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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철밥통 교수’ 깨지나
카이스트 정년 보장 심사 40% 탈락
포스텍 동일 연차 교수 연봉 최대 60% 격차
서울대 학문간 경계 허물기부터, ‘겸무교수제’ 추진
대학가가 ‘철밥통 교수’ 깨기에 본격 나서면서 실제로 능력없는 교수가 대학 연구실과 강단에서 퇴출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정년보장을 신청한 교수 35명 중 15명을 탈락시킨 것으로 알려진 카이스트의 경우 탈락 교수의 회생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장순흥 카이스트 교학부총장은 “향후 2~3년 이내에 특출한 연구 성과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 부총장은 “테뉴어제도가 필요하다”면서도 “한국의 문화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풍토에서 직원 한명 내보내기도 쉽지 않은데 교수들은 더 어렵다”며 “솔직히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심사에서 탈락한 교수들을 위주로 국내외 다른 대학으로의 대량 이탈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장 부총장은 “일부 교수들은 뒤에서 억울함과 불만을 얘기하고 있고, 해외 교수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교수들을 쫒아내는 제도로 볼게 아니라, 더 좋은 연구를 하라는 의미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년보장 심사에서 교수들이 대량으로 탈락한 이유는 교수 1명당 12명의 관련 분야 학자의 평판도 평가를 받도록 심사제도를 강화한데 따른 것이다. 평가위원에는 해외 학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국내 뿐 아니라 해외 학계에서도 인정 받아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처음으로 연구중심대를 표방한 포스텍도 교수 평가에서 연구 성과 부문을 특히 강조하면서 교수간 연구경쟁에 불을 지폈다. 이로 인해 같은 연차의 교수 연봉이 최대 60%로 벌어지는 등 교수 사회의 경쟁 바람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다.

이 결과 올해 국내 모 일간지 대학평가에서 종합평가 1위를 탈환했다. 특히 연구부문에서 카이스트와 서울대를 크게 앞지른 결과다. 그러나 논문의 질보다는 얼마나 많은 논문을 썼는지가 중요한 평가지표로 작용함에 따라 실제 연구력 향상에 어떤 영향을 줄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1% 미만의 교수 승진 탈락률로 ‘철밥통 교수’라는 비판을 사고 있는 서울대도 교수 경쟁체제 가동에 본격 나설 채비다. 자연대와 공과대 등을 중심으로 교수 승진과 정년 보장 심사 기준을 높인 결과 스스로 승진 심사를 포기한 교수가 승진심사 대상자의 30%를 넘어서면서 서울대 교수 사회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 유기홍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받은 ‘최근 4년간(2004~2007년) 서울대 전체 전임강사 이상의 승진심사 유보율’에 따르면 올해 승진심사 대상 교수 217명 중 67명(30.9%)이 심사를 미뤘다.

승진 기준을 까다롭게 한 결과 승진 탈락률도, 의과대와 자연대, 공과대, 농생대 등 이공계열이 타 계열에 비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연대 수학과의 경우 외부평가를 도입하고, 부교수 승진 심사 신청시 정년보장 심사를 반드시 함께 받도록 했다. 정년은 물론이고 부교수 승진도 힘들게 했다.

이처럼 이공계열 위주로 심사 기준이 강화되는 것은 인문·사회 계열보다 객관적인 평가 지표를 규정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이에 따라 각 단과대 측에 승진 심사 기준을 높일 것을 권장하면서 특히 인문·사회계열 승진 심사 강화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서울대는 우선 교수 스스로 경쟁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교수 퇴출 등 과격한 방식이 교수사회의 큰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이를 위해 ‘겸무 교수(Adjunct Professor)’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수학과 교수가 경제학과에서 회계학을 가르치고, 의과대 교수가 로스쿨에서 법의학을 강의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학문간 문턱을 낮춰 교류를 활성화하면서 학과 또는 학문 이기주의에서 우선 벗어난다는 복안이다. 김완진 서울대 교무처장은 “타 과에서 활동하면서 학과간 교류가 확대되면 일단 서로 경쟁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평가에 따른 지원을 하고 그에 따라 교수들도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처장은 이처럼 학과주의에 매몰된 이유로 정부가 교수 T/O를 단과대 단위로 쪼개 일률적으로 통제한데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단과대별로 정해져있는 교수 숫자를 늘리기 위해 자신이 속한 학과 규모 늘리기에만 급급해 경쟁이 불가능했다는 지적이다.

김 처장은 “외국의 경우에는 예산 범위 내에서 교수 충원 등 투자는 모두 대학 자율에 맡겨두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교수 숫자를 공무원 틀 안에서 판단하면서 정치·경제 측면에서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겸무 교수제도에 단과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겸무 교수 3명 당 1명의 교수 T/O를 추가 배정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3명의 교수가 타 과에서 겸무할 경우, 교수 T/O를 1명 늘려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다.

또 타과 겸무교수로 간 교수가 해당 과에서 조교 배정과 교수회의 참석해 발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유인책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대는 특히 로스쿨 인가 신청시에도 이처럼 각 단과대학의 교수 자원을 로스쿨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한용수 기자 (unnys@unn.net) | 입력 : 07-11-28 오후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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