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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대학에선]유타대학, 국적·인종 불문 '관용의 문화'
이은성 가톨릭대 교수 "백발 교수까지 연구 몰두"

필자는 2002년 미국 유타대학교 약학과 연구실에서 근무한 인연으로 2006년부터 올해 2월까지 그 곳에서 포스트닥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미국 대학에서 연구하면서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이제 갓 교수가 된 젊은 교수부터 정년을 훌쩍 넘긴 백발의 교수까지 모두 그칠 줄 모르는 뜨거운 열정을 지니고 교육과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그들을 지켜보며, 또 함께 연구하면서 그들이 지닌 학문적 열정 뒤에는 캠퍼스 내에 충만한 관용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관용(tolerance)'이란 서로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나의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참고 기다릴 줄 아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학자들은 자신의 학문적 소신을 뚝심 있게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유타대 마리오 카페키 교수는 특정 유전자가 조작된 쥐를 만들어내 지난해 노벨 의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학자다.

올해 그의 나이가 만 71세니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진작에 은퇴하여 남은 여생을 소일하며 보낼 나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카페키 교수는 지금도 수십 명의 연구원들과 함께 인간 유전학 및 생물학 분야의 일선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치열하게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유전학이나 생물학 분야는 어느 정도 연구결과를 내려면 적어도 3~5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획기적인 연구는 때로 평생을 투자해야 할 경우도 있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다.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 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카페키 교수도 한동안 뚜렷한 연구 실적을 내지 못한 채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했던 적이 있었다.

만약 그가 단기간의 연구 실적을 내라는 압박을 받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노벨상을 수상할 정도의 독보적인 업적을 쌓기는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다행히 대학 측은 그를 독촉하는 대신 묵묵히 믿고 기다려주었고 카페키 교수는 획기적인 연구결과로 보답했다.
여기에는 양적 측면 못지않게 질적 측면을 중시하는 미국 대학의 교수 평가 풍토가 깔려있다. 미국 학계는 교수의 업적을 평가할 때 해당 교수의 논문이나 특허 숫자 못지않게 그 논문이나 특허가 지니는 파급효과에도 주목한다.

또 대학에서는 모든 교수에게 교육과 연구를 균일한 비율로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에 강점이 있는 교수는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요컨대 획일적인 기준보다는 유연한 기준으로 심층적인 맞춤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연구실의 일상적인 모습에서도 관용의 문화는 발견된다. 필자가 있던 연구실만 해도 중국인, 인도인, 나이지리아인, 이란인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연구자들이 함께 있었는데, 신기하리만치 함께 지내거나 연구하는 데 있어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분위기 속에서 서로 ‘다르다’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관용의 문화 밑에는 철저한 객관성과 투명성이 확보된 제도들이 존재하고 있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정부나 대학에서 연구비 지원을 받기 위해 프로젝트 심사를 하게 될 경우 모든 심사내용을 철저하게 공개한다. 제안서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코멘트도 두루뭉실하게 요약하지 않고 일일이 구체적이고 직설적인 내용을 모두 공개한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설령 프로젝트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더라도 자신이 모자라는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무엇을 더 보완해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연구를 한층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8-06-02 오전 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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