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 달라져야 한다(3) 국제화의 방향은...
겉모양만 국제화, 내실 다져야
외국인 교수 자질검증 시스템 못갖춰
외국 유학생 61%가 중국인 ‘편중 심각’
대학가 국제화 바람이 거세다. 외국인 교수와 학생을 데려오기 위한 예산을 확대하고, 영어 강의 수강을 의무화하는 한편, 신임 교수 채용에서도 영어 강의 가능자만 뽑는 대학도 늘고 있다. 서울대도 올해부터 신임교수 채용시 단과대별로 영어가능자에게만 지원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대학들이 이처럼 국제화에 나서면서 자칫 예산만 낭비하는 겉치레식 국제화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제화에 나서는 이유가 <더 타임스> 등 세계대학 평가에서 국제화 지표가 주요 잣대로 활용되는데, 외국인 교수와 학생을 유치하는데는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국내 모 일간지 대학평가 결과, 지방의 모 대학이 중국인 유학생을 대거 유치하면서 국제화 점수에서 최상위 점수를 받아 대학 종합 순위가 1년 만에 크게 오르는 등 국제화 평가 지표에도 혼선이 일고 있다.
◆ 유학수지 적자 100억불 시대 = 국내 대학들의 국제화는 유학수지 적자폭이 증가하면서 이를 만회하려는 정부차원의 정책에 따른 측면도 크다. 2007년 교육인적자원부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동안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유학생은 3만 2,560명이었지만, 반대로 해외로 나간 국내 학생은 19만364명에 달했다. 들어오는 학생보다 6배 넘는 인원이 해외로 나가 유학수지적자가 100억불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국내 유입된 외국인 유학생 중 61.7%가 중국인 유학생이었고, 상위 10개국이 전체 유학생의 91.8%를 차지하는 등 ‘인바운드 유학생’ 편중 현상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로 나가는 ‘아웃 바운드’ 한국인 유학생도 미국(30.4%) 편중이 여전히 심각했고 상위 10개국에 95.1%가 몰렸다.
국내 대학들의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국제화 모두 일부 국가 편중 현상이 심각하고, 교육산업을 수출하기보다는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은 국제수지 적자라는 금전적인 손실과 함께 국내 대학 국제화의 현주소가 후진국에 머물고 있다는 증거다.
◆ 외국인 교수 채용 경쟁, 교수자질 심사시스템 부재 = 인바운드 국제화를 위해 외국인 교원 수의 확대도 필요하다. 2007년 교육인적자원부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26개 국공립대에 재직중인 외국인 교수는 23명뿐인 것으로 드러나 특히 국공립대 외국인 교수 채용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외국인 교수를 경쟁적으로 채용하는 과정에서도 이들에 대한 교수로서의 자질 검증 시스템이 미미하다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한국국제교육자협회(KAIE) 김준현 회장(경희대 대외협력팀장)은 “유명한 교수는 대외적으로 검증됐다고 해도 대부분은 교수 자질 검증이 어렵다”면서 “특히 어학 교수의 경우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영어 실력만 보고 뽑아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이 부족해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소위 잘나가는 교수들은 미국과 유럽으로 스카우트되지만, 국내에는 실력이 뒤쳐지는 사람들이 지원한다. 일부는 해외 취업을 위해 교수직 공채에 지원하고 있어 교수 자질 검증이 시급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상당수 대학들이 채용한 외국인 교수가 마약이나 성폭행 등의 범죄 경력자로 뒤늦게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다”면서 “범죄 경력 등 학교가 할 수 없는 범위는 국가차원의 지원 시스템이 마련되야 한다”고 주문했다.
◆ 인바운드 국제화 외국인 지원시스템 마련해야 = 외국인 교수와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이 국내 대학과 사회에 적응하도록 하는 지원 시스템 마련도 대학 국제화의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실제로 지난 1999년 서울대가 국립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외국 국적 교수를 발령했지만, 절반 이상이 1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학교를 빠져나가 예산만 낭비하기도 했다.
미국 국적으로 서울대 첫 외국국적 교수로 발령 받아 9년째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인 화학과 윤도영(53)교수는 교직원들이 영어 회화를 할 수 있어야 하며, 특정 프로그램을 이용해 한국어로만 작성해야하는 정부의 연구비 신청 양식도 바꿔야한다고 지적했다. 재작년 말 퇴임한 캐나다 국적의 A 교수도 “한국에서 연구한 경력이 없으면 연구비 신청조차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며 “명예교수 자격도 국내 근무 경력 25년으로 제한하고 있어 외국인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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