 현상이 벌어지는가 하면, 로스쿨 준비가 지지부진할 경우 학장·총장에 대한 책임론까지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연세대는 로스쿨 유치를 대비해 원주캠퍼스 법학부 교수 4명을 서울캠퍼스 소속으로 ‘겸직 발령’해 논란을 빚었다. 겸직 발령이란 서울캠과 원주캠에 동시소속됨을 의미하는 것으로, 겸직 발령을 받은 4명의 교수는 연세대 법과대학 전임교원 숫자 42명에 포함됐다. 이를 두고 “대외 선전효과를 염두에 둔 전임교원 숫자 늘려잡기”라며 편법 의혹이 일었다.
로스쿨 준비 탓에 원주캠 법학부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불만도 많았다. 로스쿨 개원시 원주캠 법학부 교수 5명중 4명이 서울과 원주를 오가며 강의하는 데 따른 수업 부실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실제로 원주캠 법학부 학생들은 “일정 비율 이상의 전임교원을 보장하라”고 주장, 수업권 보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홍익대도 학과간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로스쿨 추진과 함께 법학과·경제학과로 이뤄진 기존 법경대학이 법과대학으로 분리, 독립된 게 문제의 발단. 경제학과는 소속 단과대학이 사라져 기형적 편제로 학과를 운영해야 하는 어려움에 맞닥뜨렸다. 이에 경제학과는 지속적으로 성명을 발표해 대학 본부의 일방적 편제 개편을 비판하고 나섰다.
로스쿨 인가 신청을 앞두고 법과대학 신설에 급급, 타 학과의 입장을 도외시했다는 지적이다. 경제학과 교수진은 방중에 이어 18일에도 성명을 통해 “경제학과 교수진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은 비민주적 편제 개편을 비판한다. 기존 법경대학이 장·단기 발전계획으로 제시한 바 있는 사회과학대학 신설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서강대는 법학부 학장이 최근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로스쿨 기획위원회 위원장인 최운열 부총장이 학장직을 대행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부총장급이 로스쿨 관련 실무를 주관해 로스쿨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지만, 실은 로스쿨 추진과 관련한 책임론에 학장직을 내놓았다는 전언이다.
법학부의 한 교수는 “로스쿨 입학정원을 내부 의견 조율 끝에 최근 100명 신청 쪽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학장이 이에 앞서 ‘80명으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힌 게 문제가 됐다”면서 “때가 때인 만큼 시원하게 밝히기도 곤란한 입장이다. (학장에게 로스쿨 준비상황을 묻는) 외부 전화도 거의 받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중앙대는 박범훈 총장의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캠프 문화·예술정책위원장직 수락을 두고 학내 여론이 들끓고 있다. 대학평의원회는 16일 성명을 내 “총장의 특정 캠프 참여는 옳지 못하다.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고, 교수협의회도 23일 교수 1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를 발표, 박 총장의 정치참여에 대해 부정적 견해(60.5%)를 내놨다.
특히 예민한 사안인 로스쿨 유치와 관련해 박 총장의 행보가 도마에 올랐다. 법과대학 한 관계자는 “로스쿨 선정을 2008년 3월에서 1월로 앞당긴 것은 현 정부의 의중에 달렸음을 의미한다. 이명박 캠프 합류는 타격이 되지 않겠느냐”면서 “아무래도 로스쿨 유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김문현 이화여대 법과대학장은 “로스쿨 유치에 사활을 걸다 보니 대학들이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는 경향이 있다. 로스쿨에만 집중해 타 학과에 피해를 주는 구조는 잘못 됐다”면서 “과잉투자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인가 기준을 완화하고, 평가를 기본 인프라 부문에 한정시켜 대학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