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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대출이 되려 ‘신불자’ 양산
대출 거부자 중 95% 이상이 연체·신용불량
‘소득연계방식’ 도 재정확보 안되면 무의미
올해 대학 4학년인 임정혁(가명·남)씨는 지난해 말 신용불량자가 됐다. 집안사정으로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계속 학자금 대출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1학기까진 이자만 내면 됐지만, 2학기부턴 원리금 상환에 들어가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중간에 휴학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학자금 대출은 휴학여부에 상관없이 8학기 이후엔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

사실 임씨에겐 이자만 해도 부담이었다. IMF 위기 때 실직당한 아버지와 지병으로 몸져누운 어머니가 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로는 생활비와 이자만 감당하기도 빠듯했다. 아직 두 학기를 남겨둔 임씨는 2200만원이 넘는 원금과 이자를 갚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그는 “돈 없는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학자금 대출인데 나중에는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학자금대출은 저소득층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정부보증 방식’과 ‘고금리’가 이런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일 업무보고에서 “미래소득에 연계한 학자금 대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올해 1학기 학자금 대출 금리는 7.65%다. 주요 정부시책 자금 대출이 3~4% 수준인 것에 비해 두 배 가량 높다. 오히려 시중은행의 주택자금 대출금리(6.23~7.37%)가 더 낮을 정도다.

학자금 대출금리는 학자금대출증권(SLBS)의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진다. 기준금리인 5년만기 국고채 금리 5.88%에 가산금리 1.77%가 더해진 것이다. 가산금리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오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대출금은 은행에서 꿔주고, 주택금융공사가 채권을 매각해 은행에 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고금리’과 ‘정부보증방식’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연체율만 높이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유기홍 의원이 낸 2007년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말 현재 학자금 대출 연체 잔액은 총 858억 3300만원으로 2005년 12월 94억원에 비해 9배나 증가했다.

유기홍 의원은 당시 국감에서 “연체잔액이 갈수록 빠르게 증가하는 데다 대학졸업자의 극심한 취업난이 겹쳐 걱정”이라며 “아직까지는 대출자의 대부분이 이자만 상환하면 되는 거치기간에 있지만, 본격적으로 상환기간이 도래하면 학자금 대출이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핵폭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재 이런 지적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005년 2학기 이후 원리금 연체·신용불량 등 경제적인 이유로 학자금 대출을 거부당한 학생은 2만6994명. 전체 대출 거부대상자의 95.8%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학자금 이자를 6개월 이상 연체한 채무 불이행자는 3412명으로 2006년보다 5배나 늘어났다.

교육당국도 이런 우려 때문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미래소득에 연계한 학자금 대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취업 후 소득이 생기지 않는 한 이자와 원금 상환을 미루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취업 후에는 정부가 대납한 이자까지 갚아야 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취업 이후에 정부가 대신 낸 이자까지 더해 갚아야 한다면 상환기간을 연장해 준 것밖에는 의미가 없다”며 “정부가 재정확보 방안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총선을 의식해 내놓은 안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재정확보방안이 서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학자금 대출방식을 도입해도, 상환능력을 고려한 대출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저소득층에는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수연 연구원은 “새로운 방식의 학자금 대출을 고민한다면 저소득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08-03-24 오전 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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