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사회

목록
프린트 스크랩
(조간)교수의 공직참여, 한·미 차이
[조선일보, 특파원 칼럼]미국-대부분 실무부터 차례로 밟아 장관직까지 올라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 참석 중인 헨리 키신저(Kissenger) 전 미 국무장관은 정부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한국의 대학 교수들이 가장 선망하는 경력을 가졌다. 키신저는 69년 하버드대 교수에서 곧장 리처드 닉슨(Nixon) 대통령의 국가안보 보좌관이 됐다. 이어 73년에는 국무장관까지 겸직을 했다. 한국식으로 해석을 하면 명문대 교수→수석비서관→장관의 출세코스를 달린 것이다.

그러나 키신저 사례는 30여 년 전의 일이다. 미국 역사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희귀하다. 그보다는 대학에 재직하다가 공직(公職)을 실무부터 차례로 밟아 19년 만에 국무장관이 된 콘돌리자 라이스(Rice)가 표준 사례에 훨씬 더 가깝다.

라이스 장관은 스탠퍼드대 조교수로 있던 86년 합동참모본부 자문관으로 행정부와 인연을 맺었다. 이어 89년부터 2년간 '아버지 부시 행정부'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소련 및 동구권 담당 보좌관(국장급)으로 활동했다. 이때 능력을 검증받은 라이스는 '아들 부시 행정부'에서 NSC 국가안보보좌관을 거쳐 2005년 국무장관으로 기용됐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99년부터 2001년까지 재무부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Summers) 전 하버드대 총장도 비슷한 사례다. 그는 28세에 하버드대의 정년을 보장받을 정도로 우수한 교수였다. 그런 서머스도 91년부터 2년간 세계은행에서 근무하고 미 재무부에서 여러 보직을 거친 후에야 장관직에 올랐다.

미국의 중진 교수들은 국장 또는 차관보급에 기용된 후 능력을 인정받으면 대학 또는 싱크탱크와 같은 '회전문'을 거친 후 장관급으로 임용된다. 이 때문에 공직에 뜻이 있는 교수들은 미래를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국장·차관보 제의를 받아들여 실력을 발휘하고 경험을 쌓는다.

오는 11월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입각이 예상되는 인물 중에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의 애시턴 카터(Carter) 교수가 있다. '로즈(Rhodes) 장학생'으로 옥스퍼드대에 유학했고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정책의 손꼽히는 전문가지만 93년 국방부 차관보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 후, 3년간의 차관보 경험을 살려 윌리엄 페리(Perry) 전 국방장관과 함께 WMD관련 정책을 준비한 결과 외교 안보분야의 장관급 후보로 거론된다. 한국에 소프트 파워와 하드파워를 결합한 '스마트 파워'론으로 잘 알려진 조지프 나이(Nye)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교수의 공직 최고 경력도 장관이 아니라 국방부 차관보다.

교수들을 곧장 장관급에 발탁하지 않는 미국의 풍토는 교수들의 학문적인 업적보다 현실 경험을 중시하는 분위기와 관계가 있다. 얼마나 뛰어난 논문을 썼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현실에 적용됐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용인술을 보면 역대 어느 정부보다 대학교수를 중용하려고 하는 것 같다. 젊은 시절부터 자신의 전공을 파고들어 그 분야에서 명성을 쌓은 교수들을 정부에 데려다 쓰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공직에 뜻이 있는 교수라면 중앙부처의 과장, 국장급 직위에서 실무 경험을 쌓아 올라가는 풍토가 만들어지는 것도 이 당선자의 공적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아울러 강단(講壇)의 실력자가 반드시 현실 문제 해결의 적임자로 동일시될 수 없다는 점에서 다른 분야에서 준비된 인재를 골라 쓰는 노력도 소홀히 해선 곤란할 것 같다. (이하원 워싱턴 특파원 / 조선일보)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8-02-22 오전 9:26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