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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학술지원 시스템을 깨야 인문학이 산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강의에는 발디딜 틈도 없을 만큼 학생이 몰리고 인문.교양 등 취업과 관련 없는 강의는 학생수를 채우지 못해 폐강되는 경우가 속출한다. 어느덧 일상으로 느껴지는 한국 대학 강의실의 모습이다.

작년 이맘때 쯤 학계는 '이러다가 인문학이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한 자리에 모여 인문학 위기를 선언하고 학계의 자성과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오늘 여전히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학술단체협의회(상임대표 박경)는 인문학 위기를 극복하고 다음 세대의 학계를 이끌어갈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토론회를 19일 중앙대학교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다.

성공회대 김원 교수는 '학문정책과 학문후속세대'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국내 최대의 학술지원기관인 '학술진흥재단'(학진)의 문제점을 지적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현재 지식사회 구조의 중심에는 학진의 등재지 정책이 존재한다"고 규정하고 "학진 등재지에 실린 논문의 숫자로 연구성과를 평가하는 정책은 한편으로는 '학문을 한다'를 '논문을 쓴다'로 변질시켰다"고 비판한다.

그는 또 SCI(Science Citation Index.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의 문제점도 지적한다. 본래 SCI는 영어권 자연과학자들 사이의 인용지수를 나타내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한국지식사회에서 보편적인 연구 평가 기준으로 자리잡게 됐다는 것.

김 교수는 "지나치게 거대화된 학진 시스템의 견제와 축소가 필요하며, 학진이 자신있게 공정하고 합리적이라고 내세우는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지식사회에서 제기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경하 중앙대 교수는 '해외 학문지원정책 사례'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해외 인문사회과학정책을 소개하고 "한국 학계의 문제점은 학문정책 전반을 관장하는 곳이 없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 교수는 "90년대 이후 등장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인문학은 가장 소외된 분야가 됐다"며 "인문학자 수백명이 길거리에 모여 인문학선언을 하는 등 법석을 떨면 학문적 목적에서가 아니고 정치적 배려로 학진에 몇 백억의 예산을 배정하는 등의 '울어야 젖주는 식'의 지원이 이어졌다"고 비판한다.

그는 미국 국립인문재단, 영국 인문예술연구회, 프랑스 국립학술원 등의 사례를 제시하고 "한국은 우선 학문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상위의 기관이나 위원회가 있어야 한다"며 "대통령 직속의 한국과학기술위원회와 같은 급의 '(가칭)국가학문위원회'의 설립이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한국대학신문 기자 (news@unn.net) | 입력 : 07-11-18 오후 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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