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교수들에겐 자신만의 학문 세계가 있다.
이 학문의 세계는 청춘을 고스란히 바치며 밤낮으로 일궈낸 자신의 영토이기도 하다.
학문은 어느 분야이건 끝이 없다. 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되려면 과거에 이루어낸 학문의 끝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찾아낸 새로운 영역에서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권위를 가져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진리가 발견되고 인류사회가 발전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학문은 교육을 통해서 세상에 알려지고 사회발전에 활용된다.
교수들이 찾아낸 새로운 학문의 세계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수단이 교육인 것이다.
교육방식은 교수의 연구 분야와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학문의 난이도와 활용도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때문에 교수들의 학문영역과 교육방식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교수들 간에는 자신만이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는 식의 자기 파괴적 갈등이 있다.
연구와 교육을 게을리 하면서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위선도 있다. 짧은 지식을 이용해 권세와 부를 누리려는 곡학아세의 교수도 있다.
그 결과 대학과 교수의 권위가 떨어지고, 사회적 불신이 커지게 된다. 대학이 ‘등록금을 내고 졸업장을 받아가는 통과과정’으로 인식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교수들은 학생들 등록금으로 책임 없이 사는 운 좋은 직장인으로 폄하된다.
최근 한 대학에서 교수들에 대한 학생들의 강의평가를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대학도 동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칙적으로 교수들이 평생에 걸쳐 일구는 독자적 학문과 교육영역을 일정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자칫 교수에 대한 인기투표로 전락해 교수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학문과 교육의 본질을 왜곡시킬 수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면도 있다. 강의 평가를 공개하면 교수 사회에 압박감을 가져와 교수들이 학문과 교육발전에 매진하게 된다. 학문의 수요자인 학생들에게는 선택권을 부여해 교육의 실효성과 학문의 활용도를 높인다.
이러한 긍정적인 점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강의평가 공개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21세기는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지식기반 사회이다. 지식이 없으면 어떤 나라도 생존이 어려운 시대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경쟁력이 뒤떨어진 우리나라 대학들로서는 당연히 선진국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 보다는 교수의 교육 방식에 관한 독자성을 존중하면서 받아들여야 한다. 평가는 하되 학과목과 교육내용에 따라 평가방법을 다양하게 적용함으로써 부당한 평가를 막아야 하는 것이다.
강의평가가 ‘미녀선발’이나 ‘마녀사냥’이 돼서는 안 된다. 평가결과도 학생과 교수에게만 공개돼야 한다. 사회일반에 공개될 경우 교수사회의 갈등과 편 가르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일반인이 불합리한 잣대로 대학 교육을 재단할 우려도 있다.
학부교육과 대학원 교육을 구별할 필요도 있다. 학부교육은 학생들의 인성, 교양, 시민의식, 사고방식 등을 가르치는 전인교육이다.
이 경우 학생들의 선호도가 낮아도 실시를 해야 하는 교육이 많다. 강의평가를 공개하면 강의가 인기 위주로 편향돼 교육의 내용과 질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원 교육은 다르다. 대학원생은 높은 수준의 학문을 요하기 때문에 강의 내용을 평가하고 공개해 선의의 경쟁체제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전문대학원의 경우 어떤 전문지식을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학생 개개인은 물론 나라의 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다.
전문대학원 교육의 평가와 공개경쟁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