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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야 할 산 많은 기술지주회사
"설립 비용·세제 등 관련 법규 풀어야"
자회사 수익 낼 때까지는 유지 어려워


대학 보유 기술을 사업화하는 기술지주회사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월 시행된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산촉법)’에 따라 지주회사 출범을 준비 중인 대학들은 법적인 제약을 완화하고, 설립 자금 지원 및 세제 경감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뒷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행 첫해, 구체적인 운영모델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지만, 현재로서는 왕성하게 사업을 벌이다 3년쯤 지나 자본금을 날리고 파산하거나, 최소한의 비용으로 명목만 유지하면서 7~8년 후에 사라질 것이냐를 선택하는 길밖에 없어 보인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행 산촉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관련된 업무만 수행할 수 있으며, 자체적인 수익사업을 할 수 없다.
이미 사업성을 확보한 자회사들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대학과 달리 이제 막 자회사를 설립하는 국내 대학의 경우 자회사가 수익이 나기 전까지는 당장 지주회사 유지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라는 것. 

대학 산학협력단 관계자들은 “일종의 벤처인 자회사가 수익을 내려면 최소 5~8년은 기다려야 한다”며 “지주회사도 회사인데 수익사업을 막아놓으면 운영 자체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주회사 설립 비용도 큰 부담이다. 자본금의 50% 초과분의 기술을 현물출자해야 하는데, 기술평가비용만 건당 3000만원이 소요된다. 100건이면 30억원, 1000건이면 300억원이 필요하다. 한 대학이 지주회사 설립에 10억원을 출자하기도 힘든 여건에서 기술평가비용만 수억 원을 써야 할 판이다.

여기다 현물 출자금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야 하고, 수도권 대학은 자본금의 1.2%를 법인등록세로 내야 한다. 자본금 100억원의 지주회사를 만들었을 때, 50억원 이상의 현물출자가 필요하므로, 1억 2000만원의 등록세와 5억원의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함은 물론 고액의 기술 평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기술 현물출자 비율을 최소화하고 정부가 기술평가비용을 지원해 주는 한편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세제 경감 혜택이 필요하다는 게 대학들의 주장이다. 

자회사 설립에 사용되지 못한 출자기술의 활용도 고민거리다. 현재로서는 라이선스를 팔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다른 기업에서 사겠다고 해도 팔 수가 없다. 출자된 기술 가운데 극히 일부분만 사업화된다고 보면, 많은 기술이 사장될 수밖에 없다는 게 대학들의 설명이다. 

서울대 산학협력단 조서용 부장은 “대학에서 개발한 우수 기술을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지주회사가 오히려 기술 활용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며 “자회사 설립에 사용되지 않은 특허들은 수요기업에게 라이선스를 줄 수 있게 허용하는 등 지주회사가 자산을 활용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쓸 만한 기술 중에는 정부지원을 받아 진행된 연구개발이 상당수로, 대부분의 정부지원 과제는 결과물을 사업화시 정부에 기술료를 내야 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술 발명자에 대한 보상제도도 다듬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직무발명 보상법에는 권리양도시 발명자에게 보상을 하도록 돼 있는데, 지주회사로 권리가 양도되는 시점이 아니라 자회사에서 기술이 사업화될 때 지분으로 보상하는 식으로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 대학별로 50~70%로 책정돼 있는 보상 범위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동국대 산학협력단 이창학 팀장은 “초기 투자를 최소화면서 사업성이 있는 아이템을 어떻게 선정하느냐가 지주회사 성패의 관건”이라며 “사업성 있는 아이템을 선정하더라도, 성과가 날 때까지 기다려 줄 투자자를 유치한다는 게 대학 입장에서는 쉽지 않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사립대에 비해 지주회사에 투자할 자금이 부족한 국립대의 고민은 더 크다. 지방대 한 관계자는 “브랜드 밸류가 있는 서울대야 펀드 조성이 가능하지만, 여타 국립대는 발전기금 외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데, 발전기금은 목적성 기부로 사용이 쉽지 않다. 설사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힘든 사업의 특성상 투자를 결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는 산촉법이 시행된 지 이제 두 달로,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거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제 사업화의 길을 튼 것으로, 1~2개 기술로 출발해 조금씩 키워 나가야지, 처음부터 몇 백억원대의 회사를 세우려 한다면 힘들 수밖에 없다”며 “대학이 설립한 회사에만 세제 혜택을 준다면 법 집행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지주회사 설립을 추진 중인 대학들을 대상으로 이달 중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으로, 컨설팅 등을 통해 올해 3~4곳의 지주회사 설립을 지원할 방침이다.

조양희 기자 (yanghee@unn.net) | 입력 : 08-04-14 오전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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