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총 입학정원에 이어 심사기준의 신뢰성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평가항목 중 상당수가 애매모호한 ‘고무줄 기준’이라 심사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는 것. 교육부가 주최한 인가기준 설명회는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북새통을 이뤄 인가신청 거부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로스쿨 인가기준은 ‘고무줄 기준’= 전국법과대학학장협의회와 한국법학교수회는 지난 9일 정부 중앙청사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로스쿨 설치인가 심사기준의 평가항목 중 상당수는 불합리하고 자의적인 주관성이 개입한 평가지표”라고 비판했다.
가령 11월에 임용된 여교수는 여교수로 인정받지 못하고 남성교수로 취급받아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 여교수 비율이 지난해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정책연구에서는 ‘계획’평가였지만 ‘실적’평가로 바뀌었기 때문. 이미 확보한 ‘실적’은 10월 30일(신청 공고일) 기준인 반면 향후 확보 ‘계획’은 11월 30일(신청서 제출일) 기준으로 바뀌면서 생긴 모순이다.
법학전문도서관 건물은 ‘계획’ 평가지만 구비장서는 ‘실적’으로 바뀌면서 구입한 도서를 어디에 쌓아놓고 평가를 받아야 하는가 하는, 웃지 못 할 고민을 해야 한다.
평가기준이 애매모호해 심사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큰 ‘고무줄 기준’이 많은 것도 문제이다. ‘실현가능성이 있는지 여부’ ‘적절성 여부’ ‘자율성 정도’ ‘충실성 여부’ 등은 심사위원들의 판단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점수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개혁센터 소장은 “비중이 큰 ‘교육과정’의 경우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지표는 오히려 줄어든 대신 ‘교육목표’와 같은 주관적 지표는 배점을 늘려 심사위원의 주관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늘려놓았다”며 “교원 분야 역시 점수는 높이면서 연구실적 인정기준은 낮춰 실질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는 것들”이라며 말했다.
올바른 로스쿨을 위한 시민인권노동법학계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5일 오전 10시 출판문화회관에서 ‘교육부 인가기준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교육부, 로스쿨 설명회는 ‘대박’= 교육부가 지난 7일 국제교육진흥원에서 개최한 로스쿨 설치인가기준 설명회는 전국 44개 대학 25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소위 ‘메이저 대학’을 포함해 로스쿨을 준비 중인 서울 21개 대학과 지방 23개 대학이 참석했다. 동아대는 정만희 부총장이 직접 참석했으며, 일부 지방대는 학교 버스까지 대절해 올라오기도 했다.
서울지역 한 사립대 법대 교수는 “교육부에서도 막상 신청 공고를 내면 대학들도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밀어붙이는 것 아니겠느냐”며 “인가거부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아니냐고 보는 교수들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회장 고충석 제주대 총장)는 이날 성명을 내고 “로스쿨 설치인가 심사에서 ‘지역 간 균형 배치’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며 “총정원의 60%는 비수도권 지역 대학에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또 “5개로 나뉜 로스쿨 인가권역 내에서도 지역 간 균형 배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며 “광역자치단체마다 하나 이상의 로스쿨이 설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