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원격대학을 지나치게 규제, 이명박 정부의 ‘자율’과 ‘경쟁’의 기조를 역주행하고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일부 원격대학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원격대학들을 손쉽게 관리하려고 모법인 평생교육법의 취지와 기본정신에 위배되는 시행령을 만들었다”면서 “평생교육법이 실질적으로 그 효력을 상실해 남아있는 원격대학의 위상이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2001년부터 평생교육의 진흥을 도입한 원격대학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남아 있는 민법상 재단법인을 둔 대학은 울며 겨자먹기로 고등교육법을 따라가야 하며, 그렇지 않고 평생교육법을 고수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시행령 개정에 따르면, 고등교육법을 따르지 않고 평생교육법 하에 남아있길 원하는 원격대학은 앞으로 대학원을 설립할 수 없는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
명칭도 고등교육법의 ‘사이버대학’에 편재되지 못한 채 ‘원격대학’에서 ‘원격대학형태의 평생교육시설’로 바뀌게 된다.
정오영 서울디지털대학 부총장은 시행령 개정에 대해 “그동안 원격대학의 비리가 불거져 나오면서 이를 교육부가 통제하겠다는 명목으로 시행령을 들고 나왔다”면서 “원격대학 스스로 문제를 고쳐나가는 마당에 강제적으로 고등교육법에 편입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평생교육시설 설치자 중 ‘재단법인 또는 특별법에 의하여 설립된 비영리법인’도 삭제, “교육부가 학교법인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시행령에 따르면, 민법상 재단법인은 향후 원격대학을 설립할 수 없으며, 학교법인만 원격대학(이후 사이버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피해가 예상되는 재단법인 원격대학들은 지금까지 2원화 하던 체제대로 운영하고, 양쪽에 동등한 처우를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평생교육법 하에 속하는 원격대학도 기준에 부합할 경우 대학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줄 것과, 원격대학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오프라인 대학들에게 적용하는 교사면적 등 원격대학 실정에 맞지 않는 규정 역시 철폐하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1일 시행령 심의 결과, 남아있는 원격대학이 종전과 마찬가지로 학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대학교’라는 명칭도 사용할 수 있게 했지만 고등교육법상 사이버대학에 비해 원격대학은 그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됐다.
심의에 참석했던 김광원 한국언론재단 이사는 “시행령은 모법 그대로 고등교육법, 평생교육법 2원화 체제로 가는 것을 확정한 수준이었다”면서 “거의 모든 대학이 사이버대학으로 전환하고 원격대학으로 남으려는 대학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이사는 “남은 원격대학은 사이버대학이 아니라 일종의 시설로 남을 수 밖에 없다”며 “일반인들은 사이버대학과 원격대학의 차이를 잘 모르겠지만 둘 사이에 엄연한 구분과 지원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의위원이었던 김유환 이화여대 법대교수도 “평생교육법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하는데 시행령 차원에서 규제개혁위원회가 논의하는 게 적절한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며 “가격이 저렴한 사이버 교육을 늘리자는 게 평생교육법의 취지인데 이번 시행령은 규제를 두어 자칫 평생교육제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 원격대학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IT 인프라를 고려할 때 사이버대학은 외국 대학과 비교해 세계최고로 성장할 수 있는 분야인데, 교육과학부가 발목을 잡고 있다”며 “시행령 개정은 그야말로 시행착오적인 생각이고, 특히 이명박 정부의 기조와는 반대로 가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의 이후 시행령은 법제처를 거쳐 국무회의에 상정, 5월 말 통과가 예상된다. 통과 이후엔 사실상 다시 되돌리기가 어렵다. 원격대학에서 사이버대학으로 전환을 원하는 대학은 3년 유예 동안 시설을 확충하고 조건에 맞춰 신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