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정부 연구지원사업 심사 공개하라”
'심사과정 투명성 보장위해' 원심 확정 판결
한국학술진흥재단의 프로젝트 심사 내용이 정보 공개 대상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학진은 한 해에 9500억원대의 연구비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는 정부 출연기관. 향후 학진뿐 아니라 정부 연구지원사업 심사에서 탈락한 교수나 대학의 정보공개 청구가 잇따를 것으로 보여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대법원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강철구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가 학진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강 교수는 2005년 3월 기초학문육성 인문사회분야지원사업에 ‘16~18세기 유럽인의 정신세계에 대한 인식과 유럽중심주의’라는 주제의 연구계획서를 제출했지만 본심사에서 탈락했다. 이에 강 교수는 본심에 올라온 서양사 분야 4개 프로젝트의 연구계획서와 예비심사서, 본심사서, 종합심사의견서 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학진은 “연구계획서는 지적재산권 침해 우려가 있어서, 심사결과서는 작성자의 연구 결과 및 심사자의 학문적 소견이 담겨 있어 작성자와 심사자가 동의해야 하는데 이들의 의견을 조회한 결과 비공개하기로 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학진은 또 “이 사건 심사는 시험보다 더 고도의 주관적 평가로 이뤄진 것이고, 이를 공개할 경우 심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정보공개법상 비공개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연구계획서는 신청요건상 연구과제로 선정되면 공개가 필연적으로 예정돼 있고, 표절이나 도용은 학문적 탐구와 비평을 통한 자정이나 손해 발생시 사법적 절차에 따라 통제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비공개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심사결과서에 대해서도 “심사위원의 학문적 소견이 들어있어도 저작물 또는 2차 저작물이라고 볼 수 없고, 심사위원 위촉을 수락한 이상 결과가 공표되는 것을 어느 정도 용인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막대한 정부예산이 지원되는 사업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충동이 상당한 정도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심사과정의 투명성이 결여된다면 객관성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학진 측은 이에 대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유없다”며 기각했고,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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