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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중심대학-그 '허'와 '실'
연구중심대학 전환을 골자로 한 대학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이는 우리 대학사회가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로 가히 +대학교육의 혁명이라 얘기할 만하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따라서 연구중심대학을 서둘러 시행하기보다는 먼저 그 허와 실에

대한 명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각계 전문가의 견해를 통해 이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박거용 교수(상명대 영어교육학과)

용어 자체 모순...졸속행정 우려
학문 본질 파괴땐 교육개혁 실패

서울대를 비롯한 각 대학에서 불고 있는 연구중심대학 전환 방안은 당사자인 교수들조차 당혹스럽게 한다.

서울대의 경우 대부분의 교수들은 내용조차 제대로 모른 채 혁명과도 +같은 구조조정 계획안을 언론을 통해 듣게 되었다. 교수에 따라서는 +아연실색을 넘어 분노마저 터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을 통해 전면 부상하고 있는 연구중심대학이란 말을 한 번 냉정하게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연구중심대학이라는 용어 자체가 모순이 아닌가 싶다. 과연 '연구'를 +'중심'으로 하지 않는 '대학'이 세상에 존재하는가. 교육부와 각 대학의 +정책입안자들은 대학의 기능이 학문을 연구하는 것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을 잊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스럽다. 어느 나라에도 연구만을 중심으로

L46 하는 대학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연구중심대학과 함께 전면적으로 시행할 예정인 학부제도 지난 97년 +문민정부가 5차 교육개혁안을 통해 밝힌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다.

또한 연구중심대학과 학부중심대학을 인위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예산지원을 미끼로 각 대학을 국가의 편의대로 구획 지으려는 발상이라고 본다.

해당 대학의 구성원인 교수, 학생들도 인정하지 않는 획일적인 +연구중심대학 시행방침은 졸속행정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은 교수, 학생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국가 경쟁력에도 막대한 손실을 주게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연구중심대학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이에 대한 개념정립을 선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육부와 각 대학 당국은 학문을 도구로 바라보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 그러한 시각에 따라 서둘러 추진되는 대학개혁은 결국 대학 구조조정의 실패라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도 바꾸기에만 집착하다 학문의 본질마저 파괴하게 된다면 새 정부

역시도 역대정권과 마찬가지로 교육개혁에 실패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최재식 교수(강릉대 철학과)

지방대 교수들 연구의욕에 찬물
상위권 대학 위주 정책 철회돼야

최근 상위권 몇 개 대학을 연구중심대학으로 집중 육성하고 나머지 대학, 특히 지방대들은 학부중심대학으로 개편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일고 있다.

연구와 교육을 대학별로 나누면 더 효율적이라는 이같은 주장은 지극히 경제적이고 타당한 듯이 보인다.

그러나 지방대는 학부교육에만 전념하라는 교육부의 정책은 우수한 연구및 교육능력을 소유한 지방대 교수들의 연구 의욕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지방대의 활발한 연구분위기는 교육의 질 향상과 지역사회와 기업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 왔다. 이를 무시하고 지방대를 단순히

학부중심대학으로 축소시키려는 움직임은 지방대의 역할과 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서울 중심적 사고'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대학이 연구중심대학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서울 우수대학 위주의 일방적 연구중심대학 정책은 철회돼야 할 것이다.

현재 국내 대학의 연구역량을 고려해 볼 때, 우리나라가 서울에 있는 몇 개의 극소수 대학에서 모든 연구 분야를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나라는 아니다. 오히려 지역 특성에 맞는 대학원 중심대학 육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와 함께 대학간의 긴밀한 상호교류가 병행된다면 우리현실에 맞는 대학원 중심대학으로의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교육부가 추진하려는 정책은 서울의 극소수 대학의 연구

활성화보다는 연구기구의 비대화를 통한 연구의 저효율을 초래할 것이다. 또한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연구지원단체의 재정지원으로 어렵게 축적되어 온 지방대의 연구 역량을 폐기 처분하게 되는 것이고,

이것은 동시에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야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대학교육 발전은 몇 개의 상위권

대학의 인위적인 구분을 통한 정책적 지원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책입안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문용린 교수(서울대 교육학과)

대학서열 걸맞은 기능, 역할 부여
인재양성 지방화 적극 추진토록

우리나라의 대학 경쟁력 강화는 1970년대 이후 경제발전의 가속화와

더불어 꾸준히 제기되어 온 범국가적인 최우선 과제였다. 그러나 대학들은지난 50여년 동안 몰려드는 입학 희망자를 바라보면서 자족했고, 밖으로부터 자신들에게 쏟아져 오는 변화의 요구에는 무관심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민주화, 개방화, 자율화, 그리고 +경제고도화의 바람은 대학들로 하여금 더 이상 변화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게 했다.

이와 같은 변화의 바람을 타고서 문민정부 초기부터 교육부가 추진한

대학교육 정책의 기본 방향은 자율화, 특성화 그리고 다양화였지만 기대한 만큼의 변화를 이루지 못했다.

그 이유는 해방후 50여년 동안 관행으로 굳어져 온 대학간의 서열체제가 특성화와 다양화를 위한 대학간의 자유 경쟁을 억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우리나라 대학의 특성화와 다양화는 현행 대학서열에 걸맞은 +기능과 역할을 적절히 배분할 때 이루어질 수 있다.

대학들이 특성화와 다양화를 위한 선의의 자유경쟁에 몰두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50년간 굳어져 온 대학의 서열체제를 깨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서열 위치에 걸맞는 기능과 역할을 부여하여 대학의 +전반적인 구조조정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먼저 최상위 서열의 몇 개 대학을 연구중심대학으로 집중 육성, 그 서열에 부합하는 고유하고도 독특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연구중심대학은 학부과정 교육에 얽매이지 않고, 대학원의 석사와 박사수준의 교육과 연구개발인력의 양성에만 주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지방대를 집중지원, 현행의 '일류대 중심 진로모형'을 '지방별 우수대학 중심 진로모형'으로 전환해 서울지역 일류대 집중화를 막아야 한다.

이와함께 '인재양성'의 지방화를 위해 국가가 주관하는 채용 및 +자격시험의 지방분권화를 추진하고 거주지역 대학에 진학할 경우 등록금 +감면 혜택 등의 정책적 배려도 아울러 강구돼야 한다.

송인택 대표(한국능률협회 대학경영컨설팅센터)

완벽한 연구시스템 구축 필수적
학문의 자체 재생산 능력 갖춰야

얼마전 교육부 장관과 서울대 총장이 연구중심대학 전환에 합의하고

서강대를 비롯한 몇 개 대학이 연구중심대학 전환계획을 전격 발표하는 등 연구중심대학 설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같은 상황에서 연구중심대학에 대해 찬반을 논하거나 그 실현

가능성의 여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경영컨설턴트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정책이나 제도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중심대학을 바람직하게 운영하기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를 얘기하고자 한다.

먼저 개념정립을 위해 연구중심대학과 대학원중심대학으로 혼재돼 있는 용어의 정리가 필요하다.

'연구'란 직업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응용학문보다는 기초학문에 적합한 용어이기 때문에 연구중심대학이라 하면 자칫 기초학문만을 연구하는 대학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연구중심대학보다는 대학원중심대학이라 불러야 적합하다고 본다.

이같은 대학원중심대학에서는 기초학문은 물론, 응용학문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해야 할 것이다.

대학원중심대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당 대학 내에 완벽한 연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각각의 대학원중심대학이 자체적으로 학문을 재생산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만 국제 무대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험, 실습기자재 등 연구시설과 설비도 국제 수준에 맞게 구비해야

한다. 물론 이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며, 각 대학들도 자체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연구비 관리체계도 변화시켜야 한다. 가령 교수가 기업으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은 경우 대학은 간접연구경비를 뺀 나머지 연구비용의 운영을 해당 교수에게 전적으로 일임하는 등의 혁신을 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98-08-17 오후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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