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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학 시스템의 선순환구조화가 선행돼야
윤준구 중앙대 홍보팀 계장
무엇인가에 대응(對應)한다는 것, 또한 항상 대응할 자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은 이미 사전에 철저한 대비와 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없이는 제대로 된 ’대응‘이 아니라 ’그때 그때 대충 수습하자‘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대학의 환경이 위기라는 말은 이미 대학 CEO들의 연설에는 꼭 한 번은 들어가는 단골문구가 되었다. 그만큼 대학이 처한 상황이나 이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늘 얘기하는 위기에 과연 잘 대응하고 있는지는 곰곰히 살펴볼 일이다. ‘위기대응’, ‘위기관리’라는 말이 기업의 전유물이던 시절에야 대학에게 위기란 사실상 없었다. 언제나 학생은 있기 마련이고, ‘그냥 있어도 찾아와서 자문을 구하는 것’으로도 학문의 권위가 섰다. 학교라는 이름 때문일까? 가르치는 것에 익숙한 나머지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거나 거꾸로 배우려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대마불사(大馬不死)’가 과거 거대 기업집단을 이르는 말에만 적용되지는 않을 일이다.

어느 한순간에 찾아오는 위기는 없다. ‘하인리히 법칙’을 적용하기에는 좀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현재 대학이 겪는 위기도 수많은 이상 징후와 작은 위기를 겪고 나서야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 수의 감소, 백화점식 학과개설로 인한 학문단위의 지나친 세분화, 전임교원의 부족 등 서로 연결된 위기의 면면들은 많은 지적과 우려를 받아왔던 것이다. 물론 대학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외부환경(경제, 사회적)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충격을 흡수하고 대응할 준비가 부족했음은 자인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지금 대학은 저마다 특성화, 글로벌화를 추구하면서 미래에 대한 비전을 내놓고 있다. 모두가 현재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임에 틀림없다. 비전도 실천을 해야 현실이 되는 법. 추진을 맡을 시스템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자가진단이 필수적인 요소임은 당연한 일이다. 기업에서 흔히 회자되는 말에 “효율적인 시스템에 'Automation'이 도입되면 효율이 배가되고 비효율적인 시스템에 도입되면 비효율이 배가된다.“라는 말이 있다. 중요한 것은 결국 기본이라는 의미이다. 아무리 좋은 계획과 자본이 있어도 투여될 시스템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너무나도 쉬운 결론을 얻게 된다. 대학 역시 비전이 아무리 좋아도 대학의 시스템이 먼저 그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기본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개선의 차원을 넘어 혁신의 단계로 접어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이 가진 문제이자 위기의 또 다른 요인은 바로 선순환구조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오랜 역사를 자랑하면서 지속적인 안정세를 구가하는 이유가 바로 이 선순환구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여 그 인재가 사회에 기여하고, 그 인재와 인재를 통해 창출된 부(富)가 다시 대학으로 기부되는 구조는 대학의 미래가치와 학문적 독립성을 보장하기에 최적의 구조로 여겨진다. 이 구조를 갖출 기회를 잃은 대학들이 많은 현실에서 경쟁력 있는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 할 것이다. 인재양성에 있어 중요한 점은 이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출신대학에 충분한 loyalty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교육도 산업이라는 것. “어떻게 교육이라는 공공의 영역이 산업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가르치고 배우고, 연구하는’ 일련의 무형적 과정이 그렇다는 것이지 대학이라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휴먼웨어’ 3박자가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체제에는 적용되지 않는 말이다. 최상의 품질로 시장에서 인정받을 때 시장은 그에 대한 충분한 보답을 하게 마련이다.

모두가 위기를 말할 때 오히려 위기에 대한 대응과 준비는 무감각해 질 수 있다. ‘미래에 어떻게 하겠다. 이렇게 될 것이다.’라는 비전의 제시는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대학에게 당연한 과제다. 여기에 현재 시스템의 현황을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한 혁신안이 있다면 그 비전은 곧 현실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혁신은 리더와 추종자를 구별한다.(Innovation distinguishes between a leader and a follower)'라는 ‘Steve Jobs'의 말이 있다. 위기는 홍보와 선전을 통해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혁신과 자기성찰을 통해 극복되는 것이다. 결국 대학도 어떻게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삼는가에 따라 초일류냐 아니냐를 가늠하게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기자 (unnys@unn.net) | 입력 : 08-07-14 오전 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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