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금명간 국무총리 후보군을 3~명으로 압축키로 하면서 누가 1차 후보군에 포함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총리 인선은 이 당선인의 향후 국정운영 철학과 함께 조각의 큰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이 당선인은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후보군을 압축한 뒤 내주부터 본격적인 검증절차에 들어가 16일께 총리 후보를 지명한다는 계획이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달 16일께는 지명돼야 대통령 취임 이전에 총리 임명절차를 원만히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에 금명간 후보군을 압축할 것”이라면서 “내부 검증작업에 최소한 1주일이 걸리는 만큼 늦어도 내주 중에는 검증절차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현재 전문성과 도덕성, 업무추진력을 골고루 갖추고 있는 ‘비정치인 총리’와 함께 총선 역학구도 등을 감안, ‘정치인 총리’를 동시에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치인 중에서는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안병만 전 한국외대 총장, 한승주 고려대 총장서리, 박찬모 전 포항공대 총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정치인 가운데는 박근혜 전 대표가 1순위에 올라 있고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는 약하긴 하지만 아직까지 ‘살아있는 카드’로 검토되고 있다.
서울 태생인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여성이란 상징성 이외에 숙명여대의 혁신을 이끈 대학 CEO(최고경영자) 총장으로서 복잡다단한 인수위를 무난하게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직선제로 4번 연임한 국내 첫 총장이자 최장수 여성 총장의 기록을 갖고 있는 인물로, 이 당선인이 후보 시절 선대위원장에 영입하려고 직접 만나 협조를 요청했을 정도로 신뢰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수위원장 임명과정에서 지적됐던 과거 국보위 입법의원 활동 전력 등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커 막판 변수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당선인과 같은 소망교회 출신이라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안병만 전 총장은 이 당선인이 본격적으로 대권 도전에 나서기 이전부터 외곽자문기구인 바른정책연구원(BPI) 이사장직을 맡으며 정책자문 역할을 해 온 측근 가운데 한 명이다. 이 당선인 테니스 멤버이기도 하다.
충북 괴산 출생으로 이 당선인과 동갑인 그는 지난 2002년 교수, 직원, 학생 대표의 투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총장에 선출돼 외대의 오랜 학내분규를 종식하고 학교운영을 정상화시키면서 경영 능력도 인정받았다.
다만 주로 학계에만 몸담아 왔기 때문에 정치 감각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 등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 출생인 한승주 총장 서리는 교수, 외무장관, 미국대사, 대학총장 등 총장 물망에 올라있는 후보군 가운데서도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대표적인 ‘미국전문가’로 한미 외교동맹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이 당선인의 외교정책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미 여러 차례 인물검증을 거쳤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서울대 출신이지만 고려대 교수와 총장을 지내 이 당선인의 ‘고려대 인맥’으로 구분되는 데다 문민정부 시절 외무장관을 지낸 데 이어 참여정부에서 주미대사를 했다는 점은 강점과 동시에 부담으로도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박찬모 전 포스텍 총장은 재미 정보과학기술자협회장과 동아시아연구중심대학협의회장 등을 맡으면서 과학·기술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폭넓은 인맥을 쌓아 온 원로과학자로, 이 당선인의 경제정책 공약 성안과정에서 자문역할을 하면서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북한 최초의 국제대학인 '평양과학기술대' 설립을 주도한 '북한 전문가'인데다 충청권(충남 천안)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새 정부의 국정기조 가운데 하나인 '국민통합' 실현의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1935년생으로 비교적 고령인 데다 미국 시민권자라는 점과 국정 전반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정치인 가운데는 여러 면에서 대구 출신의 박근혜 전 대표가 가장 유력한 카드로 검토되고 있다.
공천시기를 둘러싼 양 진영의 갈등을 일시에 해소함으로써 총선국면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경선 라이벌이었던 박 전 대표를 ‘정치적 파트너 및 소중한 동반자’에 걸맞게 중용함으로써 화합·통합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안정적 국정운영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명박 정부’ 초대 여성 총리가 갖는 상징성, 별도의 검증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점 등도 매력 포인트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색깔과 맞지 않는다’는 내부의 반대 목소리와 함께 박 전 대표가 과연 측근들의 강한 반발을 무릅쓰고 총리직을 수락할 지 여부 등이 관건으로 남아 있다. 박 전 대표 측근 의원들은 ‘자칫 박근혜 계보의 와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 역시 일단 이 당선인이 국무총리직을 맡아줄 것을 제의할 경우에도 고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시내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 대구·경북신년조례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제안이 들어와도 총리를 안 하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아직 이 당선인 측으로부터 총리직을 제안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힌 뒤 “지난 29일 (이 당선인을) 뵈었을 때도 구체적 이야기는 없었고 입각해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이 당선인으로부터) 나왔는데 그 때도 (나는) 당에 남아 일을 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충남 공주 태생인 심대평 국중당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충청권 배려 및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견제 ‘카드’로 물망에 올라 있다. 이 당선인 측은 심 대표를 빼올 경우 이 전 총재의 창당작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정도의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심 대표가 “신의·신뢰를 깨는 것은 불가능한 것 아니냐”며 사실상 총리직 제의가 오더라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데다 내부에서도 ‘정치공학적 접근’이 오히려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