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2~3년 안에 제품으로 출시될 연구를 하지만 대학은 5~10년 후를 내다보는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당장 돈 되는 것만 해서는 미래기술을 개발할 수 없고, 기술우위를 점할 수 없죠. 특히 교수들은 토종기술을 키워보자는 환상이 있어요. 이제껏 대학이 선진화하는데 정부의 규제가 많았습니다. 대학에서 수십억 원을 들여 개발한 기술을 기업은 몇 천만원에 가져가려고 하고요. 기술이전이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합니다. 지적재산권을 사업화해 대학과 기업이 윈윈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죠.”
이종태 신임 한국대학기술이전협회(Kautm) 회장은 짧은 봄을 느낄 여력이 없을 정도로 분주하다. 동국대 산학협력단장과 산학기술협력센터 소장을 겸직하고 있는 그는 지난 18일, 임기 3년의 카우텀 회장에 선임됐다.
지난 2002년 20개 대학이 모여 ‘대학기술이전센터협의회’로 출발한 카우텀은 2005년 사단법인으로 전환, 상근 사무국 체제를 갖췄으며, 현재 59개 대학이 회원교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이 보유한 우수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는 기술사업화를 촉진해 보자는 뜻에서 출발한 카우텀은 몇 년만에 촘촘한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이 회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와 미국 버클리대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친 후 지난 92년 동국대에 부임한 이래 물류관리·RFID(무선전자인식) 적용연구·신경회로망 적용 등의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회장을 맡은 지 며칠 안 돼 ‘업무 파악 중’이라고 밝혔지만, 그는 대학 연구실에서 개발된 신기술을 기업에 이전해 사업화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기술 개발과 사업화라는 두 가지 과제를 현장에서 부딪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가 지원하는 신성장동력기술개발사업인 RFID 기반의 상품 라이프사이클 물류정보 통합 솔루션을 개발하는 컨소시엄의 총괄책임을 맡고 있다. 1년 전부터는 시범프로젝트 개념으로 연구 결과물을 상용화하는 사업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기술이전 관련 제도 개선을 공론화하려고 합니다. 정부 부처별로 기술료 규정이 다르고 사용처를 일일이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기술전담조직이 안정화될 때까지 정부 반납금을 감면하거나 유예해 줄 것을 건의하려고 합니다. 기술료를 대학이 받으면 그게 사회 환원이잖아요. 대학보유 특허가 증가하면서 유지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특허 연차료 등의 감면 정책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카우텀은 올해 산학협력기술지주회사 설립과정과 기술이전 계약서 작성 교육을 실시하고 여름과 겨울 워크숍을 열어 특허관리·마케팅, 기술이전 협상 노하우 등을 공유하려 한다. 대학의 미활용기술을 발굴해 기술이전을 지원하기 위해 부품소재·바이오 분야 기술발표회를 계획하고 있으며 ‘대학 미공개 신기술 투자박람회’ 도 준비중이다. 또 대학 기술이전조직 담당자들이 궁금해 하는 Q&A를 책으로 펴내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몇몇 대학이 준비 중인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지원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기술이전이 활성화되려면 정부가 얼싸안아주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대학기술신용보증’을 만들어 벤처·이노비즈 기업 진출이 쉽도록 지원하는 것이죠.”
대학의 지적재산권이 제 값을 인정받아 후속연구에 투입되고, 궁극적으로는 참여 교수와 대학·기업 모두가 이익이 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대학 재정의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데 산학협력과 기술이전을 통해 30~40%를 충당하는 재원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어렵겠지만 한국형 모델을 개발해 대학가에 전파시켜 보려고 합니다.”
<사진= 한명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