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U-KAIST 통합 결정, 향후 진통 예고(종합)
KAIST 통합조건으로 ‘1200억원+α’ 요구
"통합 시너지 효과" VS "IT특성화 퇴색"
KAIST와의 통합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여온 ICU가 결국 KAIST와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학교법인 한국정보통신학원(이사장 직무대행 황주명)은 2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제46회 이사회를 열고, KAIST와의 통합을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ICU 이사회는 ▲ICU 설립취지 계승·발전 ▲(통합의)시너지 창출을 원칙으로 통합을 추진하되, 이런 원칙을 반영한 ‘KAIST의 법·정관 개정’과 ‘통합로드맵 확정’을 통합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ICU는 자체적으로 통합 추진기구를 설치한다. 다만 통합추진과정에서 상황변화가 발생하면 재정자립화나 특별법 추진 등을 논의하자고 의결했다. 이사회는 이날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허운나 총장의 사표도 수리했다. 통합에 가장 강력히 반발한 인사가 물러난 것이다.
이날 정보통신부는 'ICU-KAIST 통합 로드맵'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11월 이사회 통합 의결 ▲KAIST와의 MOU 체결 ▲양교 법인 정관 개정 ▲법인 통합 순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르면 내년 8월 통합을 완료하고 2009년부터 통합된 학교의 신입생을 뽑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향후 양 교의 통합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진 미지수다. 특히 KAIST가 통합조건으로 내걸었던 예산지원 요구가 변수로 지목된다. KAIST는 올해 초 마련한 '통합방안'에서 ICU 통합비용으로 '1200억원+α'를 요구했다. ▲ICU·KAIST 관련학과 ▲IT 관련 연구소를 통합한 'IT 컨버전스 캠퍼스'(ICC)를 설립하는데 필요한 예산 1200억원 중 900억원을 정통부에, 300억원을 과기부에 동시 요구했다. 아울러 통합 캠퍼스인 ICC운영에 필요한 예산 250억원 중 100억원은 정통부에, 150억원은 과기부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통신업계 관계자는 "정통부가 사실상 ICU를 흡수 통합하는 KAIST에 예산지원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기부 산하인 KAIST에 정통부 예산을 지원하는 일에 국회가 쉽게 동의해 줄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1993년~2005년 사이 총 11조7000억원 정도로 조성된 정보통신기금(옛 정보화촉진기금)이 현재 80%정도 집행돼 기금 고갈이 우려된다는 점도 주목된다. 정통부는 지금까지 이 기금으로 ICU를 지원해 왔다. 기금관리를 담당하는 정보통신연구진흥원에 따르면 오는 2010년이면 기금 규모가 7700억원 정도 밖에 남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ICU를 통합시킨 것도 기금 고갈 우려에 따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KAIST가 통합 조건으로, 재정 지원을 요구할 경우 정통부로선 어려운 입장에 놓일 수 있다. 'IT 인력 양성 특성화'를 내걸고 설립한 대학을 정통부 스스로 통합시키는 데다 과기부 산하 대학에 그 이상의 재정 지원을 하는 데 따른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통부는 지난 2004년 감사원이 '법적 사립대학인 ICU에 대한 정부지원'을 지적한 이후 국정감사 때마다 야당의원들의 공격을 받아왔다. 이 여파로 지난 해에는 ICU에 대한 예산이 90억원에서 70억원으로 깍인 바 있다.
유일한 'IT 특성화' 대학이 사라짐으로써 국내 정보통신학계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KAIST-ICU간 통합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란 관측과 'IT 특성화'의 장점이 퇴색될 것이란 전망이 교차한다.
송황준 포스텍 교수(컴퓨터공학)는 "통합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교수들간에 서로 관심사가 다르고 강점이 다르기 때문에 통합하면 부족한 부분이 매꿔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지채 고려대 교수(컴퓨터통신공학부)는 "통합을 하면 대학에서 어느 한 쪽만을 지원해주기가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에 ICU의 정보통신 특성화가 퇴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확실한 것은 정보통신계에서도 KAIST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예측이다. 과기부 산하의 특수법인으로서 과기부와 교육부의 지원을 동시에 받으면서도, 정통부의 예산 지원까지 받을 경우 다른 대학과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정보통신처장은 "KAIST가 ICU를 통합하면서 정보통신계의 메머드급 대학이 됐기 때문에 그만큼 입김도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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