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교육정책

목록
프린트 스크랩
대학도 달라져야 한다(10) 좌담
연구·교육 균형있는 평가시스템 갖춰야



 본지 창간 20주년 특집기획  ‘대학도 달라져야 한다’가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지난 2일 서울클럽에서 전문가들로부터 직접 대학 개혁의 해법을 들어봤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대학 자율화의 진정한 의미에서부터 교수업적평가와 강의평가,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에 이르기까지 두 시간 넘게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전문가들은 대학별·학문분야별 특성을 감안하지 않는 정부의 정책 집행을 ‘자율’의 걸림돌로 지적하고 교육중심대가 80%가 넘는 현실에서 연구성과 위주의 교수업적평가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문제의식을 함께했다. <편집자>


◇ 참석자(가나다 순)  
  박거용 한국대학교육연구소장(상명대 교수· 민교협 공동의장)  
  박승호 대학교육개발센터협의회장(서울여대 교무처장) 
  오재응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한국대학신문 전문위원) 
  이영관 전국대학교 산학협력단장· 연구처장협의회장(성균관대 산학협력단장) 
  사회 : 홍덕기 한국대학신문 부국장



― 홍덕기 부국장(이하 홍덕기)
: ‘자율’과 ‘경쟁’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3일 출범 100일을 맞았다. 새 정부 들어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자율’인데 대학 자율화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박거용 한국대학교육연구소장(이하 박거용): ‘자율’은 좋은 개념으로 이명박 정부가 좋은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었다. 고등교육 분야에서 자율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많이 나오지 않았는데, 초·중등 교육에서 정부가 ‘자율’이라는 좋은 가치를 구현하는 방안을 보면 반대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커 걱정이다. 최근 동국대가 학과를 평가해 점수가 낮은 학과는 퇴출시킨다는 방침을 밝히고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하고 몇몇 대학도 대기업에서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본이 몰리는 대학은 몇 군데밖에 안되고 그 단계를 내려가면 하나도 없다. 이것이 교수력과 연구력 향상에 어떤 결과를 가져지를 생각하면 걱정스럽다. 이런 문제점을 미리 제기해 잘못된 점은 고쳐 가면서 자율화를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학의 자율화가 좋지만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 세상이 변해도 대학이 지켜야 할 것까지 허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재응 한앙대 교수(이하 오재응)
: ‘자율’은 관치에서 벗어나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대학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기본 원칙이 중요하다고 본다. 고등교육은 입시정책이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인적자원을 키워내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입시정책으로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대학 자율화에는 재정확보가 가장 큰 문제가 된다. 재정 지원에는 평가 문제가 등장하는데 예전에는 교육부가 각 대학에 기본 예산을 분배하고 얼마 안남을 것 갖고 특수적인 것을 평가해 지원했다. 요즘은 전부 평가에 의해서 하다 보니 소위 말하는 잘하는 대학들이 계속 획득해 간다. 재정 자율성을 어떻게 확대해 나가느냐가 문제다.


이영관
전국대학교 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협의회장(이하 이영관) : 연구력 측면에서 보면, 연구비 문제가 가장 크다. 정부에 의존하는 대학 연구비가 75%로, 선진국에 비해 정부 의존율이 높다. 민간 연구 수요를 대학 내로 끌어들이는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 국가 연구사업을 해 보면 항상 센터의 자립화 문제가 대두된다. 자율에 따른 책임과 의무가 있는 것처럼 각 대학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승호 대학교육개발센터협의회장(이하 박승호)
: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자율화가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톱다운 방식의 상부하향식 의사결정 때문에 규제니, 관치니 하는 말이 나오고 고등교육의 암적 요소가 돼 왔다. 고등교육 역량이 커진 만큼 버튼업 방식의 하부상향식으로 대학을 믿어도 된다고 본다. 개별 교육기관이 교육의 공공성을 무시할 정도로 나갈 거라고 보지 않는다.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허용돼야 창의적인 것이 나온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의사결정을 개별 대학에 맡기느냐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톱다운 방식이 ‘자율’ 발목 잡아


― 홍덕기
: 정부와 대학이 말하는 자율 사이에는 온도차가 있다. 진정한 대학 자율화의 모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오재응
: 자율권을 줄 때 자기 대학의 역량에 맞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것을 안하면 평가 시 불이익을 받는다’고 하니까 안되는 거다. ‘학부제를 안하면 BK21사업을 못한다’, ‘200여개 대학 모두에 산학협력단을 만들라’하는 게 관치다. 물론 항상 버튼업은 아니라고 본다. 국가 발전에 필요한 부분은 톱다운 방식이 필요하다. 이럴 경우 대학 구성원들에게 생각할 수 있고 판단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


박승호
: 교육의 공공성이 저해된다고 하면 톱다운 방식이 들어가야 될 것이다. 대학교육의 사회적 책무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전공마다 현장 적합성이 다를 수 있겠지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고고한 학처럼 전통적인 대학 개념에 집착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전공에 따라서 지혜롭게 균형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


이영관 :
정부가 학문분야별 특성에 맞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대학이 연구를 잘 수행하려면 인프라·인력수급·연구비 등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외국에서는 산업체 연구비를 가지고 기술이전을 하게 되면 발생하는 이익금을 삼등분해서 연구자·대학·학과에 나눠준다. 산업체로부터 받는 연구비가 선순환되는 구조다.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대학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 아쉬운 것은 산학협력중심대학 사업이 폐지된 것이다.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면 인근 중소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기술을 이전하는 좋은 모델이었는데, 이같은 사업이 보다 활성화되면 대학도 자구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이 산업체와 자꾸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오재응
: 기술지주회사만 봐도 일본은 미쓰비시가 각 대학의 특허권을 다 산다. 우리는 한 건당 5000만원 내고 평가하고 할 게 없으니깐 현실감이 없는 것이다. 산학협력을 말하지만 구체적인 전략이 없다. 아마추어가 프로형태를 내다보니 이런 것으로 프로가 해야 한다.


이영관
: 일본은 도쿄대에 기술이전 전문회사가 만들어져 있다. 도교대뿐 아니라 도쿄 근처에 있는 모든 대학이 이용할 수 있게 컨소시엄화했다. 하버드대나 MIT는 기술이전 전담인력만 40~50명이 있다. 우리도 학술진흥재단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기껏해야 10명 미만이기에 전문적으로 하기가 어렵다.


박거용 : 산학협력을 전공별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평가지표에 넣어 점수화하니 문제가 생긴다. 영어교육과 교수가 잡지사의 편집자문위원으로 일하면 산학협동 점수를 받는 등 유령 단체나 조직이 생기는 거 아닌가. ‘대학과 산업’ 이 두 가지가 공유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동시에 각자의 영역을 지켜야 할 부분이 있다. 대학이 제대로 된 인간을 만들어 내고 연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기술개발 비용을 절감하는데 대학과 교수들이 복무하는 위험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본다. 이제 시작으로 그런 얘기를 할 단계도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시작부터 원칙을 세우고 들어가야 한다.

박승호 : 산학 개념의 확대가 필요하다. 산학협력을 이공계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대학 내·외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보면 인문사회 분야도 공히 활동할 수 있다. 그것이 우리 고등교육 변화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여대의 경우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배운 지식을 현장에 활용해보는 ‘서비스러닝’을 정규 커리큘럼에 넣어 운영하고 있다.


이영관
: 유사 프로그램으로 코어 프로그램이 있다. 현장실습프로그램인데 학점과 연계해 우리대학도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이 주당 몇 시간, 방학기간, 학기 중에 할 수 있으며 투자한 시간에 따라서 학점을 인정받고, 현장실습시 수당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공계뿐만 아니라 인문사회도 가능하다.

(※기사 이어집니다)

조양희 기자 (yanghee@unn.net) | 입력 : 08-06-09 오후 4:19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관련기사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