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문제를 놓고 온 나라가 들썩거린다. 로스쿨 선정에서 탈락한 대학은 물론이고 로스쿨을 인가받은 대학들은 정원이 적다고 아우성이다. 한국 대학들은 로스쿨 총정원을 2000명에서 3000명으로 늘리고 예비인가를 받은 대학 숫자를 25개에서 더 늘리라고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하는 상황이다. 한국보다 일찍 로스쿨 제도를 시행한 일본 사례는 한국 로스쿨제도 도입과 시행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 정원 문제엔 이의제기 없어= 일본은 각 대학이 법학을 지도할 교수 수나 시설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문부과학성에 정원을 신청했다. 문부성은 `로스쿨 설치 심사회`를 만들어 각 대학에서 신청한 내용을 토대로 심사를 거쳐 최종 정원을 확정했다.
예를 들어 로스쿨 설치기준에 따르면 최소한 둬야 할 전임교수 숫자가 12명이다. 여기에 전임교수 1명당 수용 가능 학생정원은 15명 이하로 제한한다는 조건도 붙는다.
중앙교육심의회는 이 같은 과정을 거친 후 주요 대학 입학정원을 확정했다. 국립대학 23곳에는 1760명, 공립대학 2곳 140명, 사립대학 49곳 3925명이 배정됐다. 전체 74개 대학에 총 입학정원은 5825명으로 정해졌다. 정원이 300명으로 가장 많은 대학은 도쿄대, 주오대, 와세다대 등 3곳이다. 그 다음은 게이오대(260명), 메이지대(200명), 교토대(200명)로 정원이 200명 이상인 대학이 모두 6군데다.

◆ 낮은 사법시험 합격률= 현재 드러난 일본 로스쿨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낮은 사법시험 합격률이다. 일본 법무성이 지난해 9월에 발표한 2007년 로스쿨 수료자 사법시험 합격률은 고작 40.2%(1851명)다. 당초 로스쿨 설립 논의가 이뤄졌을 때는 70~80% 이상 합격하는 것으로 홍보됐다.
로스쿨 수료 후 5년 동안 주어진 세 차례의 사법시험에서 낙방한 사람은 더 이상 시험을 볼 수 없게 된다. 이들은 민간기업 법무관련 부서에 취직하거나 다른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법시험에 재수, 삼수하는 사람이 늘어나 앞으로 합격률은 20%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사법시험 합격 후 1년간 연수원 교육을 받아도 치열한 일자리 경쟁을 벌여야 한다. 물론 연수원을 수료하면 몇 가지 진로 선택이 가능하다. 판사나 검사로 임용되거나 로펌으로 향할 수도 있다.
◆ 연수원 수료해도 갈 곳 없다= 지난해 하반기 일본변호사연합회 자체 조사에 따르면 연수원 수료자 3명 중 1명이 갈 곳이 없다. 이는 연수원 수료자 3명 중 각 변호사 사무실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이 2명이라는 얘기이므로 나머지 1명은 이런 저런 방법을 통해 일자리를 찾는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이소벤`이나 `노키벤`이 가능하다. `이소벤`은 판검사로 임용되지 못하고 로펌에도 취직하지 못한 신입 변호사 중에서 선배 변호사 일을 도우며 돈을 받는 사람을 일컫는다.
`노키벤`은 `사무소 내 독립채산 변호사`다. 선배 변호사 사무실에 책상과 전화를 놓고 일하지만 일정한 월급을 받지 않고 자신이 직접 사건을 수임하기 위해 뛰어다니거나 일감을 공동 수임해 여기서 나온 수입 일정 부분을 받아간다.
◆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 겪기도= 일본에서는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다 경영난에 몰리는 로스쿨이 나오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2007년 처음으로 3년제 로스쿨(법학부 졸업자는 2년제ㆍ대학에서 법학 아닌 타 전공자는 3년제)의 제1회 수료생이 시험에 응시한 만큼 당장 문을 닫는 로스쿨이 나온다고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를 중심으로 그 같은 상황이 얼마 가지 않아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 정원이 300명인 명문대학 로스쿨도 일부 교과목에서는 수강생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데 지방대는 신입생마저 줄어든다면 정상적인 교과 운영이 크게 차질을 빚을 수 있다.
◆ 일본인들 평가는= 일본인들 가운데는 로스쿨 제도가 성공했다고 보는 시각은 그다지 많지 않다. 대부분 평가를 유보한다. 그 이유를 물으면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지 수년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성공이나 실패를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당초에는 로스쿨을 수료하면 70~80%가 사법시험에 합격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합격률이 이에 미치지 못하고 절반에도 미달하자 곳곳에서 불만과 걱정이 터져나오고 있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