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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여준구 한국항공대 총장
“정부 주도 교육정책 한계 도달”
여준구 한국항공대 총장은 해외에서 잔뼈가 굵은 공학도(기계공학과) 출신이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연구와 행정경험을 두루 경험했다. 서울 공대를 졸업한 후 하와이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미국 국립과학재단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을 책임지기도 했다.

2006년 11월 한국항공대에 부임한 여 총장은 “한국에 돌아오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저의 경험을 이제 공유하고 돌려줄 때라고 판단했죠.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총장 자리는 그런 의미에서 제가 받았던 많은 것을 되돌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라며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한국항공대는 1952년 한국전쟁 중 당시엔 무척 생소했던 항공우주과학 전문 인력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그 후 4년제 국립 항공대학으로 개편(1953년), 학교법인 정석학원 설립과 함께 사립대 전환(1979년)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항공대는 2002~2007년 6년 연속 교육인적자원부 특성화 우수대학에 선정됐다. 항공우주 분야라는 독특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 덕분이다. 항공대는 여 총장 취임 후 최근 학교의 영문명을 바꿨다. 한국을 나타내는 ‘hankuk’은 ‘korea’로, 항공은 ‘aviation’에서 우주 분야까지 포함한 ‘aerospace’로 고쳤다. 국제화와 항공우주 분야를 더욱 확실히 특성화하겠다는 속뜻이 숨어 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한국항공대 캠퍼스에는 비행기 활주로가 설치돼 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여준구 총장을 만나 힘차게 비상하는 항공대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한국항공대는 특성화가 확실한 대학입니다. 이런 특성화를 더욱 발전시킬 발전전략은.

“여러 규제 등으로 지금 당장 대학을 물리적으로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저희가 계획하는 것은 교육프로그램 수출입니다. 항공대는 올해 2월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항공교육인증위원회(AABI)로부터 4개 항공교육과정 프로그램에 대해 인증을 받았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국내의 많은 대학들이 해외 유명 대학에 분교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항공대는 반대로 우리 교육프로그램을 세계에 수출할 계획입니다.”

-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들마다 입학자원 감소에 대해 걱정이 많습니다. 항공대는 경쟁자가 없다고 보이는데요. 어떻습니까.

“(웃음) 교육부도 2017년부터 그런 현상이 나타날 거라고 하는데요. 일본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구요. 항공대는 말 그대로 특성화 대학입니다. 그런 특성화가 우수한 교수와 학생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학교는 다른 대학에 비해 학생 수 감소에 대한 충격이 적으리라 생각합니다.”

- 항공대의 특성화 분야인 항공우주산업은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와 비교해 아직은 걸음마 수준인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늦었습니다. 한국이 자동차 산업에서 아무도 믿지 않던 성장을 해낸 것은 제철산업이라는 인프라가 있어 가능했다고 봅니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비전을 갖고 항공기부품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우리의 기술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도 하구요. 비행기도 자동차처럼 하나의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국가 차원에서 초기 투자나 마케팅을 지원하고 현장의 연구가 결합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 공학도로 대학경영을 책임지는 총장 역할을 수행한지 1년이 됐습니다. 어떠신가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저는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입니다. 미국과 일본을 포함해 국제무대에서 연구를 포함한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연구 기회, 학자로서 받은 많은 혜택을 이젠 학생들과 공유하고 물려줘야 한다 생각합니다. 제가 받은 것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학생들에게 환원할 것입니다.”

- 여 총장은 오랜 해외 생활을 통해 다양한 경험한 쌓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우리나라 고등교육에 대한 생각을 밝혀주신다면요.

“교육정책이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니죠. 저도 아직 배울 게 많이 있습니다. 다만 밖에서 보는 한국의 교육정책은 경제와 마찬가지로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런 정부 주도 체제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얼마 전 청와대에서 있었던 고등교육예산 투자 관련 총장 모임에 참석했을 때의 일입니다. 한 마디로 놀랐습니다.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마치 대학의 총장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대학에 교육부총리가 총장을 맡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죠. 정부는 정책이라든가 인프라 부분 등 큰 틀만 움직이면 된다고 봅니다. 세세한 부분은 총장과 대학의 리더들이 고민해서 결정해야 할 부분이지요. 대학에 자율을 주고 그에 대한 검증작업만 확실히 하면 됩니다.”

- 대선을 앞두고 미국식, 유럽식 등 우리에게 맞는 교육정책을 모색하는 논의가 활발합니다. 총장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미국이 대학교육 만큼은 '베스트'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공교육은 배울 게 없습니다. 하지만 대학교육은 미국에서 배울 게 많이 있습니다. 지방균형발전, 세계 100대 연구대학 육성 등에 대한 대책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미국의 중앙정부와 주정부과 하는 일에 대한 연구가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한국의 교육문제 중 사교육 열풍도 심각합니다. 총장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물론 공교육의 부실로 인한 사교육 시장 팽창은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사교육 열풍이 일정 부분 장점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자연자원이 없는 한국에서 인적자원은 유일하게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정부주도였든 사교육에 기인하든 높은 교육열이 인적자원 개발에 한 몫 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이런 한국의 교육열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결과론적 이야기일 지 모르지만 인적자원 개발에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생각합니다.”

-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가요.

“항공우주 산업에 있어서 외국어 교육은 필수입니다. 그렇다고 전 과목을 영어로 교육하는 것은 반대입니다. 영어를 잘 하는 학생들이 더욱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항공대는 신입생부터 ‘프리미엄 잉글리시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개 단과대학에 10여 명의 원어민 강사를 두고 영어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사정으로 등록 못하는 학생들이 없도록 특별장학제도를 금년 신입생부터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의료급여대상자와 학자금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올해 1학기에 49명의 학생들이 7천여만 원의 혜택을 받았습니다. 올해 착공한 400~500명 규모 기숙사도 2008년 하반기 완공 예정입니다. 기숙사가 있어야 학생들이 머물면서 지역 상권도 발전합니다.”

- 행정부문의 시스템 개선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설명해주시죠.

“원가관리시스템을 도입해 교수 1인당, 클래스당, 교육프로그램당 원가를 산출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점검하고 돈의 흐름도 관리할 계획입니다. 또한 교원업적평가시스템도 다시 만들고 있습니다. 현행 교육부와 모 신문사의 평가시스템으론 제대로 업적평가를 할 수 없습니다. 한국 어느 대학에 적용해도 사용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 남은 임기동안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항공대 동문들 중 560여 명이 현직 조종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 항공우주 분야에 종사하는 15%가 항공대 출신이죠. 항공우주 분야는 아직도 미래가 유망한 사업입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항공대는 블루칩 같은 대학입니다. 앞으로 한국항공대가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항공우주교육중심대학, 세계 10대 항공우주 분야 특성화 대학으로 발전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여준구 총장은...

서울대 공대 기계공학과(1981년)를 거쳐 미국 오리건주립대 대학원 기계공학과를 졸업(1983년)했다. 같은 대학에서 기계공학박사(1986년) 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와이대 기계공학과 교수(1996~2004년), 同 기계공학과 대학원학과장(1997~1999년), 포항공과대 기계공학과 초빙교수(1999년)를 역임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 책임자(2005~2006년)를 지냈으며 2006년 11월부터 한국항공대 총장으로 재임 중이다.

<대담=본지 이인원 회장 · 사진=한명섭 기자 · 정리=김기태 기자>
김기태 기자 (ktkim@unn.net) | 입력 : 07-11-14 오전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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