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학생 김은희(가명·여)씨는 올 초 졸업 연기 신청을 내고 9학기째 학교를 다니는 '5학년생'이다. 4학년이던 지난해 2학기까지 졸업에 필요한 140학점을 다 땄다. 하지만 8월에 졸업하려고 40여만원의 추가 등록금을 내고 3학점짜리 전공과목을 덤으로 듣고 있다. 영문학과 경영학을 복수전공한 김씨는 마케팅 분야 취업을 준비 중이다.
그는 “지난해 가을에는 학점관리와 취업준비를 동시에 하느라 부담이 커 대기업 시험에 떨어진 것 같다”며 “백수로 졸업만 덜컥 하기도 불안해 학교에 남은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8월(코스모스) 졸업이 늘고 있다. 2월에 졸업하는 게 정상이지만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자 8월에 졸업한 뒤 하반기 채용 준비에 전력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10년 새 두 배 증가=코스모스 졸업자는 1996년 전체 졸업자 중 평균 11.4%였지만, 2007년에는 23%로 급증했다. 본지가 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인하대·한국외대 등 수도권 소재 대학 10곳을 조사한 결과다. 인하대는 코스모스 졸업자 비율이 96년 2.9%에서 2007년 22.4%로 일곱 배 이상 늘어났다. 한양대와 이화여대도 각각 5.6%와 6.2%에서 18.7%, 24.4%로 급증했다. 특히 2003년 이후 10개 대학의 평균 코스모스 졸업자 비율은 매년 1%포인트가량 늘어나는 추세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황선길 이사는 “기업이 다양한 경험을 한 인재를 원해 인턴·교환학생·어학연수생이 많아져 8월 졸업자가 계속 늘 것 같다”며 “4학년 재학생과 코스모스 졸업자의 하반기 취업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모스 졸업 초라해도 좋다=대부분 대학의 8월 졸업식은 2월에 비해 소규모로 치러진다. 인하대 관계자는 “졸업생 수상자 수나 참석 내빈 수가 적지만 특별히 8월 졸업식을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은 참석자가 적다는 이유로 8월 졸업식 자체를 없앴다.
서울대 3학년 조재혁(중문과)씨도 내년 8월 졸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씨는 “부모님은 '2월에 졸업해야 진짜 졸업'이라 하지만 명분보다는 실용을 찾겠다”며 “일부러 8월에 맞추겠다는 친구들도 있다”고 했다. 8월 졸업 예정인 경희대 김익환(4학년)씨는 “취업이 확정되지 않은 채 2월에 졸업하면 하반기에 몰린 채용에서 '1년 백수 구직자'라는 나쁜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코스모스 졸업은 갓 졸업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취업에 유리할까=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취업과 졸업시기에 대해 일부 오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대 노상철 취업지원팀장은 “하반기 취업준비에 8월 졸업자가 2월 졸업 예정자보다 조금 여유가 있을 수 있지만 취업 준비 기간을 문제 삼는 기업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도 “기업들은 정기 인사가 연초에 있어 하반기 채용을 선호한다”며 “졸업 후 공백기간이 지나치게 길지 않은 한 불이익은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8-05-29 오전 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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