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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도 ‘코드’뽑고 ‘측근’앉히나
산하기관장 일괄사표 요구…단순히 ‘과거인사’라는 이유로 교체땐 ‘측근인사’ 우려
최근 정부부처 산하 공기업과 공공기관장들의 물갈이가 한창인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 역시 산하단체장들에게 일괄사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전문성’과 ‘경영성과’보다는 참여정부 시절 임명된 기관장들을 솎아내고 현 정부의 측근인사를 앉히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교과부도 산하기관장 일괄사표 요구= 황대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이 지난달 21일 퇴임식을 갖고 물러나면서 옛 교육인적자원부 산하기관도 물갈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황 원장은 교과부로부터 사표 제출을 권유받고 사표를 낸 후 바로 수리됐다. 황 원장은 지난 2004년 제3대 원장에 취임해 3년 임기를 마치고, 지난해 7월 제4대 원장에 연임된 바 있다.

황 원장은 “난 ‘코드’하고 상관없이 전문성 때문에 연임됐지만 어차피 임기가 7월까지라 (교과부 인사로부터) 사표 제출을 권유받고 바로 냈다”며 “(다른 산하기관장에게도) 일괄적으로 사표 제출을 요구해 대부분 사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 역시 산하기관장에 대한 일괄사표 제출 요구를 부인하지 않았다. 교과부 고위 관계자는 “전문성이 뛰어나 그 자리에 가신 분이라면 모를까 정치적 고려로 임명된 분들은 정권이 바뀌었으니 재신임을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사표를) 낸 분도 있고, (아직) 안 낸 분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차관 출신도 ‘정무직’이라 재신임 대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교육학술정보원 외에 동북아역사재단, 사립학교교직원연금관리공단,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한국교직원공제회, 한국학술진흥재단 등이 옛 교육부 산하기관이다. 허상만 학술진흥재단 이사장은 아직 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코드’ 뽑고 ‘측근’ 앉히기 우려= 다른 부처 산하기관장의 ‘일괄사표→재신임’ 과정을 보면 참여정부와 관계있는 인물들을 솎아내기 위한 작업이라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 15일 김원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제외한 산하기관장들의 사표를 일괄 수리했다. 정병석 한국기술교대 총장은 참여정부에서 노동부 차관을, 박용웅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은 노동부 능력개발심의관·이사관을 지냈다. 사표가 수리된 나머지 기관장들도 참여정부 때 내각이나 열린우리당 등에서 활동하거나 총선에 나갔던 인물이다.

이러한 정황으로 볼 때 교과부 역시 참여정부 때 내각·청와대에서 활동하거나 17대 총선 또는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인물 등이 주된 퇴출 대상일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옛 교육부 차관 출신인 서범석 사학연금공단 이사장은 열린우리당 후보로 전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순천대 총장 출신인 허상만 학진 이사장은 농림부장관 재임 당시 총선 차출설이 나돌기도 했다. 이종서 교원공제회 이사장은 2008대입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일 때 옛 교육부 차관을 맡았다.

지난 16일 수능 출제·관리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에 김성열 경남대 교수가 최종 임명되면서 결국 참여정부와 관련된 인사가 나간 자리를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채울 것이라는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김 학장은 대통령 선거 당시 이 후보 캠프에 합류해 교육 분야 ‘가정교사’ 역할을 하면서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 등의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과거 인사’ 이유만으로 사퇴 강요 안돼= 사학연금의 가입자 단체 중 하나인 전국대학노동조합 한정이 정책국장은 “교육부 고위관료 출신이 기관장으로 임명되는 ‘낙하산’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공공기관의 경우 임원 공모와 관련해 나름대로 투명성을 확보해 왔다”며 “경영실적을 평가해서 재신임 여부를 결정한다면 모를까 달랑 과거인사라는 단서를 달아 일괄사표를 요구하는 것은 정권을 잡았으니 사표 받아 측근을 임명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국장은 “실제 다른 부처 산하기관장 인사를 보면 측근인사로 흘러가는 모양새”라며 “사학연금공단의 경우 서 이사장 취임 후 최고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데, 이런 실적으로 봤을 때는 당연히 (법률에 따라)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교직원공제회의 한 직원은 “지난해 9월 이사장이 취임했는데 정말 전문성 있는 외부 인사가 온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이사장 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인사는 결과로 보여준다는 말이 있다. 옛 교육부 산하기관장 가운데 누구의 사표를 수리하고, 그 자리를 어떤 인물로 채우는지를 보면 정부가 무엇 때문에 일괄사표를 요구했는지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권형진 기자 (jinny@unn.net) | 입력 : 08-05-19 오전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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