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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화재청장은 뭘했나 폴리페서 허점 드러내
정상권<학교법인 성강학원 이사장>

                           
설날 연휴 마지막 날, 연휴의 끝을 정리하고 느긋하게 TV를 바라보다 자막으로 떠오른 한줄 뉴스에 깜짝 놀랐다. ‘숭례문 화재’를 알리는 자막이었다. 이때가 9시반 전후였던 것 같다. 그러고도 한 시간 남짓 드라마에 빠져있었다. 드라마가 끝나고 11시 뉴스에서는 숭례문화재는 초기 진화 작업이 마무리되고 잔불 정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다시 한 시간 남짓 프랑스 항공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이 DMZ에서 한반도의 남쪽 끝 마라도까지 한반도 상공을 8차례 비행하면서 사진촬영을 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았다. 하늘에서 이방인의 눈에 비춰지는 대한민국은 한국인의 눈에도 경이로웠다.

그러고 잠자리에 들기 전 마지막으로 YTN으로 채널을 돌렸다. 순간 경악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숭례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숭례문 주변에 수많은 소방차와 소방대원이 엄청난 물을 쏘아대고 있었지만 마치 기름을 부어대는 것처럼 느껴졌다.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위치한 소방차에서 발사되는 물줄기는 정조준 되지 못했고, 불길은 더욱 번져나가고 있었다. 문외한의 눈에도 보다 가까운 곳으로 소방차를 이동시켜서 불길에 정조준해서 물줄기를 쏘아야만 할 것 같은데 답답한 노릇이었다.

이후 두 시간 반 동안 나는 한순간도 TV에서 눈을 떼지 않고 숭례문이 타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 시려야만 했다. 순간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대한민국 국보 1호가 전소되어가며 국민적 자존심이 무너져가는 다섯 시간 남짓 어느 곳에서도 얼굴을 내밀지 않고 있는 사람, 더구나 숭례문이 완전히 전소되어 폐허의 모습으로 아침을 맞이했지만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는 사람, 바로 유홍준 문화재청장이었다.
나는 궁금했다. 도대체 유홍준 청장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문화재에 문외한인 평범한 국민인 내 가슴도 이렇게 타들어 가는데, 대한민국 문화재의 총괄관리자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인터넷을 뒤적이길 한나절, 나는 다시 한 번 경악해야 했다. 유홍준 청장은 해외체류 중이었던 것이다.

숭례문 화재를 애꿎게 문화재청장과 연결짓는 이유는 많다. 유홍준 청장은 유난히 단명 장ㆍ차관들을 많이 배출했던 참여정부에서 최장수를 기록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다. 무려 3년6개월째 문화재청장직에 재임하고 있으니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말하는 소위 ‘코드 인사’의 전형인 인물인 유홍준 청장은 재임기간 내내 구설수를 몰고 다녔다. 지난해 여주 영릉에서 세종대왕 탄신 610돌 숭모제를 지낸 뒤 지역구 의원과 지자체장 30여명을 모아놓고 영릉 재실 바로 앞에서 숯불 버너 오찬을 벌인 것이 대표적이다. 취사도구, 인화물질 반입을 금지한 문화재청 훈령을 위반하면서 파티를 연 장본인이 바로 문화재청장이었으니 대한민국 문화재의 화재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상존해왔던 셈이었다. 그가 문화재청장에 발탁될 수 있었던 것은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인 <나의문화유산답사기>로 낙양의 지가를 올리는 대학교수였기 때문이었다.

숭례문이 불타던 날 아침, 이명박 대통령당선자는 차기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선을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새롭게 발탁된 청와대 수석비서관 발탁자 8명 중 6명이 대학교수 출신이거나 대학교수들이다. 대통령실 실장도 교수출신이고 인수위원장과 총리 지명자도 교수출신이다. 또 얼마 남지 않은 조각에서 얼마나 많은 대학교수 출신들이 장·차관으로 등용될지 모르는 일이니 이명박정부는 가히 ‘교수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교수들이 지니는 최대의 약점은 이론에는 강하지만 실무에는 약하다는 점이다. 자칫 말만 앞세우는 탁상공론형 인재 등용으로 실무에서 허점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기자 (yanghee@unn.net) | 입력 : 08-02-18 오전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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