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문 진입 100여미터부터 늘어선 나무들이 손을 흔든다. 가로수의 인사를 받으며 졸졸 흘러가는 작은 개천 위를 잇는 근화교를 건넌다.
정문에 들어서면 단아한 여인 같은, 때로는 지적인 여인 같은 캠퍼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녹음의 수목과 원색의 튤립, 그리고 붉은 벽돌 건물이 고풍스레 숨어 있는 덕성여대 캠퍼스다.
캠퍼스 주변은 북한산과 도봉산이 감싸고 있어, 산이 뿜어내는 상쾌한 느낌이 학교를 두른다.
도시를 벗어나 외지에 여행이라도 온 것처럼 시야가 밝아진다. 학교 길마다 빼곡하게 들어찬 수목은 산에서 가져온 느낌이 들 정도로 싱싱한 녹색을 뿜어낸다. 학교를 거니는 여학생들의 밝은 모습이 어울어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든다.
정문 역할하는 대학본부 지나야 캠퍼스 들어서
정문을 지나 캠퍼스에 들어서려면 우선 대학본부를 통과해야 한다. 두 동으로 구성된 건물의 왼편 1층은 넉넉하게 비워냈다.
각주를 세우고 그 위에 건물을 세워 놓은 필로티 양식으로 지어 건물 사이 공간이 곧 정문이다.
북한산 인수봉과 백운대 스카이라인이 풍경화처럼 펼쳐진 경관 아래 나지막하게 자리 잡은 이곳을 관통해야 캠퍼스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다.
대학의 경계와 입구가 구분되지 않고 건물이 그 자체로서 정문 역할을 하는 모습은 서구의 대학도시를 연상케 한다. 정문을 지나 캠퍼스에 들어서면 전후좌우로 뻗은 아름다운 가로수길이 그 멋진 자태를 드러낸다.
직선의 큰 도로를 따라 나무줄기처럼 뻗은 조그만 길이 원을 그리듯 이어간다. 노랗고 붉은 튤립이 길을 안내하고, 그 끝에는 나름의 개성을 지닌 붉은 벽돌 건물들이 사람을 반가이 맞는다. 수목과 꽃, 길과 건물이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뽐낸다.
봄이면 사랑스런 핑크 빛 눈을 같은 벚꽃이 날리고, 가을이면 수북이 쌓인 단풍잎의 붉은 자태가 운치를 더하는 길이 그야말로 아름다운 여인의 자태다.
캠퍼스에서 만난 문헌정보학과 김현희씨는 “여의도 안 가고 덕성여대에서 벚꽃구경한다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고 자랑한다.
후문에 자리하고 있는 효문중·고교는 물론 근처의 정의여중·고교에서는 해마다 봄이면 캠퍼스로 단체 소풍을 온다고 한다.
어디 그뿐이랴. 밤에는 마실 나온 지역주민들의 편안한 휴식처로 자리 잡아 지역민과 함께하는 캠퍼스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김수근 선생의 건물, 건축가협회상 수상 경력도
십자로 왼편에는 도서관이 버티고 있다. 1971년 개관한 도서관은 8595㎡규모에 164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52만여 권의 장서와 비도서 47만여 점, 전자정보 1만 3600 타이틀 등 동서양과 고·현대를 아우르는 수많은 학술자료를 구비했다.
지난 1994년 학술정보시스템을 도입했고,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을 통한 공동목록과 서울 동북부 사립대학 간 분담수서·상호대차를 진행하고 있다.
도서관 왼편에는 웅장하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대강의동이 자리한다.
대단위 전공 및 교양강의가 이루어지는 계단식 강의실에 첨단의 다양한 교육기자재를 갖추고 있다.
건물 입구는 둥글게 열려 있고, 높은 천장과 대형 유리창으로 따스한 햇살이 가득 쏟아져 천문대를 연상케 한다.
대강의동 오른편에 있는 차미리사 기념관은 독립운동가이자 여성운동가로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한 설립자 차미리사 선생을 기리고자 건립했다.
2005년 3월에 준공, 1만 4248㎡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최첨단 전산·어학·교양 교육시설을 자랑한다.
차미리사 기념관을 지나 오른쪽으로 계속 걷다 보면 약학관·자연관·강의동을 만날 수 있다. 덕성여대 캠퍼스에서 처음 지어진 건물들이다.
한국 현대건축가 제1세대 대표 주자인 김수근 선생이 설계한 건물로, 1979년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필로티 양식으로 지어 각기 다른 건물이지만 서로 연결돼 있다.
건물 중앙에는 ‘비엔나 숲’으로 불리는 ‘중정’이 숨어 있다. 처음 이곳을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탄성을 지른다는 곳이다.
여름에는 녹색, 가을에는 붉은색으로 물들어 장관을 연출하는데, 김수근 선생이 처음 캠퍼스를 설계할 때 본래 종묘원으로서 단풍나무와 벚나무가 우거졌던 숲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했다.
단아함 수목 속 고풍스런 건물이 조화 이뤄
약학관 오른편에 위치한 언어교육원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 중 하나다. 3주 동안 외국인 강사들과 머무르면서 외국어를 익히는 영어교육 기숙사는 최신식 시설을 자랑하며, 덕성인이라면 모두 거쳐 가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언어교육원을 지나 큰 길을 따라가다 보면 'F·L·N' 3개의 건물이 ‘ㄷ’자 모양을 이루고 있는 예술대학을 만난다.
한가운데는 아담한 정원이 조용하고 아늑하게 펼쳐져 있다. 북한산까지 조망할 수 있어 뛰어난 경관을 스케치하는 명소로도 인기가 높다. 뒤에 버티고 있는 빨간 벽돌 건물의 예술대학은 격조 높은 품위를 보여준다.
예술대학 앞에는 덕성여대의 명물 중 명물인 영근터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교직원 김태역씨는 “이곳에 오면 야유회를 온 느낌이 든다. 마음이 즐거워지는 곳이다”라고 자랑한다.

진달래꽃 만발한 봄부터 하얗게 눈덮인 겨울까지 계절의 변화를 물씬 담아내는 이곳은 북한산의 드넓은 기운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고. 이곳에서 덕성인들은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고 차 한잔의 여유로움을 느끼며 사색에 잠긴다.
덕성여대 캠퍼스는 아담하면서도 오밀조밀하다. 길과 길을 잇는 수목은 잘 정돈됐고, 녹색의 잔디밭과 붉은 튤립은 마음을 편하면서도 즐겁게 해 준다. 하지만 개성 있는 건물은 격조가 있으면서도 불타는 붉은 색으로 도발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재미난 것은 이런 ‘다름’이 서로 조화를 이룬다는 것. 단아한 녹색 캠퍼스 곳곳에 숨어 있는 붉은색 건물은 대비를 이루면서도 묘하게 어울린다.
여학생들보다 캠퍼스가 더 아름다웠다고 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서울에 이토록 아름다운 대학 캠퍼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