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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동영 ‘고액강의료’ 이유 있었네
초빙교수제, 기준 모호·공정성 미확보·급여는 임의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지난해 한양대 초빙교수로 위촉돼 단 두 차례만 강의하고 매달 300만원씩 총 36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초빙교수제도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여기에다 정동영 새천년민주신당 대선 후보도 지난 1998년부터 2년 6개월 간 동국대 겸임교수로 초빙, 여섯 차례 강의하고 1260만원을 받아 ‘학교기금이 엉뚱한 곳으로 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초빙교수제도가 ‘비싼 돈 들여 대학 홍보하기’ 혹은 ‘유명인 모시기’에 급급하다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특히 예산이 모자란다며 정부에 손을 벌리는 대학이 꾸준히 강의를 이어가지 못하는 정치인과 유명인에게는 초빙교수 자리를 내주고 고액 강의료를 퍼주는 것은 ‘친분 쌓기’ 혹은 ‘만일에 대비한 보험료 또는 로비스트’ 용도라는 지적도 많다.

이러한 행태는 대학이 비전임 초빙·겸임교수를 위촉하면서 명확한 기준을 정해놓지 않은 채 ‘교수 추천’ 등으로 ‘입맛에 맞는’ 인사를 부르면서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내 주요대학 규정 분석해보니...초빙교수제도 기준 ‘고무줄’


본지가 한양대와 동국대를 비롯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이화여대·성균관대·중앙대 등 서울시내 주요대학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대학이 명확한 규정을 정하지 않은 채 초빙·겸임교수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후보를 위촉했던 한양대는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고 경력과 식견이 탁월하다고 인정되는 자’가 기준이었고, 정동영 후보를 초빙했던 동국대 역시 겸임교수 위촉규정에 ‘1학기 1강좌 이상의 수업을 담당할 자. 부득이한 경우는 1년에 1강좌 이상 또는 1년에 1회 이상 특강을 담당할 자’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서울대는 ‘특수한 교과를 교수하기 위한 초빙교원’이라는 항목을 두는데 ‘특수한 교과’에 대한 설명은 없다. 연세대는 강의 시간을 교수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1년 단위 ‘특임교수’를 두어 교수를 초빙하고 있는데, 그 자격이 ‘국내외적으로 학문적 연구업적이 탁월하거나 학교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자’로 매우 모호하다.

고려대 역시 ‘특정분야의 교육 및 연구에 상당한 경력을 쌓은 사람’이라는 규정을 적용하며,  서강대는 ‘국내외적으로 사회적 저명도가 높은 외부인사로서 해당분야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로, 성균관대는 ‘사회적으로 명망 있고 경력과 식견이 탁월하다고 인정되는 자’, 중앙대는 ‘특별히 총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로 정하는 등 대부분 학교가 ‘사회적 명망’ ‘상당한 경력’ ‘식견’ 등 구체적이지 못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연구를 하거나 강의를 전담하는 교수가 아닌 까닭에 심사 절차 자료 역시 이력서·추천서·학위증명서 등 기본적인 서류검사 뿐이며, 위원회를 구성해 심의를 하지만 초빙교수의 자격부터가 워낙 모호하다보니 판별 과정에 전문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심사는 대부분 ‘교수 추천→심사위원회→임용’ 과정으로 진행하지만 서울대는 학(원)장·부속시설의 장이 추천하면 총장이 임용하는 방식, 동국대는 소속 대학(원)장 또는 소속 연구기관장 추천으로 학사지원본부장을 경유하면 총장이 위촉하는 방식이다.

이화여대는 임용을 원하는 기관의 추천을 받아 총장이, 성균관대는 교수·학부장이 추천한 자를 총장이 제청해 이사장이 임용하고 있다. 중앙대는 학과장, 연구소장 추천하면 교양학부장 대학원장이 제청한 뒤 총장이 위촉한다.


강의 횟수나 질 상관없이 급여 기준 ‘맘대로’

초빙교수 계약 시 책정하는 급여 부분도 대부분 대학이 강의 횟수나 질과는 상관없이 초빙교수를 일반 전임교수와 동등하게 주거나 임의적으로 그 이상을 주지만, 판별할 마땅한 근거는 어느 대학에도 없었다.

하지만 급여와 관련, 학기당 일정 이상 수업을 담당하면 봉급을 지급하는 서울대와 강의 시수를 채우지 못하면 이를 깎아나가는 고려대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계약 시 따로’ 정하는 등 불투명한 급여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06 산업·직업별 고용구조 조사’ 에 따르면, 전임강사 이상 대학교수의 소득 수준은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13위로, 월 평균 소득 458만 9000원이었다. 하지만 이 후보와 정 후보가 1회 강의료로 챙긴 돈은 각각 1800만원과 210만원으로, 매주 꾸준히 강의를 이어가는 전임교수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많은 월급은 의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한양대는 문제가 불거지자 “규정대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규정은 ‘3시간 이상 강의를 해야 한다’는 규정이었으며, 이명박 후보도 이 규정을 들어 “강의를 많이 못했지만 규정 위반은 아니다”라고 맞서기도 했다.

정동영 후보를 초빙했던 동국대의 담당 관계자는 “일부 유명인사에게 주는 급여는 강의료의 의미가 아니다”라며 “신입생 모집 시 초빙교수로 누가 와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홍보 전략”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김한성 교수노조 위원장은 유명 초빙교수들의 고액 강의료에 대해 “겸직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강의를 열심히 안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와 같은 과도한 특혜에는 온갖 의혹의 소지가 발생해 대학 분위기를 저해하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관련 “제도를 투명하게 운영하려면 대학 내부에 견제·감시 기구를 두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주요대학 초빙·겸임·특임 교수 규정 중 일부


대학

추천 기준

심사 절차

급여 기준

서울대

특수한 교과 가르치는 초빙교원은 자격 없음

학(원)장·부속시설의 장이 추천, 총장이 임용

·보수는 지급하지 않는 게 원칙이나 예산 범위 내에서 특별강사료 및 실습 경비 지급

·학기당 9학점 이상 수업 담당하는 초빙교원에게는 대학교원 봉급액 지급

연세대

(특임교수)

국내외적으로 학문적 연구업적이 탁월하거나 학교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자

학문적 업적 탁월하고 학교발전 크게 기여한 국내외 저명학자 중 특별한 경우 별도 기금 없이 임용

·출연된 기금과 과실로 재원 충당·출연된 기금 별도 회계로 관리

고려대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고 경력과 식견이 탁월하다고 인정되는 자(전공분야 초빙교수)·교양강의를 전담하는 내·외국인 교원(교양분야 초빙교수)

대학(학부)·대학원 소속 초빙교수는 관련 대학(학부)장·대학원장 또는 해당 부서장의 추천. 교원인사위원회의 심사 및 동의를 거쳐 총장이 임용

따로 정함

한양대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고 경력과 식견이 탁월하다고 인정되는 자

교수 추천으로 소속학과 교수회의에서 합의. 소속 대학(원)장이 총장에게 추천하면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총장이 위촉

·교원과 동등한 예우

·따로 정함

동국대(겸임교수)

1학기 1강좌 이상 수업을 담당할 자. 부득이한 경우 1년에 1강좌 이상 또는 1년에 1회 이상 특강 담당할 자

소속 대학(원)장 또는 소속 연구기관장 추천으로 학사지원본부장을 경유. 총장이 위촉

위촉당시 개별 정함

서강대

국내외적으로 사회적 저명도가 높은 외부인사로서 해당분야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

교무처장이 부서(학과)장에게 적격자 추천 통지하면 해당 부서(학과)장은 자체 규정 심의 한 뒤 구비서류를 첨부해 교무처장에게 추천. 교원인사위원회 심의해 총장에 추천

별도 정함

이화여대

해당 분야 이론 또는 실무 영역에서 탁월한 능력 인정된 자

임용 원하는 기관 추천 받아 총장이 임용

학교와의 계약

성균관대

사회적으로 명망 있고 경력과 식견 탁월하다고 인정되는 자

교수·학부장이 추천한 자를 총장이 제청해 이사장이 임용

1본교 규정에 따른 논문 지도료 및 강사료(강사기준) 지급

·특별연구비를 지급할 수 있으며 세부 사항은 총장이 별도로 정함

중앙대

특별히 총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

학과장, 연구소장 추천하면 교양학부장 대학원장이 제청한 뒤 총장이 임용

연봉급으로 매월 균등 지급. 금액은 계약 시 따로 정함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 입력 : 07-12-05 오후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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