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대학에서 ‘진로’라는 말이 참 익숙하게 쓰이고 있다. 그러나 사실 필자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만 해도 그리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전부터 ‘진로교육’이나 ‘진로상담’ 등 갑자기 유행처럼 쓰이고 있다.
현재 대학에서는 학생들을 취업시키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에서는 사원 채용 시 대학의 간판보다 개인의 역량을 중요시 하는 추세지만, 정부는 취업률이라는 통계로 대학의 서열을 만들어내고 있다.
취업이라는 맥락으로 또 다른 명문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시작이야 어찌됐든 취업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원된 정부와 대학의 여러 가지 정책, 교육, 행사들과 더불어 진로라는 개념이 언급되며, 그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고 조금씩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진로’라는 단어가 빈번히 사용되고 중요성을 인식하고 일깨우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시작된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변화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 내면의 의미를 잘 다루고 있는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며 또한 깊이 있는 ‘진로교육’이 이루어지도록 다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종종 직업을 결정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인생의 노년기에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을 상상하게 한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각자의 인생을 돌아보라고 한다. 과연 평생 동안 해왔던 일(직업)들이 자신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다.
이런 특별할 것 없는 주제 하나로 그동안 가져왔던 꿈이 혼란스럽기도 하고, 혼란스러웠던 꿈에 확신과 열정을 실어주기도 한다.
이것은 한 가지 사례에 불과하다. 자신을 깊이 있게 탐색하고 관찰하는 여러 가지 과정들을 통해 평생 동안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결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여러 가지 가치들 중에서 자신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전 생애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진로를 생각할 때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여 발전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취업이 대학교육의 최종 결과물로 평가된다 할지라도 앞서 말한 것처럼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각자 자신의 삶을 인생 전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계획하고 이루어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하는 일이다.
다행히도 각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일생을 통한 진로를 계획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종합인력개발센터나 커리어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센터를 두고 있는 대학들은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진로교육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사실 학생들에게 진로의 중요성을 알리고 그 의미를 찾도록 하는 과정은 참으로 힘든 싸움이다. 실패경험이 많고 자존감이 낮은 학생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그들에게 그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하다. 더욱이 이와 관련된 일은 훌륭한 성과물을 단기간에 보여줄 수가 없다. 이것이 현장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제대로 된 ‘진로교육’의 실현을 위해서는 교육자나 교육대상자 기타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기다림의 미덕이 가장 요구된다.
따라서 새롭고 획기적인 정책들보다 새 정부가 우선 ‘진로’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진로교육’에 필요한 기다림을 이해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