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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기고] 융합교육의 참 모델 고민할때
남영 한양대 수행인문학 연구교수

현재 융합교육은 대학교육개혁에 대한 고민들 속에서 일순위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연계전공, 융합전공, 다중전공 등의 다양한 이름을 달고 많은 대학들이 융합교육을 시도 중이며 옥스퍼드의 PPE(철학, 정치학, 경제학)과정 등은 주요한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이와 더불어 학부교양교육에 있어서도 중등교육의 문·이과 구분 교육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융합 교육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주변상황을 보면 이러한 시도들이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흉내 내기나 단기간의 가시적 성과에 치중한 성과주의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예를 들어 인문계열 학생들에게 자연계열 학과목 한두 개를 더 듣게 하는 것 정도가 융합교육의 구상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경영’, ‘문화’, ‘바이오’, ‘디지털’ 등의 소위 ‘잘 나가는 단어’를 학과나 교과목 명칭에 마구 ‘융합(?)’시켜 넣는 것도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취업에 도움이 안 되는’ 과목들을 포기하고-심지어 ‘학과’까지 포기하기도 한다.-외국어 강의와 취업 및 면접 준비용 교양과목들을 대폭 확대하는 것은 교양교육 강화도, 다문화교육 강화도 아니며 융합교육 강화는 더더욱 아니다. 진정한 학제적(interdisciplinary) 연구와 단순한 다학문적(multidisciplinary) 유희는 구별이 필요하다. 결코 장바구니 학점 쇼핑이 융합교육일 수는 없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에게조차 에디슨에 대해 물어보면 ‘99%의 노력과 1%의 영감’, ‘2만 번의 실패’, ‘전구발명’ 등은 떠오르지만 영민한 벤처사업가이자 GE의 창업주로서의 에디슨이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발적 인지 동의에 의한 난자 기증’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해보지 않는 ‘최고 과학자’는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이런 사례들은 참담한 융합교육의 부재를 보여준다. 윤리적 고민 없는 과학, 과학기술에의 무지를 전혀 창피해하지 않는 인문학, 기가 막힌 본토발음을 구사하면서 진정한 다문화는 가르치지 못하는 외국어교육 등 융합교육이 해결해 줘야 하는 것들은 무수히 많다. 17세기 철학의 역사를 통해 더 넓은 21세기 과학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과학자를 길러내고, 기술사와 경영학적 사유를 공부하며 테크니션이 아닌 진정한 엔지니어를 양성하고, 뉴턴은 데카르트에게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이해하는 인문학도를 교육해 내는 일은 충분한 가능성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실제 학생들은 그런 교육에 목말라 있다.

융합교육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학 구성원들의 훨씬 큰 규모의 고민이 필요하다. 진정한 융합교육의 정착을 위해서는 막연한 ‘전공+전공’이나 ‘전공+외국어+취업강좌’가 대안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전공과 교과목의 융합에 병행하여 교육방법의 융합, 평가방법의 융합, 인력의 융합이 병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잘 디자인된 사이버 교과목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상에서 1:1 튜토리얼을 병행할 수 있을 것이고, 정량적 학점 평가에 정성적인 평가를 보완하여 공신력 있는 대학의 평가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도 융합교육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교수, 교직원, 학생이라는 전통적 구분까지도 타파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과목의 개발이나 학과의 개설을 넘어서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학칙, 행정시스템의 쇄신까지 각오하며 구성원간의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도 융합교육의 방법론일 수 있다.

대학교육개혁을 조율하고 평가하는 사람들은 막상 교육현장의 학생들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필자가 강단에서 바라보는 학생들의 태도는 계산적이고 취업만을 지상목표로 삼을 것이라는 기성세대의 일반적 인식과는 차이가 있다. 그들은 직업선택의 안정성보다는 학문적 흥미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있고 타인에게 누가 되지 않는 자아실현에 대해 더욱 더 고민 중이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융합교육모델의 탄생이야말로 21세기 대학이 가장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08-06-23 오전 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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