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순천에 자리잡은 국립 순천대에 변화의 바람의 거세다. 지난해에 물리·화학 등 10여개 학과를 폐지하는 학사구조 개편을 대대적으로 단행했다. 일정 기준의 충원율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학과 정원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폐과 예고제’를 도입했다. 졸업 이수학점도 140학점에서 120학점으로 줄일 계획이다.
국립대서는 드물게 40대에 당선된 장만채(50·
사진) 총장이 몰고 온 바람이다. 앞선 선거(2002년)에서 8표 차이로 아깝게 떨어졌던 장 총장은 2006년 10월, 마흔여덟 살의 나이로 제5대 총장에 취임했다.
장 총장은 “40대에 총장이 된 것 자체가 대학의 위기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내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상아탑 안에 갇히지 않고 활동적으로 일할 사람을 필요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개교 73주년(15일)을 앞두고, 공과대학을 중심으로 한 ‘광양 제2캠퍼스’ 조성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장 총장을 지난달 29일 만났다.
- 학사구조 개편 등 취임 이후 많은 일을 벌였다고 들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선 내부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대학이 위기상황을 맞은 이유는 전국 200여개 대학이 똑같기 때문이다. 순천대에 있는 60여개 전공이 전남대에도 있고 연·고대, 서울대에도 그대로 있다. 유사한 제품이 나열돼 있을 때 소비자는 가장 좋은 제품을 고를 수밖에 없고, 썩은 사과는 더 빨리 썩는다. 그래서 내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내 전공이 화학인데 화학·물리 등 10여개 학과를 없앴다. 기초학문 연구는 그만큼의 역량을 갖춘 대학에서 하면 된다. 나머지 대학들은 전문기술을 위한 소양의 형태로 가르치면서 취업 중심의 실용교육에 집중해야 한다. 교수업적평가와 승진규정도 이전보다 배로 강화했다. 3분의 2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는데 구조조정 때문에 지금은 3분의 2가 나를 싫어한다(웃음).”
- 최근 정부가 내년부터 ‘학부제’를 풀겠다고 밝혔다.
“학부제는 실패했다. 아무 관계도 없는 이질적인 분야가 ‘학부’라는 이름으로 묶였다. 가시적인 성과만 보이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학과 전공이 너무 세분화되는 것도 큰 문제다. 60~70%의 과목이 같은데 20~30%의 차이만을 가지고 학과를 만들기도 한다. 수요자인 학생이 아니라 공급자인 교수 위주로 커리큘럼을 편성하기 때문이다. 유사영역은 합치되 이질적인 전공은 독립시켜 주려고 한다. 대신 ‘폐과 예고제’를 도입해 3년 이내에 정원의 50%를 채우지 못하면 정원을 빼서 경쟁력 있는 기존 학과에 주거나 새로운 학과를 만들겠다. 졸업학점을 140학점에서 120학점으로 낮춰 나머지 시간에는 학생들이 하고 싶어 하는 분야를 지원해 줄 계획이다. 강의시수가 낮아지면서 팀티칭 등을 통해 교육의 질도 높아질 거라고 본다.”
- 특성화는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우리 대학의 장점은 세계적인 기업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인근에 있다는 점이다. 고흥에는 항공우주연구원이 있다. 거기에 맞춰 기계·우주항공 등 5개 분야 특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계·우주항공 외에 교육 분야에서는 IT 컨버전스와 국제비지니스 분야를, 연구 분야에서는 나노신소재연구와 생명과학을 특성화 분야로 중점 육성하고 있다. 중간평가를 통해 지속 지원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재정 확보도 중요한데.
“재정 확충은 시스템이 아니라 전적으로 총장 역량에 달렸더라. 지방대학으로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재원은 역시 대규모 국책사업 수주 확대다. 취임 이후 7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지난 1년 동안 BK21사업, 누리사업 등 1500억원에 이르는 국책사업을 수행했다. 정부 재정지원 방식이 사업 중심에서 포뮬러 펀딩 방식으로 바뀔 것을 대비해 각종 지표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등 지역기업과의 산학협력도 재정 확보에서 중요한 요소다.”
- 우수 학생 유치와 취업률 제고를 위한 대책은.
“순천대는 올해 입시에서 최종 충원율 100%를 기록했다. 처음이라 홍보가 부족했지만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드림 장학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수능 4개 영역 가운데 3등급의 합이 6이면 ‘드림 장학생’이라 해서 4년간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전액 지급하고 외국 유수대학 대학원 진학 등을 지원한다. 합이 7이면 1등급, 8이면 2등급 장학생으로 선발해 차등 지원한다. 산학협력을 통한 맞춤형 취업제도를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KT 등 기업체에서 요구하는 과목을 커리큘럼에 반영해 수요자 요구에 부응하는 인력을 양성하고, 일정 성적이상인 학생을 취업시키고 있다.”
- 국제화가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교육이 꼭 강의실에서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국제화 감각을 키우기 위해 작년 한해 해외탐방, 해외봉사 등을 위해 100팀을 내보냈다. 올해는 2배로 늘렸다. 더 확대해서 해외 탐방·봉사를 정식 커리큘럼에도 넣을 생각이다. 대학원에도 이공계 외국인 유학생 장학금을 신설해 세계 각국의 우수한 인력을 석·박사과정에 끌어들이고 있다. 올해에는 중국 등 아시아권 자매대학을 통해 학부과정의 외국인 자비유학생 유치에 나선다. 50%까지 장학금을 준다. 수익 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 법인화를 대비한 생존전략은 무엇인가.
“법인화는 곧 무한경쟁의 시대로 전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 국립대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다. 그래서 시도하고 있는 게 ‘광양 제2캠퍼스’ 조성이다. 포스코(광양제철소)·광양시와 공동으로 광양에 제2캠퍼스를 조성해 공과대학을 이전할 계획이다. 광양시는 지역산업 발전을 위해 공과대학 중심의 대학 유치를 원하고 있고, 포스코는 우수한 연구·산업 인력을 필요로 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신소재나 금속, 기계, 조선, 전자 분야에 집중해 특성화를 시키고 그 분야를 세계적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산·학·관 모델이다. 연구비와 장학금, 취업과 같은 부분도 지원받을 수 있다. 대학 특성화와 실질적인 산학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재정 확충, 우수 교원·학생 유치, 취업률 향상 등의 성과도 이룰 수 있다. 이번 학기 중에는 결론이 날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미래전략위원회’를 구성해 순천대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지방 국립대로서 순천대의 비전과 전략을 정리한다면.
“2007년부터 ‘순천대에서 미래를, 광양만에서 세계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역밀착 산학협력에 기반한 특성화 연구와 취업중심 실용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 비전이나 전략, 국립대 법인화, 우수학생 유치, 특성화…, 이런 것들은 분리된 게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돼 있다. 앞에서 얘기했듯, 지금은 ‘광양 제2캠퍼스’ 이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포스코와 관련된 공과대학 분야를 먼저 광양캠퍼스로 보내 발전시키고 물류 등 관련된 분야를 점차적으로 여기에 붙여나가는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순천에 남는 학과도 내부 구조조정을 통해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는 학사구조로 개편해야 한다. 최고 수준의 연구시설 및 기금 조성, 취업 활성화 등의 조건을 구축해 공과대학을 1~2년 안에 전국 최고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시키고, 여기에 기존 사범대학의 평판을 더한다면 충분히 지역소재 중소규모 대학에서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장만채 총장은… △1976 광주제일고 졸 △1980 서울대 화학과 졸 △1985 KAIST 화학과 이학박사, 순천대 교수 △1993 순천대 전자계산소장 △1997 미국 브리검영대 방문연구 △1999 순천대 자연과학대학장 △2006 순천대 총장 취임 △현 (재)향남문화재단 상임이사, 대한화학회·미화학회·한국과학사학회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