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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간강사법 개정, 국회가 다시 나서라
이명원 문학평론가, 본지 논설위원

지난 17대 국회에서 시간강사의 교원지위 확인을 골자로 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이 의원들의 무관심 속에서 자동 폐기됐다.

한국비정규직 교수노동조합을 포함한 교원 단체들이 이 법안의 통과를 강력하게 촉구했지만 결국 허사에 그쳤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이 법안의 발의자인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이 청와대 교육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그 이후로 오히려 시간강사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의 의원들이 더욱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강사들의 절망과 이에 따른 저항은 거셌다. 국회 앞에서 거의 수백일 동안 노숙농성을 하는가 하면, 교육위원회 속해 있으면서도 시간강사 관련 법안에 무관심한 의원들의 집무실을 점거하다 경찰에 끌려가기도 했고, 심지어는 죽음으로써 오늘의 고등교육 구조 안에서 거의 ‘유령’의 처지에 빠져 있는 시간강사의 극한적인 상황을 고발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커다란 충격을 주기도 했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지만, 많은 수의 시간강사들이 미래 전망의 불확실성 때문에 항상적인 우울증에 시달리고, 그 가운데 일부는 자살을 통해서 이러한 왜곡된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항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오늘의 국회의원들이나 대학사회에 커다란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가 하면, 한갓 스캔들적인 사건으로 보도되는 것 역시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다.


박정희 정권 시절에 대학교원의 사회참여를 통제하기 위해 시간강사를 교원에서 배제시키고, 전임교수에 대해서는 재임용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지식인들의 사상통제에 나선 일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한국사회가 민주화되었다고 하지만, 또 이러한 변화를 통해서 여러 악법들이 개정되거나 폐기될 운명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교육 관련 법안은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다.


오늘의 쇠고기 정국으로 인해 18대 국회가 언제쯤 개원할지 알 수 없고, 교육위원회가 구성된다고 해도 ‘사학법 재개정’과 관련한 이데올로기적 이슈에 매몰될 확률이 높아, 시간강사의 교원지위를 골자로 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중심의제로 설정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고등교육법 개정에 있어 상대적으로 전향적인 태도를 취했던 구 여권 및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재선에 대거 실패함으로써, 고등교육을 둘러싼 의제와 법안들의 상정이 원천봉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든다.

그러나 한 가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의 발의자인 한나라당의 이주호 의원이 청와대의 교육비서관으로 있으니, 의원입법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면 정부입법의 형태로라도 시간강사 문제를 차제에 전향적으로 풀어나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주호 비서관 자신은 자신이 입법 발의한 이 사안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또는 관료로서의 직업윤리에 충실한 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동시에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당국의 자구책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아무리 관련 법안이 형편없는 것이라고 해도, 대학당국이 현재와 같이 시간강사의 열악한 상황을 방치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고등교육의 질과 경쟁력 모두에 대한 진실한 관심이 있다면, 대학은 시간강사의 안정적인 강의조건과 처우개선을 위한 대학 나름의 방안을 적극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8-06-09 오전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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