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법체계는 그동안 판·검사, 변호사로 이루어진 법조관료들이 강력한 법권력을 구축하면서 국민 위에 군림하는 체제를 이루어왔다. 국가가 법률가의 양성과 충원까지 도맡아 처리하면서 고객과 시민사회에 봉사하는 법률전문가가 아니라 국가에만 충실한 법조인을 키워왔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런 파행은 법학교육마저 사법시험에 종속시키고 ‘고시 낭인’과 ‘신림동 고시촌’으로 대변되는 한탕주의식 출세지상주의의 교육풍토까지 만들었다.
이제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는 로스쿨 제도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 한편, 현대사회가 제기하는 다양한 법률서비스 수요들을 효율적으로 감당하기 위한 장치로 도입되었다. 로스쿨법이 밝히고 있듯 ‘풍부한 교양,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유·평등·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건전한 직업윤리관과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 및 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고 이들로 하여금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함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실제 그동안 이런 목표의 달성을 위해 사법시험을 변호사자격시험으로 전환하여 시험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법률가를 양성할 것, 다양한 전공을 이수한 자들이 변호사가 될 수 있게 하며, 법조윤리와 법기술에 관한 교육을 강화하고 법률실습의 기회를 확충할 것, 이를 위해 보다 강화된 인적·물적 교육시설기준을 갖출 것 등이 요구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런 목표는 초기부터 흔들렸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총입학정원제가 가장 큰 원인이다. 2000명의 총입학정원은 이미 형성되어 있는 변호사들의 독점체제를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고객에 봉사하는 법률가가 아니라 앉아서 군림하는 법조귀족을 양산하기에 충분하다. 아울러 이는 로스쿨간의 경쟁을 완화시킴으로써 교육혁신은커녕 기존의 수험법학·교과서법학의 수준에 안주하는 직무유기조차 방임해버린다.
변호사자격요건의 문제는 또 다른 요인이 된다. 실제 로스쿨제도는 사법시험이라는 ‘점’에 의한 ‘선발’이 아니라 법학교육이라는 ‘선’에 의한 ‘양성’을 지향한다. 그래서 변호사시험은 일본의 신사법시험처럼 어려운 문제를 출제하고 상대평가로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법률가로서의 최소한의 지식과 기술, 윤리를 갖추었는지의 여부만을 판별하는 자격시험으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그래서 로스쿨간의 경쟁은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이 아니라 졸업생들의 취업과 진로, 보다 장기적으로는 그들의 (법조)사회에서의 명망에 의하여 결정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한마디로 제대로 된 변호사의 양성은 로스쿨에 맡기고 변호사시험은 단순히 그 교육의 결과만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변호사시험법안이다. 아직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예단하기 어렵지만, 만약 그것이 현행 사법시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혹은 일본의 신사법시험을 모방하는 형태로 정해진다면 이는 가뜩이나 혼란에 빠진 로스쿨제도를 초토화시키는 것이 되고 만다. 사법시험이 법학교육을 망쳐놓았던 그 과오를 그대로 반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로스쿨을 계기로 어렵사리 확보한 사법개혁의 가능성 또한 그대로 소멸해 버리고 말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로스쿨제도가 가지는 의미는 적지 않다. 그것은 권위주의 체제의 출범과 함께 등장한 사법시험-사법연수원이라는 관료법조체계를 떨쳐버림을 의미한다. 혹은 후기산업화사회에 접어든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하고도 다원적인 법률서비스를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방책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민주화와 산업화의 추세를 거역하고자 하는 기득권세력의 저항이다. 실제 그 저항의 주체는 기존의 법조인집단일 수도 있고 기존의 법학교수집단일 수도 있고 심지어 기존의 학벌집단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저항세력이 누구든 이미 길은 시작되었다. 기득권세력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보다 적극적이고 보다 능동적인 개혁의 의지와 그것을 앞서 실천하는 자기희생으로 이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만이 남아 있는 것이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 /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