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1백편의 영화를 찍으면서 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교육현장에서 학생들과 직접 부딪히면서 제가 만든 영화를 객관적 시각으로 되돌아보고 또 그들에게 저의 경험을 전해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동서대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이 이번 학기부터 문을 열었다. 대학 명예학장으로 선임된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73)은 교육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지금까지 쌓인 노하우를 후학양성에 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7일 ‘임권택영화예술대학 출범기념 심포지엄’에서 만난 임 명예학장은 자신의 이름을 붙인 대학인만큼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학이 잘 운영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앞선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개인적으로 큰 영광입니다. 저의 이름을 따서 대학을 만들었는데 실력 있는 인재들을 배출해 한국영화계에 많은 기여를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러한 성과들이 당장 나올 수는 없겠지만 대학의 영화영상 시설·인적 교육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영화분야 육성을 위한 대학의 의지가 강해 열심히 하면 예상보다 빨리 성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임 감독은 지난해 대학으로부터 ‘임권택영화예술대학’ 설립을 제의 받고 ‘잘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체계적인 후학양성을 위해서는 좋은 학생들도 와야하고 거기에 걸 맞는 교육시스템도 갖춰야하기 때문이다. 또 서울이 아닌 부산이라는 지역적인 문제도 고려해야 했다. 그렇지만 부산이 국제영화제의 도시라는 점과 영화교육에 대한 대학의 열의가 높아 조금만 힘을 보태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임 감독은 “앞으로 영화제작을 얼마나 할지 모르겠지만 촬영현장에 학생들을 직접 참여시키는 등 현장중심의 교육에 중점을 둘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같이 활동했던 영화인들을 초빙해 현장위주의 강의가 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정일성 촬영감독, 영화배우 강수연, 오정해 씨 등 임 감독과 함께 활동했던 영화인들도 겸임교수나 특강 강사로 초빙돼 대학 강단에 서게 된다.
임 감독은 지난 2006년 동서대·부산국제영화제가 공동 운영하는 AFA(Asian Film Academy) 교장을 맡으면서 동서대와 인연을 맺었다. 그 후 지난해 6월 ‘동서대 개교 15주년 기념 저명인사 초청특강’ 강사로 대학을 찾았다.
“2006년 AFA 교장을 맡으면서 학생들과 같이 교육현장을 체험할 기회가 있었는데 사실 그때까진 동서대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당시 상당한 기자재가 동원되고 학생들과 교수들의 교육열정을 보면서 속으로 많이 놀랐던 적이 있었어요. 그 뒤 학교 방문기회가 있어 교육시설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어떤 학교보다 훌륭한 장비를 갖추고 있어 또 한번 놀랐던 적이 있어요.”
올해 영화과, 뮤지컬과, 연기과 등 3개 전공의 신입생 100명이 입학한 ‘임권택영화예술대학’은 디자인, 디지털콘텐츠 등 대학 특성화 학부와 새로운 트렌드에 맞도록 운영하는 등 차별화된 교육으로 전문 영화예술인 양성에 전력을 쏟게 된다. 대학에서는 하버드대학의 캐네디스쿨(정치행정대학원) 같은 권위 있는 대학으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임권택영화예술대학 발전을 위한 대학의 지원도 파격적이다. 대학은 지난해 10월 ‘임권택영화연구소’를 설립, 개장식을 가졌다. 임권택 영화연구소에는 그의 첫 번째 영화 ‘두만강아 잘 있거라’에서부터 100번째 영화 ‘천년학’에 이르기까지 임 감독이 연출한 모든 영화와 비디오테이프, DVD, 손때 묻은 시나리오, 포스터, 임 감독에 대한 관련 논문과 도서 등이 전시됐다.
연구소에는 또 ‘천년학’의 기획에서 제작, 마케팅, 배우 의상, 소품에 이르기까지 영화제작의 전 과정을 전시, 관람객들이 영화제작 과정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고 영화 상영실에서는 임 감독의 작품을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했다. 임 감독 부부의 혼인서약서도 전시돼 있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다.
임 감독은 근황을 묻는 질문에 임 감독은 “머리도 식히고 좋은 연기자도 찾기 위해 사방으로 돌아다닌다”며 천년학 이후 101번째 작품 구상에 돌입했음을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