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전공학부는 ‘프리-로스쿨’ (?)
서울대·연세대등 신설 유력...“로스쿨 준비과정” 지적
로스쿨 탈락大 “법학 안 가르쳐도 LEET 대비 가능”
내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개원을 앞두고 일부 대학에서 검토 중인 ‘자유전공학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금지방침을 내린 일종의 ‘프리 로스쿨(pre-lawschool)’ 성격을 갖는다는 지적 때문이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 등은 기존 법학부 폐지에 따른 잉여정원을 활용, 자유전공학부 신설을 확정하거나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2009학년 입시부터 80명 정원의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하기로 확정했다. 여기에 입학한 학생들은 전공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과목을 선택해 공부하고 2학년 진학 시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최봉철 성균관대 법과대학장은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2학년에 올라갈 때 글로벌 경영·경제학과를 제외하고는 모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도 법대 잉여정원 93명의 활용방안으로 자유전공학부 신설 방침을 정했다. 2009학년도 입시부터 자유전공학부를 신설, 이공·인문계열을 구분하지 않고 통합 선발할 계획이다. 학생들은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을 아우르는 4~5개 융합트랙을 이수하고, 3~4학년에 가서 자유롭게 전공을 결정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연세대도 150명을 정원으로 하는 자유전공학부 신설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고, 고려대도 새로운 단과대나 자유전공학부 신설을 검토 중이다. 특히 고려대는 향후 로스쿨 정원이 늘어날 경우를 대비, 자유전공학부를 두어 정원을 법대에서 관리하자는 안이 나오고 있다. ‘정원 유동성’을 확보해 로스쿨 정원이 늘어날 경우 법대에서 이를 되찾아 오기 위한 것이다.
이들 대학들이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하는 표면적 이유는 ‘우수학생 유치’다. 간판 학과인 법대가 폐지됨에 따라 신설되는 학부이기 때문에 신입생의 ‘질’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홍복기 연세대 법과대학장은 “정원을 늘리기가 무척 어려운 상황에서 모처럼 잉여정원이 발생했기 때문에 최고의 학부를 만들어 우수학생이 오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법학부를 폐지하면서 남는 정원으로 법대 유사학부 성격의 프리 로스쿨(pre-lawschool)을 신설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성균관대의 경우, 법학·의학·경영전문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을 자유전공학부로 흡수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법대 유사학부는 아니지만 로스쿨이나 MBA 진학에 도움이 되게 운영하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로스쿨 탈락 대학들은 불만을 제기한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 등 주요대학들이 자유전공학부를 개설, 로스쿨을 준비하게 할 경우 앞으로 설자리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용상 동국대 법과대학장은 “로스쿨 설치 대학들이 자유전공학부를 둬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면, 탈락 대학들은 로스쿨 합격생도 배출하기 힘들어 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울대 등은 자유전공학부에 “법학사 과정이나 로스쿨 준비 과정을 둘 생각이 없다”며 법대 유사학부나 프리 로스쿨 과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법학적성시험 자체가 법학보다는 철학이나 논리학에 기반을 두고 있어, 이런 논리가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한 사립대 법대학장은 “학부과정에 법학 관련 과목을 가르치지 않아도 학생들은 교양으로 다른 데서 법학을 들을 수 있다”며 “대신 자유전공학부에는 철학이나 논리학 등 법학적성시험에 필요한 요소들을 가르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로스쿨을 설치하는 대학은 법학학사 과정을 폐지해야 한다. 로스쿨을 준비하는 프리 로스쿨(pre-lawschool)과정도 이러한 법 취지와 어긋난다는 이유로 지난해 교육부가 제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자유전공학부에 대해선 교육과학기술부도 대학 자율에 맡기고 있다. 교과부 대학제도과 관계자는 “총정원 범위 내에서 모집단위를 정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권”이라며 “현재 자유전공학부에 대한 법적인 제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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