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급제 폐지 '일치' 시기는 '엇갈려'
수도권-지방대 의견전달 창구 '이원화' 주문
지방대 "양극화 부르는 대학자율화는 반대"
수도권 유리한 '정원외' 전형, '정원내' 전환 요구도
대학자율화에 대한 입학처장들의 입장은 수능등급제 보완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비슷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지만, 대입 자율화에서 대해서는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국입학처장협의회는 오는 20일을 전후해 지역별로 종합한 의견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 전달한다는 방침이지만, 일치된 입장이 나오긴 어려워 보인다. 대교협은 21일 이후, 회장단 회의와 이사회를 거쳐 인수위측에 대학자율화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17일 오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모임을 가진 서울경인지역 입학처장협의회는 "수능 등급, 표준점수, 백분위, 원점수까지 모두 공개하는 방향으로 등급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날 회의가 끝난 뒤 회장인 정완용 경희대 입학처장은 "현재의 수능 등급제에 대해서는 많은 보완이 필요하단 의견이 다수였다"며 "표준점수, 백분위, 원점수까지 공개해 대학별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수능 등급제 시행 이전인 2007학년도까진 수능등급과 표준점수, 백분위를 함께 제공하였으나 원점수까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 처장은 "제도를 또 바꾸면 혼란스러운 만큼 현행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지만, 학생들을 다양하게 선발할 수 있도록 수능의 모든 정보를 공개해 대학들이 알아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등급제 개선 시기에 대해선 "사회적 혼란을 유발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부에서 결정해야 할 일"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역대학들도 수능등급제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단 의견은 같았다. 다만 대입 완전 자율화 등에 대해선 입장이 갈렸다. 특히 지방대들은 자율화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양극화에 대해 우려하고, 수도권 주요대학에 이익이 돌아갈 자율화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정빈 서원대 입학취업처장은 "섣부른 대입 '완전 자율화'와 '3불정책' 폐지는 입시 양극화와 지방대학들의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며 "여러 교육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복 호서대 입학처장도 "3불정책이 나름대로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해온 측면이 있다"며 "자율화되더라도 내신 20% 정도는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경남 지역에선 수도권대학과 지역대학의 입시정책에 대한 의견 전달 창구를 아예 '이원화'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 지역 17개 대학 입학처장들이 회의를 가진 14일 참가 대학들은 "입시정책이 일부 주요 대학들의 입김에 의해 좌우되는 현재의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수도권대학과 지역대학의 의견 전달 창구를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는 입시정책에 대해 지역별 논의 결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수도권 주요 대학 위주로 결정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또 수도권과 지역대학의 입장차로 의견을 모으는 데에 어려움이 따르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호남권 대학들도 ‘대입 자율화’에 대한 원칙적 지지를 표하면서도 “수도권 대학들의 입장에 포커스를 맞춘 자율화는 곤란한다. 지방대에 타격을 입히지 않는 자율화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남·북과 광주 소재 14개 대학 입학처장들은 15일 조선대에서 임시총회를 갖고 ▲지방대의 어려움을 개선할 수 있는 자율화 ▲수험생·학부모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의 자율화 ▲백분위·표준점수 공개를 통한 수능등급제 보완 ▲정원외모집 특별전형의 정원내 전환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중 정원외 전형의 정원내 전환은, 각종 특별전형으로 시행되는 정원외모집이 사실상 수도권 대학의 입학정원을 늘려주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간의 입장차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대구경북지역 대학들은 아예 지역 우수인재의 수도권으로의 이탈을 막기 위해 '2009학년도 입시부터 지역할당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대구경북지역 회장을 맡고 있는 이병로 계명대 입학처장은 15일 "새 정부의 입시 자율화 정책에 따른 지역 우수 인재의 수도권으로의 이탈을 막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처장에 따르면 우선 계명대와, 영남대, 경북대, 대구가톨릭대 등 지역내 의과대학을 위주로 수시특별전형을 통해 대구 경북지역 고교 출신자에게 가산점을 줘 신입생을 뽑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방안은 의과대가 전문대학원 체제로 바뀌면서 의과대 지원자가 수도권으로 몰려 지역내에 수련의가 부족한 현상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한용수·신하영·부미현·김봉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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