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손숙미 한나라당 의원이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의 보고서 두 편을 두고 “복사판 수준의 동일한 내용”이라며 표절 시비를 걸자, 일부 언론이 “일파만파”, “보고서 중복 의혹”, “표절 의혹” 라는 제하의 은근한 공격을 퍼부었다. 우희종 교수는 그 동안 미국소가 안전하다는 정부 측 설명을 학문적으로 반박하며 오히려 광우병 위험성 알리기에 앞장서온 사람이다. 아무튼 본인의 신속한 해명, 동시에 불거진 손숙미 의원 자신의 표절 의혹, 그리고 관련 전문가들의 적절한 평가 등으로 논란은 일단 진정 국면이다. 하지만, 이 논란을 보면서 촛불 시위로 코너에 몰린 여당 소속 의원의 ‘정치적 의도’가 읽혀져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물론 표절은 학계에서 없어져야 할 병이고 의혹이 제기되면 시비가 밝혀야 한다. 자기표절, 중복게재 여부와 관련해서는 에세이, 대중지 기고, 보고서, 논문들 사이에 여러 조합이 가능하므로 세심한 판단이 필요하지만, 타인의 성과를 도용하는 표절, 동일 내용의 ‘논문’을 ‘학술지’에 중복 게재하는 행위, 또 그 두 논문에 대해 연구비와 평가를 이중으로 받는 행위 등은 분명 사라져야 한다. 먼저 의혹이 제기된 정진곤 청와대 수석 내정자든, 우희종 교수든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 검증되어야 한다. 연이어 불거진 청와대 비서실장과 손 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만일에, 공기관(식양청 등)에 지시하여 연구자의 과거보고서를 뒤지다 보면 궁지로부터 벗어날 방안이 있다고 손 의원이든 여권의 누구든 머리를 쓴 것이라면 이는 한심한 일이다. 청와대와 여권의 경우에는 대통령 취임 초부터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과는 정반대의 인사로 국민적 지탄을 받았기에 인사 검증에 큰 ‘부담’을 가져야 하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어째서 청와대의 부실 인사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지금 집권당과 대통령의 일차 과제는 온 힘을 쏟아 민생을 안정시키는 일,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사회적 현안 해결에 노력하는 ‘앞으로 가는 정치’의 실천이다. 어쨌든 다수 국민이 이명박 대통령의 ‘성장을 통한 복지’ 정책을 지지해주었으면 집권 이후 국민적 설득과 소통에 노력하면서 그 정책 실천에 성실히 임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시작부터 대미 굴욕 외교, 쇠고기 부실 협정으로 국민적 분노를 사고, 취임 시 선언했던 “국민을 섬기는 정치”, “민주화의 성과에 기초한 선진화”는 온데간데없고, 일방적 밀어붙이기, 언론탄압, 시대착오적인 사찰 부활 등, 한 마디로 ‘거꾸로 가는 정치’를 하고 있지 않은가. 대북정책의 혼선과 무대책으로 이명박 정부는 ‘대북 강경’인데 미국과 북한은 화해하고 있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고 공교육의 붕괴가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데, 내거는 계획마다 국민과 소통 없는 정반대의 졸속 정책들뿐이다. 두 번의 사과를 했지만 촛불 시위의 요구가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는 이제라도 다시 시작하는 자세로 ‘앞으로 가는 정치’를 해야 한다.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정책은 과감히 수정해야 한다. 취임 시 공언대로 과거 민주화의 성과는 유지발전 시키는 가운데 경제 살리기와 복지 구현에 노력해야 한다. 악화되는 경제 여건은 국민의 고통분담을 요구할 수준이다. 하지만 국민에게 고통을 나누자고 요구하려면 먼저 대통령이 낮은 자세를 보여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촛불의 분노가 전하는 분명하고 절박한 메시지가 있다. 이는 도외시하고 “폭력과 법질서 위반이 우리 사회를 어둡게 한다”는 식의 동문서답, 또 이에 부응하는 일부 언론. 너무도 유치한 ‘논점변경의 오류’가 아닐 수 없다. “촛불만 있냐, 우리도 우군이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또 “내가 뭐 그리 잘못 했냐, 너희들도 다 흠이 있지 않느냐”는 허저분한 발상을 하고 있는 걸까. 광우병 문제에 대한 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우교수 의혹으로 맞불을 놓고 어떻게 피해보자는 유치한 발상을 하는 것 같다. 만에 하나 그렇다면 현 정권의 정치는 희망이 없는, ‘뒤로만 가는 정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