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경제 살리기’란 깃발을 내 흔들어 제1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강촌의 창생들은 대기업 CEO 출신이니 한 번 나라경제를 맡겨 보자며 상대적 몰표를 줬다.
입만 벌리면 그럴듯한 구호부터 앞세우는 정치인들보다 한 수 위에서 경제를 내다보고 방책을 만들어 갈 것이란 기대감이 암묵 중에 작용한 듯하다.
이 당선자는 여러 가지 의심스러운 점이 노출되었지만 ‘반 네거티브’로 몰아쳐 대세를 그냥 몰고 나아가 정권을 잡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반 네거티브는 새 정부 인수위원회의 정책 수립의 기조가 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견지해 온 제 분야 정책들을 모두 반대하고 그 대안들을 제시하는 것이다.
조직·예산·국방·조세·교육·언론 등 거의 정책 전 분야를 뜯어 고치겠다고 나선다. 주류 언론과 여론에 의해 도마 위에 올랐던 ‘노무현 식 작품’이 그 대상들이다. 지난 5년 정치실험을 실패했다고 보면 상당한 결의로 새 정부가 갈 길을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엄청난 초심의 결의다.
우선 정부 조직을 슬림화한다는 기구 축소 조정이 눈에 들어온다. 예의 ‘작은 정부’다. 18부 4처를 14내지는 15개 부처로 줄이겠다고 했다. 얼핏 보면 대단한 조직축소이며 구조조정이다.
더불어 관권개입을 줄여 민간의 자율기능을 제고하겠다는 뜻으로도 통한다. 능률과 성과라는 측면에서 새 정부를 바라다보면 긍정적이다. 이명박 당선인이 그런 기업세계에서 살았기 때문에 거는 기대도 크다. 그러나 ‘작은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도 다짐한 바 있다.
하지만 공무원 수는 그의 재임 기간 중 엄청나게 늘어 신문 사설의 표적이 되어 왔다. 초심이야 변하지 않았지만 나라살림이 커지면서 다 필요한 증원이었다고 해명한다. 그런데 새 정권 인수위에 들어가 있는 인원은 노무현 정권 때보다 벌써 2배에 달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일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일까.
새 정부는 세금도 줄이겠다고 했다. 종부세·법인세·부동산·거래세 등이다. 그 규모는 약 5조 5000억원에 이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예산은 약 24조원 규모의 삭감을 시도한다고 했다.
대대적인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재정보충을 계산하고 있더라도 일대 혼란이 야기될 잠재성이 있다. 관료사회의 만만치 않은 저항이 예견되므로 정부기구 축소와 재정문제는 넘기 힘든 알프스산맥이 될 듯 싶다. 더욱이 새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되어있는 대운하 건설이라는 부담도 있다.
일반 국민들에게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야는 교육정책의 대전환이다. 대학입시제도를 비롯해 이제까지 평등화 교육이 자율화와 차별화를 통한 엘리트 양성 교육체계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를 정부조직의 호적부에서 지워 버린다는 발상까지 나온다.
대학입시는 대학협의회에 넘긴다고 하자 본고사 부활, 논문시험 폐지까지 이야기가 들린다. 100개의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를 인가하고 등급 심사를 통해 경쟁을 유도할 것이란 방향도 제시하고 있다. 교육마당의 대 지각변동이다.
이 같은 신체제 교육은 대단한 실험인 동시에 엄청난 위험성도 있는 게 사실이다. 관리체제의 완벽성 비리문제 사교육시장의 혼란 세칭 일류고교의 등장과 재학생들의 갈등이 그것이다.
새 정부는 의욕이 대단하다. 그러다 보니 ‘경제 살리기’는 어딘가 자취를 숨기고 있다. 경제지표도 불안한 기류다. 새 정부에 믿은 바 핵심역량은 경제인데 말이다. 차라리 ‘교육 살리기’가 역사적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