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가는 있지만 공예품은 없다”
척박하고 기이한 우리의 공예 문화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 말이다.
디자인과 조형미술의 경계에서 서성대는 현대 공예는 자기 정체성을 잃었고, 어떤 식으로 우리 삶에 다가가야 하는 지에 대한 사회적 책무도 없다.
이러다보니 제대로 된 공예품을 만나려면 미술관에 가야 한다.
공예가 있어야 할 곳은 미술관이 아니라 내 집과 우리 이웃의 식탁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공예품은 자신의 책무를 다하고 빛을 발한다.
공예가 자신의 독립적인 환경을 구축하지 못한 까닭을 저자는 시공간 속에서 날줄과 씨줄처럼 엮어냈다.
먼지 낀 옛 자료를 들추고, 현재에 놓고 치열하게 분석했다. 여기에 걸린 시간은 무려 20년.
한국 근대사회의 변혁기에 공계 분야가 직면한 상황과 인식의 흐름을 파악해 미래에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철저한 준비를 거쳐 비로소 내놓은 책은 미술사 연구서로서, 그리고 근대공예자료의 발굴 보고서로도 손색이 없다. 방황하는 공예의 현실을 생각하면 반갑기 그지없는 일이다.
아직 산업과 예술의 갈림길에서 길을 정하지 못한 지금, 공예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활문화의 가치에 대한 진지한 사유의 실마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