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고베대학에서 유학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7년 반 동안의 가난한 유학생활이 마냥 즐겁고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학교의 무한한 관심과 사랑 덕분이었다.
특히 학교에서 ‘나만을 위한 졸업식’을 거행해 준 일은 평생 잊지 못할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석사·박사 학위 수여식 전날 갑자기 태풍이 부는 바람에 수여식은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내 졸업식을 보시려고 일본에 오신 것을 학교에서 알고는 긴급회의를 소집, ‘먼 곳에서 딸의 졸업식을 보려고 오신 어머님을 그냥 보내는 것은 도리가 아니니 문과대학 자체 학위 수여식을 거행해주자’며 졸업식을 열기로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나 혼자면 쓸쓸할 테니 석사학위를 받는 학생들도 함께 참석하게 했다고 했다. 문과대 학장님께서 친히 학위기를 수여해 주셨고 지도 교수님을 비롯한 많은 관계자 분들이 참석했다.
식이 끝난 후에는 학장실에서 다과회까지 열어주시는 바람에 졸지에 스타가 되고 말았다. 덕분에 나와 어머니는 너무도 소중한 추억을 만들게 되었다.
고베대학의 경우 유학생을 위한 전담 교원을 비롯해 전담 직원, 전담 튜터를 따로 두어 유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지도교수에게 유학생과 함께 하는 식사 비용 및 문화탐방 비용까지 제공, 1년에 몇 번 이상은 꼭 이행하게끔 하고 있다.
특히, 박사과정 때 지도교수님은 내가 박사과정 학생 1호였기 때문에 더욱 정성어린 지도를 해주셨다. 수업시간 외에도 2~3주에 한번 씩 미니 학위 논문을 제출하게 하여 디스커션을 하는 시간을 마련해주셨다.
이런 과정이 없었다면 3년 반 만에 박사학위를 받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디스커션이 끝나고 나면 밤 10시가 넘을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때는 교수님은 꼭 컵라면을 사주셨다. 그 때 먹었던 컵라면의 맛은 정말 꿀맛이었다.
이러한 교수님의 꼼꼼한 지도 외에도 고베대학은 여러모로 공부하기에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우선 단과대학별로 도서관 건물이 있어서 멀리 있는 중앙 도서관에 일부러 가지 않더라도 내가 원하는 자료를 신속하고 편리하게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대학원 공동연구실은 대학원생들끼리 세미나나 스터디를 하는 장소로 활용되어 학교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공부를 하게 되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연구 테마를 미리 정해놓고 과정이 끝날 때까지 발표와 토론을 반복하여 자연스럽게 학위 논문을 준비해나가는 시스템이 특이하다.
한국의 경우 학위논문중간발표 정도밖에는 별로 기회가 없는데, 고베대학의 경우 1주일마다 돌아가며 발표하는 공동세미나 시간이 있어서 한 학기에 두세 차례나 발표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 시간에는 해당 학과 교수 및 강사, 포스트닥터, 대학원재학생들이 함께 참가해 연구논문 발표를 돌아가면서 하기 때문에 교수님들이나 선배들의 연구 방식이나 논문 전개 방식 등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발표한 내용에 대해서 교수님들을 비롯한 여러 참가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
발표에서 지적받은 내용을 수정하고 보완해 정리하는 작업을 몇 차례 하고 나면 학위논문이 자연스럽게 완성되는 게 일반적이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왔을 때 박사과정 6학기인 후배가 아직도 학위논문 테마를 못 정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었는데, 일본과 같은 제도를 정착시킨다면 이러한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나는 이러한 제도를 십분 활용한 덕분에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에 박사 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다.
공부 면에서 최상의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고베대학은 유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었다. 학비도 사립대학의 절반 정도로 저렴한데다 대부분 면제 혜택을 받기 때문에 학비로 인한 고통을 받는 일은 거의 없었다.
또한 유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보건센터에서 연 1회 정기건강검진을 무료로 해주었고, 이상이 있을 때에는 고베대학 제휴 의료 기관에 가서 저렴한 비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
게다가 내가 낸 진료비 중에 80%는 유학생 제휴 기관에서 보조해줘 병에 걸려도 치료비 걱정으로 애를 태우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유학생회관 등, 민간 주택의 1/5~10/1 정도의 저렴한 숙사를 마련해 준 덕택에 집세 걱정도 별로 하지 않고 지낼 수 있었다.
또한 교양학부에 유학생들을 위한 양질의 무료 일본어 강좌가 여러 개 마련되어 있어서 짧은 시간에 일본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유학생 가족들을 위해서도 무료 일본어 강좌, 무료 문화 체험, 무료 통역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유학생에 대한 진심어린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라 본다.
최근 우리나라 대학에도 외국 유학생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고베대학의 유학생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우리들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