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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대학에선..]미주리 콜롬비아대의 의료복지제도
견진만 한국외대 행정학과 교수
2001년 8월 미주리 콜롬비아대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의 인상은 미국중부 특유의 광활한 자연 속에 자리 잡은 캠퍼스의 아늑함이 선사하는 친근함이었다. 마치 또 다른 고향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정감이 드는 환경으로 인해 유학생활 내내 고국에 대한 향수를 비교적 쉽게 극복할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 오히려 그곳에서의 생활이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르는 것을 보면 연구 활동에 적합한 쾌적한 시설외의 무언가가 미주리대 동문이란 소속감을 강하게 부추기는 듯하다.

불과 일 년 전 이맘때가 떠오른다. 유학생활의 피로가 누적되었는지 어느 날 아침 과로로 쓰러져 대학병원의 응급실 신세를 지고 몇 가지 치료를 받은 후 퇴원을 해 집에서 쉬고 있었다. 건강의 회복도 문제였지만 주정부에서 제공하는 장학금과 소정의 생활비로 타국에서의 삶을 버텨온 터라 입원비와 치료비가 얼마나 나올지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참고로 미주리주립대 병원에는 수납창구가 없는데 모든 비용에 대한 청구서는 처치 후 보름 내에 우편으로 받아 개별납부하게 돼있다.

시민권자도 영주권자도 아닌, 유학비자만을 쥐고 있는 이방인에게 일반적인 의료보험혜택이 돌아올 리도 만무하거니와 그나마 가입해 두었던 학생보험도 감기와 같은 가벼운 질환 외에는 적용대상이 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인 연평균소득에 해당하는 액수가 청구된 병원비 통지서를 펼쳐보았을 때의 막막함이란, 눈앞이 깜깜해진다는 표현만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단, 당시의 고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희망을 버리지 않게 한 것은 청구서의 맨 마지막에 적혀있는 극빈자에 대한 우대조항이었다.

‘병원비를 낼 수 없는 불가피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 납부의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글귀를 발견하고 담당부서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니 유학생이라고 적용이 안 될 이유가 없으니 사유서를 보내달란다. 당시에 적어 보낸 장문의 사유서는 미국생활을 통틀어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몇 안 되는 글월 중 하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편지를 보내고 열흘가량 지난 후 답장을 받았다. 입원비와 치료비를 합한 병원비의 전액을 학교와 주정부, 연방정부가 분담하여 내기로 했으니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회신이었다.

미주리 콜롬비아대의 의료복지제도는 주립대의 특성상 주정부의 세심한 지원 속에 학교당국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학생전담병원을 통해 이루어진다. 주당 여섯 시간 이상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일정액의 학생보험에 들도록 함으로써 운영비의 상당부분을 확보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지원비로 충당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미주리주립대 소속인 대부분의 학생들은 저렴한 의료비로 각종 질병에 대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는 정신질환을 비롯한 알레르기 증상에서부터 병과 후 및 스트레스 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료서비스가 포함될 뿐 아니라 약간의 부담금만으로 배우자까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건강을 잃고 재정적 어려움에 처해 아무런 열매 없이 유학생활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최악의 순간, 미주리대의 의료복지제도는 이국땅의 한 고학생에게 희망의 수레바퀴를 굴려다 주었다. 어쩌면 내 삶의 가장 극적인 반전을 가져다 준 사건은 개인 하나 하나를 섬세하게 보살피는 시스템의 힘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 만약, 그 때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쯤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미주리 콜롬비아대와의 인연은 이런 과정 속에 하나의 운명이 됐고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보답하고 싶은 간절함을 마음속 깊이 새기는 계기가 됐다. 어쩌면 쉽게 잊혀 질수 있었던 타국의 고학생을 위해 그들이 품은 관심과 사랑, 배려는 평생이 지나도록 잊지 못 할 커다란 교훈을 안겨다 주었다.

‘한 조직이 진정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구성원을 돌보았을 때 한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조직에의 소속감과 애교심 또는 애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미주리주립대는 내게 학위를 수여한 대학이 아닌 마음을 빼앗아버린 대학이 되고 만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나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에 처한 학생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는 교육자가 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때서야 청년시절 마음속에 진 빚의 무게가 조금이라도 가벼워지지 않을까?
정성민 기자 (bestjsm@unn.net) | 입력 : 08-03-28 오후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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