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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대학박물관, 어떻게 살릴까?
관람객 5% 불과···“경영진 사고부터 바꿔야”



“학교 박물관에 가봤냐고요? 아뇨, 솔직히 우리 학교에 박물관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대학박물관이 ‘박제’가 되어가고 있다. 전시는 부실하고 홍보·마케팅은 부족하다. 지역주민에게 다가갈 프로그램은 부재 상태다.

지난해 문화체육부가 낸 ‘2007 전국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대학박물관은 모두 107개다. 전체 박물관 431개 중 24.8%에 달하는 수치다.

하지만 입장객 수는 크게 못 미친다. 국립중앙박물관 ‘2006 전국 공·사립 대학박물관 운영 총람’에 의하면, 공립박물관 입장객 수는 1246만2084명, 사립은 961만2546명이었다. 대학박물관은 131만9082명으로, 전체 입장객 중 고작 5.6%에 불과했다.

경희대 경영대학원 강혜란 씨의 석사논문 ‘서울지역 대학박물관의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 방안 연구’에서 이런 사실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학박물관이 있는 500명의 대학생에게 ‘박물관이 있는지 알고 있느냐’고 물어보자 40%에 해당하는 198명이 ‘없다’ 혹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대학박물관이 했던 홍보활동에 대해 묻자 응답자 333명은 ‘본적 없다’ 혹은 ‘아예 없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대부분 대학은 교내 매체와 미술관 홈페이지를 이용한 홍보 외에 별다른 홍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연세대는 연대 방송국과 학보인 <연세춘추>를 이용하는 외에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는다.

이화여대도 기본적으로 학보나 방송국을 이용하고, 특별전을 열 때 현수막을 부착하는 정도다.

담당자는 “학생들에게 접근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따로 홍보·마케팅 비용을 잡는 학교는 찾아보기 힘들다.

전시나 프로그램 역시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다. 주목을 끌 만한 전시회는 요 몇 년 동안 고려대 ‘상상전’ ‘한국 프랑스 수교120주년 기념 특별전’ 등을 제외하곤 찾아보기 힘들다.

특별전이 없으니 항시 여는 상설전 역시 외면 받고 있다. 일반 박물관이 다양한 주제로 색다른 시도를 하는 것을 그저 부러워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예산’을 꼽는다. 특별전을 기획하고, 홍보 활동을 하고 싶은데 돈이 없다.

모 대학박물관 관계자는 “100여개에 달하는 박물관 중 한 해 예산이 1억이 넘는 곳은 10여개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공립대는 학예사 자격증 소지자를 한 명만 배치해 제대로 된 기획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 채석원 학예연구사는 “대학박물관은 현재 교육과학부 소속인데 별다른 지원이 없는 실정”이라며 “차라리 문화체육부 소속에 두면 다른 국·공립 박물관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지원이라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박물관 관계자도 “특별 전시회 한 번 준비하는데 5000만원이 들고, 도록 한 번 는데도 상당한 돈이 든다. 어지간한 학교는 엄두도 못낸다”고 말했다.

김남돈 학예연구원회회장(강원대박물관 학예연구사)은 이에 대해 “아무런 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다른 박물관처럼 해보라면 뭐가 되나”면서 “다른 박물관을 벤치마킹 하려 해도 돈 얘기가 나오면 쏙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열악한 대학박물관에 비해 그나마 고려대박물관은 ‘잘 나가는 편’이라 다른 대학박물관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

1년 전부터 전시회를 기획하고 언론사에 보도 자료를 뿌리는 한편,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박물관 안내 자료와 소책자를 정기적으로 보낸다.

1년에 20회 정도 시행하는 문화강좌에는 매회 200명이 몰린다. 관람객도 2005년 10만 명을 돌파한 이후 매해 꾸준히 10만 명 이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려대박물관의 한 해 예산은 인건비를 제외하고도 10억원을 넘어간다. 발전기금도 10억 가량 적립돼 기금 이자만으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 등을 운영한다.

정호석 고려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에 대해 “고려대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 지원이 없기 때문에 대학박물관을 운영하려면 대학이 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은 박물관이 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어 꺼리고 있다”며 “지역주민 강좌를 추진할 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굳이 돈을 쓸 필요가 있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발전기금 10억원을 모금한 덕분에 문제들이 해결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사학과 교수 출신이었던 김정배 전 고려대 총장이 박물관 발전에 기여를 많이 했다”며 “대학박물관 운영은 예산과 인력이 관건이고, 그것을 뒷받침 해주는 것은 경영진의 마인드”라고 말했다.

신경철 한국대학박물관협회장은 이에 대해 “대부분 대학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 탓에 죽어가고 있다”며 “우선 경영진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돈 되는 곳에만 투자하려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박물관이 살아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남돈 학예연구원회회장(강원대박물관 학예연구사)은 “일반 직장인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하고 토·일요일 박물관을 찾는데, 대부분 대학박물관은 대학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주 5일제를 하는 곳이 많아 일반인에게 외면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만히 관람객을 기다리기보다 교양과목 중 국사 수업 등은 박물관과 연계해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학박물관


박물관이 발달한 미국에서 대학박물관의 활동은 유난히 눈에 띈다. 미국의 대학박물관은 지루한 강좌보다 체험 위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일반인의 접근성과 시간대를 고려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하버드대 자연사 박물관은 어린이와 가족을 위해 일요일 오후 선데이 패밀리 프로그램과 학생을 겨냥해 박물관교육자들이 직접 강의에 나서는 디스커버리 글래스 등을 운영한다.

펜실베니아대학박물관은 고고학 퀴즈 프로그램인 저스포 포 키즈와 여름 방학 8주 동안 운영하는 썸머 캠프가 있다. 박물관에서 생일파티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오클라호마대 자연사 박물관은 폐관 위기를 겪다가 최신설비로 탈바꿈했다. 무엇보다 대학과 협력하면서 실제 탐험 공간으로 거듭났다.

운영 중인 프로그램으로는 교사를 위한 필드 트립 인포메이션이 있다. 어린이 프로그램으로는 뱃지를 얻기 위해 모든 조건을 완수해야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외에도 표본을 직접 만지면서 함께 하는 디스커버리 프로그램과 저녁식사를 제공하면서 자연물을 가지고 공예품을 만드는 활동을 하는 패밀리 나이트 아웃 프로그램 등을 운영 중이다.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 입력 : 08-03-31 오전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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