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서 미국과 중국의 역할이 보다 커지는 ‘미·중 시대’를 준비하면서 미국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수년간 양측간의 주요 이슈가 변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하죠. 미국 사회 내에서도 중국에 대한 호오(好惡)를 떠나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중시하는 ‘중국활용론’이 대두하고 있습니다.”
정상기 외교통상부 본부대사가 중국에 특성화 캠퍼스를 설립·운영하고 있는 대진대를 13일 찾아 ‘미국의 미·중시대 준비 동향’이란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정 대사는 미국이 중국의 변화 가능성을 감지하고 대내외적 준비에 나섰다고 설명하면서, 우리나라도 대중국정책 종합연구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대사는 미국의 대중국정책 변화를 ‘중국 위협론’이 ‘중국 활용론’으로 바뀐 데서 찾았다. 그는 “2003년 경까지는 중국의 안보, 경제, 인권, 대만 문제가 양국 관계의 4대 이슈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위엔화 절상, 지적 재산권 보호, 중국제품 안전성 문제 등 다양한 형태의 경제 통상문제가 쟁점화된 반면, 나머지 이슈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문제 전문가 해리 하딩(Harry Harding) 교수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주주(responsible stake holder)로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것 ▲대중국 시나리오에 대비한 상이한 정책·전략의 동시추구(hedging)를 대중국정책의 핵심으로 꼽았다.
정 대사는 “결국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중요성이 커질 뿐 아니라 미국도 중국의 협력을 얻어야 할 사안들이 많아지고 있어 중국활용론이 부상하고 있다”면서 “작년에 미국내 각급 학교에 중국어 수업에 관한 특별예산을 신설한 게 대표적 사례다. 미 행정부가 장래 중국과의 폭넓은 관계 확장에 대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실제 행정부 차원에서도 ‘경제전략대화(strategic economic dialogue)’를 2006년 12월에 신설, 미정부 경제 분야 수뇌들이 모두 참석하고 있다”면서 “중국과 현안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으로는 고위급 대화 채널로 활용할 목적으로, 그만큼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대사는 “한·중 수교 후 15년이 지나 정부 차원에서나 재계·학계에서도 중국 관련 정보와 노하우가 상당히 축적되었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종합·분석하지 않아 우리의 대중국정책에 반영되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양한 중국 전문가들의 견해를 수렴해 정책을 검토·조정해나갈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특강을 마무리했다.
정 대사는 외교부 중국과장과 아시아태평양국장을 거쳐 미국·중국·대만·일본·싱가포르에서 총영사를 지냈다. 한·중 수교와 ASEM 정상회담 준비 등에 관한 공로를 인정받아 두차례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는 등 대중국·아시아태평양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